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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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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난민은 '박제된 투명인간'

[아시아생각]신분 박탈된 난민, 재난지원금 배제까지

 

고은지,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2020년은 우리나라가 <난민법>을 제정한 지 7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1992년과 1993년 각각 난민협약과 의정서를 발효하며 난민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공식적으로 지게 됐다. 이후 1993년 12월 10일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심사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여 1994년 7월 1일부터 난민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2012년 2월 10일 독립된 인권법으로서의 <난민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인 2013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이렇게 한국은 30여 년 가까이 난민 정책을 운용해왔다.

 

한국에서 난민 심사를 통과한다는 것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정부에 누적 접수된 난민 신청은 64,358건으로, 전 세계 난민 신청의 0.4%(15,452건)를 차지해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년도에 난민 인정을 받은 이들은 79명으로, 재정착제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37명을 제외하면 심사를 통해 인정된 이들은 단 42명에 불과, 사상 최악의 인정률을 기록했다. 더불어 1차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최대 4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며, 모든 절차를 통과하는데 최소 평균 5년, 최장기 20여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문을 두드린 난민 신청자의 대부분은 심각한 심사 적체와 바늘구멍 보다 뚫기 어려운, 자의적이고도 까다로운 난민 심사의 벽 앞에서 생존의 위협을 감내해야만 하는 극한 상황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난민인권센터는 무삽(MUSAB)을 만났다. 그는 본국에서 인권 활동을 하다가 정치적 탄압을 피해 어렵게 한국 땅에 도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다시 한번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어야만 했다. 법무부가 난민 심사 면접 기록을 허위로 기술한 것이다. 인권활동가로 박해의 위험을 피해 왔다는 그의 진술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하였다는 취지로 조작되었다.

 

2015년 법무부는 심사적체 해소를 위해 TF를 운영하며 특정 집단에 대한 졸속심사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출입국공무원과 통역인은 면접기록을 조작하는 범죄를 공모했다. 무삽은 난민인권센터를 포함한 몇몇 단체들과 함께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자 2년 넘게 고군분투 해왔다. 결국 법원은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2017. 10. 12. 선고 2017구단4294), (서울고등법원 2017누47245 사건) 법원은 ‘난민면접조사가 당사자의 실제 진술과 달리 그 취지가 왜곡되어 기재된 것으로 보이고, 이에 관한 난민면접이 매우 부실하게 이루어졌으며, 기본적인 박해에 관한 사항조사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난민면접은 형해화될 정도로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난민면접 절차를 제대로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이후 법무부는 잘못을 인정했으나, 무삽은 아직도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 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자로 살아간다는 것

 

무삽은 이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한국에서 살고 있다. <난민법>은 난민 인정자에 대해 ‘난민협약에 따른 처우를 보장하도록’ 한국 정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고,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삽은 난민 인정을 증명하는 종이 한 장을 받았을 뿐, 난민 인정자로서 살아가기 위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 출입국, 법무부, 구청, 주민센터 등 모든 국가기관에서 언어의 장벽과 정책 공백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난민인권연구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정책 공백의 문제로 제3국으로의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1,015명의 난민 인정자와 관련하여 매년 단 1원의 예산도 책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정책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난민법>은 제30조 이하에서 난민 인정자의 처우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나 내용이 추상적이고, 법령의 범위나 주무 부처의 책임이 구체적이지 않아 대부분의 사회정책에서 난민 인정자는 배제되고 있다. 그간 인권단체들은 난민 인정자의 사회보장 서비스와 관련하여 소관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일일이 문의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여부를 가늠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관할부처는 난민 인정자가 어떤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난민 인정을 받은 장애아동이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국제인권협약과 <난민법>의 명시적 난민의 처우 보장이 <장애인복지법>과 관련 지침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정 권고를 했고, 이후 법과 지침이 개정되어 서비스 공백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난민 인정자는 아직도 주거, 의료, 노동, 교육, 아동, 귀화 등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각종 권리로부터 단절된 상황에 놓여있다.

