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사정기관 1999-11-25   1193

정치검찰에 의해 농락당한 청와대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조사보고서 유출은 현직 검사의 법무비서관 임명이 가져온 ‘예고된 검-검 유착’

1.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옷로비사건에 대한 사직동팀의 조사보고서를 김태정 전 법무장관에게 유출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되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사건조사보고서를 당시 현직 검찰총장이자 피의자 가족의 한 사람인 김태정씨에게 전달한 것은 사건의 축소은폐를 위해 피의자와 협의한 것을 사실상 의미하는 것이며 가장 엄정해야 할 청와대 비서실의 도덕적 해이의 실상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이번 사건으로 사직동팀의 최종 보고서 자체의 축소은폐 의혹도 더욱 증폭되게 되었다. 검찰 출신인 박 법무비서관이 검찰총장에게 내사자료를 제공하는 일종의 검-검 유착을 통해 검찰총장 부인인 연씨에게 사전에 방어수단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모했음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

3. 특히 이러한 일이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엄정히 수행해야 할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이 김대중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현직 검사출신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고위층 사정기능과 대 검찰 업무를 맡겨온 구조적인 문제점에 기인한 것이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이 국민의 정부의 핵심개혁과제로 대두되어 온 것을 염두에 둘 때, 박주선 법무비서관의 임명은 그 임명자체가 부적절한 것이었으며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체제를 고수해 온 대통령의 미온적 태도가 오늘의 치명적인 사태를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4.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옷로비 사건을 비롯해서 권력형 인사 및 측근과 관련된 의혹사건을 다루어온 태도가 시종 미봉적인 수습책에 그친 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회피해 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검찰 관련 사건의 경우 그 방어적 태도가 더욱 심각했다. 그 점에서 이번 사태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어적 태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5. 이번 사건의 재발방지대책으로 신임 법무비서관은 현직검사가 아닌 인사 중에 검찰을 철저히 견제할 중립적인 사람을 임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검-검 유착이 나라 기강 전체를 흔들어 놓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검찰을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특별검사제를 상설화하는 것을 포함한 획기적인 검찰개혁에 대해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이 발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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