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3-07-02   1636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58호] 회색빛 구름의 하늘 :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눈에는 우려가 깊습니다.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가 아직 충분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계천의 복원이 진정한 친환경적 도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환경평가도 하지 않은 채 시작되는 공사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개발을 위해 청계천을 덮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리에 따른 다시 한번 개천의 뚜껑을 열어 젖히는 일방적인 ‘개발사업’으로 그쳐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등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노무현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과연 이것은 변화하는 동북아질서에 한국이 성공적으로 편입될 수 있는 해법인지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심화

동북아경제중심국가건설론은 크게 물류, 금융, 운송의 거점경제(hub economy)를 형성하여 지구적 경제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내놓은 12대 국정과제 중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제자유구역의 조성 및 금융 국제화 : 경제자유구역을 통하여 기업경영 및 생활환경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지역으로 개발하고, 이를 위한 금융·외환시장을 강화

▲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 구축 : 인천공항, 부산항, 광양항을 동북아 중심공항과 항만으로 개발, 물류기지화 하여 남북 및 유라시아의 연계망 구축. 이를 위하여 인천항을 인천공항과 함께 수도권 핵심물류거점으로 개발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및 대륙철도(TSR, TCR) 교통망 구축

▲ IT 등 첨단산업·비지니스 허브화 :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다국적기업의 동북아 거점화와 한-중-일 FTA 체결 및 동아시아 전자무역공동체 형성

▲ 남북 경제교류협력 촉진 및 대외 환경 조성 : 경협거점 개발 및 남북간 산업, 물류, 정보통신축 형성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은 특히 고도의 성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경제의 부상을 염두한 가운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상태에서 특히 자본과 노동의 대규모 투입을 통한 제조업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는 중국이 부상하게 되자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국제적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산업구조를 물류 및 금융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물류 및 금융중심의 허브경제를 구축하려면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해외자본의 적극적인 유치가 필요하며, 자본유치를 위한 미끼가 바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입니다.

경제자유구역 : 자본에게 주어진 무한대의 자유

6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재판이며, 노동권, 인권의 사각지대인 경제자유구역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2002년 11월 국회를 통과하여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 지정을 신청하면 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건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실제로는 경제자유구역의 전국화가 될 수 있는 실정이며, 서울 상암동, 인천 영정도 및 송도 신도시를 비롯하여 부산, 광양, 대전이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의 문제는 크게 다음과 같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노동기본권의 침해 : 가장 직접적으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어 실질적인 노동3권이 보장되고 있지 못하고, 현재 근로기준법상의 유급월차휴가와 생리휴가가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무급화되었으며,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은 파견허용업무, 허용기간을 확대하여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 수도권지역의 개발허용 :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 및 경기도 도시 등)과 성장관리권역(동두천, 오산시 등)에서도 외국학교법인과 투자기업은 학교, 공공청사, 연수시설의 신설 및 증설을 허가받을 수 있으며, 인구집중유발 시설 총량제에 외국학교법인은 적용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설을 건축할 경우 부과되는 과밀부담금이 면제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과 스스로 모순되는 점입니다.

▲ 교육 및 의료분야의 개방 :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을 위하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교육기관 진입허용, 내국인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외국 병원과 약국 진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내국인의 특구내 외국인 교육기관 입학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교육과 의료분야의 개방을 의미합니다. 이밖에도 대규모외국인투자에 대해 소득세 및 법인세를 단계별로 감면해주기 때문에 재정수입이 감소될 수 있는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질서의 미래를 지혜롭게 조망하려면…

그렇다면, 경제자유구역 설치가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물류와 금융, 운송 중심의 산업구조와 기술집약적 제조업으로의 전환 등이 가능할 수 있는가? 민주노동당은 경제특구와 같은 제도 일반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산업 구조의 고도화에 기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첫째, 경제자유구역법과 같은 경제 특구는 양질의 해외자본유치에는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경제특구(Export Processing Zone)는 저기술-노동집약적 산업을 유치하며, 포괄적인 인센티브 때문에 본국에서는 경쟁력이 약해 살아남기 힘든 기업들이 유입된다고 합니다. 또한 경제특구에서 창출된 일자리들은 저기술-저임금 노동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오히려 저기술-저임금 노동은 부족한 실정을 감안해야합니다. 특히 경제특구와 같이 일정 장소에만 적용되는 인센티브를 노린 기업들은 입지요건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비용-무세금만을 중시하는 저기술-노동집약적 기업들을 유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경제특구와 같은 제도는 인센티브에 따른 부정적인 사회적, 경제적 효과들이 기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을 고립시켜 외국인 자본의 군락(enclave)을 형성하게 하는 정책이므로 자국 시민들 및 기업, 단체들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여도 기술확산효과가 낮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의 도입 배경은 현재 한국의 산업이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고도화된 산업구조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을 고려한다면, 금융과 물류 중심, 그리고 고도의 기술을 중심으로한 제조업 위주로 발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발전계획이 과거 개발독재의 성장지향적인 정책속에서 인권의 희생을 요구한 것처럼 다시한번 희생을 강요한다면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은 정작 자본과 기업들만이 웃을 수 있는 그들만의 ‘경제’중심국가가 될 것입니다. 설사 노동자의 희생속에서 경제자유구역이 운영된다 하더라도, 범중화경제권의 관문인 홍콩과 거대한 규모의 일본 도쿄가 이미 금융도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금융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도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이 가능하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개선이 최우선적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설립과 남북의 철도잇기 등 남북경협의 확대와 지속적인 추진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의 물류, 운송산업의 거점으로 일정정도 기반을 가질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구축은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이 제기하고 있는 물류와 운송의 측면에서도 매우 긴밀하게 얽혀있는 문제입니다.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에 가장 능동적이며, 가장 효과적으로 편입할 수 있는 조건일 것입니다.

관련사이트

지난 2002년 5월 27일 시작하여 1년 여동안 57호까지 나왔던 “지구촌 시민사회 이슈”는 2003년 7월 2일로서 종간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쟁점과 소식들을 발빠르게 소개하는데는 많은 부족함이 있었지만, 현재 가장 커다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화의 문제, 9.11이후 군사주의와 평화, 지구적 문제들에 대한 공론장으로서 유엔, 참여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예산감시와 반부패운동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지구촌 이웃이 되고자 아동 권리의 실태와 빈곤과 폭력의 그늘에 신음하고 있는 분쟁지역 난민들의 고통을 같이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처음 100여명으로 시작한 지구촌시민사회 이슈가 2천여명의 구독자를 가진 뉴스레터로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꾸준히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뉴스레터에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인사드릴때를 기약하며 건강하세요.

양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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