 

지위를 인정받아도, 신분조차 증명할 수 없는 난민 인정자

 

“한국에서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도, 신분조차 증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제 딸을, 제 딸이라고 증명해주는 곳이 아무 데도 없어요” 한 난민 인정자의 토로다. 사람이 한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여러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가족은 누가 있는지, 결혼·이혼은 언제 했는지, 교육이나 기술 자격증은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난민은 본국과 관계가 단절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행정적 조치로부터 당국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정부는 <난민법> 30조와 난민협약 25조 등의 법령에 따라 난민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있어 필요한 증명서 등의 행정 서류를 발급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하지만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국난민인권연구회에 따르면 난민 인정자 대부분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더구나 심사 등의 이유로 타국에서의 체류 기간이 장기화함에 따라 본국에서 발급받은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나면 이들에겐 여권도 없다. 난민 인정자는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로 외국인등록증이나 여행 증명서 또는 난민 인정증명서 등을 사용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송금, 비밀번호 변경, 계좌 신설, 카드 발급 등의 기본적인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체류 연장 및 출입국 업무, 인감증명 발급 등의 모든 행정적 절차에서 신분 증명의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가족관계 증명이 어려워 자녀의 핸드폰 개설이 불가능하거나 학급통지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대한민국 국민의 출생, 혼인, 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에 관한 등록과 그 증명에 관한 사항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난민 인정자는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출산, 혼인, 이혼, 파양 등의 가족 확대 및 변경에 대해 이를 적용하여 기재, 관리하는 기준과 체계가 없어 가족과 관련한 변경사항을 적용하여 증명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혼인 과정에서도 미혼증명이 되지 않아 신고가 어려우며 본국에서의 학력/범죄경력 조회 및 사망 증명 조회 등이 어려워 취업 등의 무수한 사회적 활동 과정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무삽은 가족들과 스스로 막막한 상황을 헤쳐 가며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고, 최근에는 자활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자 고군분투하던 그는 올해 코로나 19의 상황에서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 앞에 다시 한번 “나는 한국사회에 소속되어 있는가?”를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무삽의 글이다.

 

난민은 사회 안에 있는가? 사회 밖에 있는가?

 

동 주민센터의 직원이 “당신은 정부 재난지원금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원을 못 받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좌절감이 아니었다. 한국 정부가 ‘당신은 지원받을 대상인지’, ‘지원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갈라내는 분류와 배제의 벽이었다. 소속감. 우리는 이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가? 우리는 이 사회 안에 있는가, 여전히 밖에 있는가?

 

나는 난민 인정자로 현재 서울시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 이후 서울시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러 갔을 때 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 재난지원금 소식을 알게 되어 찾아갔을 때 주민센터에서는 신청서 자체를 주기를 거부했다. 이주민을 아주 쉽게 배제하는 법과 정책들을 목격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 정부는 한국 땅에 서 있는 우리를 보지 못하고, 우리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모르는 것만 같다.

 

난민 인정자와 난민 신청자의 사회적 처우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법무부 역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난민 정책에 대한 주무 부처로서의 책임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면, 정부의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이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코로나라는 사회적 위기 속에서 난민과 이주민은 한국 사회에서 삶의 큰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대상에서는 늘 소외되어 있다. 인권운동가로 10년을 살아온 나의 경험에 따르면 이처럼 누군가의 필요와 수요에 따라 정책을 마련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아닌, 난민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에 기초해 대상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정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난민은 돌아갈 곳이 없어진 비자발적인 이주자이고, 많은 이주노동자는 지난 수년간 이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세금을 내고, 주소를 등록하여 살아가고 있고, 인간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관계를 맺으며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난민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더욱이 재난지원금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취지의 지원인데, 한국 사회 안에서 사는 난민과 이주민에 대하여 지원하는 것이 이 효과에 있어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재난지원금은 이것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한국 사회의 난민과 이주민에게 매우 큰 ‘지지’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재난 상황에서 사람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되기도 한다. 한국 시민들이 이 재난지원금을 난민과 이주민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하고, 지원하는 모습들을 통해 그들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연대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본능을 이겨내어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 그것이 인권의 본질인 것 같다.

 

동 주민센터의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도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인 8월이 되기 전에 정책이 빨리 바뀌기를 희망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정부가 난민,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에 상관없이 동시대에 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하도록, 하루 빨리 이 정책을 개선하기를 바란다. - 무삽(MUSAB)

 

 

무삽이 직면한 것은 1994년부터 30년 가까이 난민 정책을 운용해 온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더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궁색한 핑계로 난민 정책 개선을 미뤄서는 안된다. 정부는 최장 20년까지 걸리는 난민 심사 절차를 현실화하고, 투명하고, 공정하며, 전문적인 심사가 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더불어 난민과 인도적체류자의 정착과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한 근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제도적 절차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무엇보다 난민 신청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되는 권리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삶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난민법> 제정 7년, 한국에서 더는 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박탈당하는 제2, 제3의 무삽이 나와서는 안 된다. (난민인권센터nanc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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