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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정보원
  • 200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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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한겨레공동기획> 국정원 이렇게 바꾸자 ③



국회 형식적 심사.. 내부 제제 없어 비자금 정치권 유착 '관행' 끊어야

“(지난 1993년부터 95년) 당시 (옛 국가안전기획부 예산의) 예금이자와 예산불용액은 한푼도 국고에 반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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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정부부처와 일반 기업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런 일이지만, 지난 2001년 2월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밝힌 내용이다. 95년과 96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옛 안기부의 비자금 1197억원이 당시 여당이 신한국당 정치인들에게 전달된 사실이 논란이 됐을 때, 문제의 비자금이 93년부터 95년 사이 안기부의 예금이자와 예산불용액으로 조성됐음을 시인하면서 밝힌 말이다.

문제는 이런 자금사용이 옛 중앙정보부 이래의 ‘관행’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선거자금 만이 아니다. 올해 초 분당 파크퓨 특혜분양 사건 수사에서 검찰은 지난 2000년 3월 국정원 계좌에서 나온 7억여원 가운데 일부가 여당 국회의원에게 전달된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국정원은 이 돈이 “관행에 따른 떡값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전·현직 국정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홍업씨에게 3500만원을 건넨 사실도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홍업씨 이전에도 다른 대통령의 아들들도 국가정보기관의 ‘관리’를 받아온 게 관행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예산 통제는 사실상 안돼 = 국정원이 한 해에 쓰는 돈은 2001년 현재 공식 세출예산 2440억원과 기획예산처의 예비비 3999억원이다. 정부 각 부처에서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명목으로 가져다 쓰는 전용액 등 ‘플러스 알파’를 합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이 돈이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는 철저히 비밀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조차 국정원 예산의 산출내역과 근거를 모른다. 총액으로만 심사를 하는 탓이다. 추가 질의를 해도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답변을 거절당하기 일쑤다. 씀씀이를 모르니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은 원천 봉쇄된다. 정보위가 생긴 94년 이후에는 예산 불용액에 대한 국회보고가 의무화됐지만, 실제로 정확한 불용액이 보고됐는지도 불분명하다.

94년 정보위가 생긴 뒤 국정원 예산이 국회에서 삭감된 것은 안기부 선거자금 논란이 벌어지던 2001년 80억원 삭감이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는 정보위의 심사에서도 손댈 생각을 못했고, 정보위가 생기기 전 국방위 시절에는 아예 형식적인 총액보고에 그치곤 했다. 이듬해인 2002년에도 100억원이 삭감됐지만, 이런 삭감도 합리적인 심사라기 보다는 정치적 논란의 결과였다.

또다른 문제는 국정원 예산이 국회 심의는 물론, 내부통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채 운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안기부 예산의 선거자금 전용에서도 김기섭 당시 기조실장이 안기부 예산을 운용하면서 나온 예금이자와 예산불용액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하면서 아무런 내부 제재를 받지 않았다. 안기부 내부에서 모두가 묵인하던 ‘관행’이거나, 내부 통제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국회 안에서도 국정원 예산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0년 12월 이런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냈으나, 개정안은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정보위에 계류돼있다.

◇ 정보기관과 국회의 바람직한 긴장관계가 필요 = 국회 예결위 요청으로 ‘예비비 및 특수활동비 집행결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김상헌 교수(한국외대·행정학)는 “어느 나라도 정보기관의 예산내역이 전부 감춰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목을 정해 사전심의 대상과 범위, 기준을 마련한다면 정보기관의 고유업무를 보호할 수 있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직운영을 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외부 감시 체계 확립을 위해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 △국회정보위원회 산하에 상시적으로 국정원 예산집행을 검사할 보좌기구 신설 △국정원장의 자체 회계감사를 보장하는 국정원법 해당 부분 삭제 △감사원의 국정원 회계감사 및 직무감찰 권한 확립 △국회 정보위에 감사요청권 부여, 감사결과 제출 의무화 △국회 정보위의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신설 등을 요구해왔다.

정보기관이 의회와 상호신뢰에 근거한 통제를 받는 추세이기도 하다.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이재명 팀장은 “미국의 경우 ‘국가정보기관장은 정보관련 문제에 대해 국회에 완전히 그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고, 독일의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비밀유지 의무를 지니는 대신 제한없는 정보 보고를 받는다”며 “합법적 규칙에 따라 국회의 관리감독을 받아야만 국정원 스스로도 정치개입 부담을 덜고 국민의 신뢰 속에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정원법 등에 산재해있는 포괄적 비밀 규정을 대폭 손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한 보좌관은 “국정원이 그동안 국가안보라는 조직의 목표보다는 조직의 막강한 권한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국정원을 더 이상 자체 감사에만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포괄적 비밀규정이 무소불위 힘 낳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정원이 지닌 부당한 힘이 ‘포괄적 비밀’ 규정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일부 규정의 폐지 등 대폭 손질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한해…”라거나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안에 한해 …”라는 형태로 국정원법이나 국정원직원법 등에 산재돼있는 이들 포괄적 비밀 규정은 국회의 통제나 감사원의 감사, 검찰 수사를 무력하게 만들고, 국정원이 온갖 국정에 간섭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참여연대가 국정원 전직 직원들의 모임인 양우공제회의 강원도 원주 ㅍ골프장 인수에 대해 감사청구를 냈을 때에도 감사원은 “국정원장이 해야 할 일”이라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00년 3월 국정원 자금 7억여원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올해초 드러났을 때에도 검찰은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이는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안에 한해서는 국정원장이 자체 직무감찰과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만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한 국정원법의 규정 때문이다. 국정원직원법도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수사 시작과 동시에 국정원장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국가기밀인지 여부도 국정원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국정원이 각 부처 업무에 상시적으로 개입하는 근거도 포괄적 비밀 규정이다. 1981년에 만들어진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권’에 따라 국정원은 국내 보안정보를 명목으로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할 수 있다. 법무부의 경우, 검찰이 주요 정보사범에 대한 내사·수사에 착수하거나 검거·송치할 때에는 국정원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신병처리와 공소보류 결정을 내릴 때에는 국정원장과 ‘조정’해야 하며, 기소 혹은 불기소 처분을 할 때에는 국정원장과 ‘협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장주영 변호사는 “정보사범의 경우 국정원이 검찰 수사를 도우면 되지 검사의 처분을 조정하거나 협의할 이유가 없다”며 “국정원의 과도한 개입을 보장하는 조정권한은 폐지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승희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국회의 통제를 회피하면서 다른 부처의 업무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국정원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정원법, 국정원직원법 등 관련법을 다각도로 고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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