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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국가정보원
  • 200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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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한겨레공동기획> 국정원 이렇게 바꾸자 ②



수사권은 검.경 이양 바람직 "수사는 위헌적 권한" 지적도

‘수지김 살해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001년 말,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전직 고위간부를 전격 소환해 구속했다. 구속된 인물은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을 지낸 김아무개씨였다. 2000년 경찰이 수지김 사건이 조작된 사실을 알고 수사에 착수하자, 경찰에 기록 이첩과 수사 중단을 요구해 경찰 수사를 막았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구속 사유였다.

당시 김 전 국장이 경찰의 수사중단을 요구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대공 관련으로 수사중인 사건”이라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 ‘환골탈태’했다고 선언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남용해 경찰 수사에 개입했던 셈이다. 지난 1987년 발생한 ‘수지김 사건’ 자체도 윤태식씨가 아내인 수지김을 살해한 사건을 당시 안기부가 ‘여간첩 납치미수 사건’으로 왜곡한 것이었다. 사건이 조작되고, 10여년 이상 은폐되고, 진실 발굴을 마지막까지 저지했던 무기가 모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었다.

◇ 끊이지 않는 인권침해 시비=수지김 사건 뿐 아니라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벌어졌던 대형 공안사건의 뒤에는 언제나 대공수사국이 있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를 보면, 이들 사건 가운데 상당수는 사건조작과 인권침해의 의혹이 있다.

지난 73년 ‘동백림간첩단사건’으로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숨진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가 대표적인 피해자다. 권력을 강화하려던 당시 정권이 중정의 대공수사권을 동원해 무리한 수사를 벌이던 와중에 빚어진 사건이었다. 74년 국가 전복 혐의로 8명이 사형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도 유신반대 운동에 당황한 중정이 고문을 통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고문 및 조작 시비는 그 뒤에도 끊이지 않았다. 92년 14대 대선 직전 터져나온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은 물론, 지난 2000년 민혁당 사건 수사에서도 고문 논란이 일었다.

◇ ‘수사권’이 문제=국정원법 제3조에는 ‘형법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1항 3호)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바로 이 규정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인권보장을 위해 투명하게 행사되어야 할 수사권을 구성원이나 조직, 활동 내용 등 모든 것이 비밀인 정보기관이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법 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고 대통령 직속기구로 운영되는 국정원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있다. 일반국민을 상대로 하는 법집행의 전형적인 형태인 수사권을 은밀성을 본질로 하는 대통령 직속의 보좌기관에 부여한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 정신과 충돌된다는 논리다.

더 큰 문제는 현행 법에서는 국정원의 수사권 남용을 규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지난 93년 안기부법 개정을 통해 범죄수사에서의 적법절차 준수가 의무화되고, 이를 어기면 직권남용죄로 처벌받도록 하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국정원 직원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아직 한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체포와 불법구금, 변호인 접견 거부 등 불법 시비가 계속될 때마다, 국정원 쪽은 해당 직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 순수 정보기관으로=국정원은 시민단체들의 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 “국제화·광역화하는 국가안보사범의 최근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정보망과 첨단장비·정예화된 요원, 장기간의 추적수사가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은 또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인권침해가 공식 확인된 사례가 없고,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수사권 폐지 보다는 검찰과 법원에 의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 역시 국정원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수사권을 폐지하지 않고, 적법절차가 준수되도록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국정원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한, 공안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의해 사건조작과 고문수사의 관행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장주영 변호사는 “선진외국의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정보기관은 순수한 정보수집 활동만 하고 수사 기능은 검찰과 경찰에 넘겨주는 것이 정상”이라며 “특히 우리의 경우 정보기관의 간첩사건 조작과 고문 등 폐해가 심각했던 만큼 그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와 함께 뚜렷한 근거 규정도 없이 시행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신원조사권과 정보 및 보안업무 조정권 등도 큰 폭으로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3000000/2003/04/0030000002003041818131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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