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쉬운 EDCF 세이프가드 개정안

여전히 아쉬운 EDCF 세이프가드 개정안

책무성 메커니즘 마련,  환경·사회 영향 평가 심사 독립성 확보 등

세이프가드 실질적 작동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정 필요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세이프가드 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세이프가드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사회적·인권적 피해를 예방하고 지역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EDCF는 지난 2016년 세이프가드를 마련하여 일부 사업에 한해 적용해왔습니다. 개정안은 우선순위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해 온 세이프가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세이프가드는 유용한 지침이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명시한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국제개발협력의 책무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이프가드 적용을 확대한 것은 환영할 일이나,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습니다. 

 

첫째, 개정안은 2016 세이프가드와 함께 10년 동안 병행하여 운영될 예정입니다. 다년도 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 특성상 일부 사업에 대해 두 개의 세이프가드를 병행하여 적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러나 편의에 따라 개정안과 2016 세이프가드를 선별하여 적용할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신규 사업은 모두 개정안을 적용한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둘째, 환경·사회 영향 평가를 심사하는 독립적인 심사기구 설치와 독립성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협력국에서 제출한 환경·사회 영향 평가서를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심사하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 직원만으로 심사하게 될 경우 사업 부서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심사의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EDCF는 세이프가드 운영 및 환경·사회 영향 평가 심사를 별도의 심사기구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 의견 등 관련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아 어떤 근거로 환경·사회 영향을 평가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환경·사회 영향 관련 정보공개 책임을 여전히 협력국에 두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범주 A와 범주 B+, 범주 B 사업에 대해 협력국의 동의를 얻은 후에만 스크리닝 결과와 ‘기밀 정보’를 제외한 환경·사회영향 관련 정보 전문 또는 요약본을 웹사이트에 공개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기밀정보’를 제외한다는 내용은 개정안에 새롭게 추가된 항목으로 기밀정보가 어떤 정보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으며,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 범위를 오히려 축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명성과 책무성 제고를 위해 정보 공개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 등은 정보 공개의 책임을 원조 기관과 협력국이 함께 져야 할 문제로 여겨, 사업 관련 정보와 세이프가드 관련 정보를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웹사이트에 공개해왔습니다. EDCF의 정보 공개 방침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넷째, 책무성 메커니즘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EDCF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피해 지역 주민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세이프가드 정책 및 절차 위반에 대해 보고할 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어 “EDCF는 협력국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책무성 메커니즘이란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원조 기관에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협력국이 운영하는 민원 접수 창구 또는 이의제기 시스템을 이용하고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거나 협력국 정부에서 사업 추진을 위해 현지 주민과 시민사회 의견을 고의로 누락한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찾는 마지막 구제 창구로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EDCF는 조사·심의, 문제 해결까지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책무성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진행 과정과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는 등 원조 기관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정안은 스크리닝 범주를 환경·사회 영향과 위험도에 따라 A, B+, B, C로 구분하고, 범주 A(고위험) 사업의 환경·사회 영향 평가는 전반적인 평가, 범주 B+(상당한 위험) 사업은 그냥 환경·사회 영향 평가를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스크리닝 범주를 왜 세분화하였는지, 범주에 따른 환경·사회 영향 평가 절차는 어떻게 다른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동안 한국 국제개발협력 세이프가드 개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2단계)>과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건설 사업>과 같이 세이프가드 적용 사업이라 할지라도 세이프가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는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세이프가드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EDCF는 개정안을 마련하며 어떤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제사회의 사례를 참고하여 책무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세이프가드 개정안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2019-12-17 [이슈리포트] 국제개발협력 책무성 증진을 위한 세이프가드 제도 개선방안

 

 


국민신문고 한국 수출입은행 답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세이프가드 정책은 수원국의 지속가능한 발전 역량 제고 및 사업실시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사회적 위험의 적정한 관리를 도모하기 위해 2016년 2월 도입되었으며, 이후 환경·사회 영향 정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프랑스, 독일 등 선진 양자 ODA 기관의 세이프가드 운영사례를 반영하여 2020년 7월 개정되었습니다.

문의하신 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개정안에 따르면 ‘2016 EDCF 세이프가드 정책’을 적용하여 추진되고 있는 기존 사업은 계속 기존 정책을 적용하고,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개정된 ‘2020 EDCF 세이프가드 정책’을 적용하게 되어있습니다. EDCF 사업 수행은 일반적으로 장기간이 소요되며 이를 고려하여 ‘2016’ 및 ‘2020 EDCF 세이프가드 정책’이 10년 동안 병행될 예정이라고 명시한 것입니다. 따라서, 편의에 따라 ‘2016’ 또는 ‘2020 EDCF 세이프가드 정책’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신규 사업은 개정된 ‘2020 EDCF 세이프가드 정책’만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수출입은행 내에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와 사업의 환경·사회 영향평가를 심사하는 부서가 별도의 조직(본부)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사회 영향평가의 심사를 담당하는 부서는 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부서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며 객관적으로 심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의 난이도 및 위험도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전문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여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셋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프랑스 개발협력청(AFD), 독일 재건은행(KFW) 등 선진국 양자 ODA 기관처럼 수원국이 사업과 관련된 환경사회 정보를 해당 사업으로 인해 영향받는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원국의 동의를 얻어 해당 정보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보공개로 인해 입찰 등 사업 추진에 있어 그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는 등의 경우에는 수원국은 해당 정보의 공개를 제한할 수 있으며, 수출입은행은 해당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원국에게 해당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넷째,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포함한 모든 은행 업무에 대해 제기된 민원을 처리하는 ‘민원처리절차’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민원인은 수출입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제출할 수 있으며, 접수된 민원은 관련 절차에 따라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출입은행은 책무성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운용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금번 ‘2020 세이프가드 정책’ 개정을 통해 세계은행 및 프랑스 개발협력청(AFD), 독일 재건은행(KFW) 등 선진국 양자 ODA 기관처럼 환경·사회 위험등급을 세분화하였으며, 환경·사회 영향평가 보고서 제출 시점을 차별화 하였습니다. 특히 A(고위험)등급 사업의 경우, 환경·사회적 위험을 보다 사전적으로 검토하여 사업 승인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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