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유엔UN 2012-10-25   2876

[논평] 한국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권고에 한국 정부 변명으로 일관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UPR) 2차 NGO 보고서 작성단체

한국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권고에 한국 정부 변명으로 일관

인권상황 심의받는 제2차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 열려

차별금지법, 양심적 병역거부, 군대 내 성소수자 등 다양한 권고 쏟아져

 

지난 10월 25일(목),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심의하고 권고를 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제2차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동 입양에 관한 규정인 아동권리협약 제21조에 대한 유보를 철회하고 인신매매의정서를 순차적으로 비준하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권고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과연 정부가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향상시키고자 하는 UPR의 기본 정신과 목적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UPR 심사에서는 총 65개국이 한국 정부에게 인권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이에 따른 권고를 내렸다. 차별금지법 제정, 의사표현의 자유 보장, 성폭력 및 가정폭력 방지, 여성인권 증진,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 보장, 출생등록 제도 개정, 주요 국제인권협약 비준 및 유보 철회, 이주노동자 및 이주민 인권 보호 등 다양한 인권문제가 제기되었다. 특히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개정,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등은 1차 UPR때 제기된 권고사항일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는 문제들이지만 한국 정부 대표들은 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 없이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평화로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자제하라는 프랑스와 폴란드의 권고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공공질서 유지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집회를 규제하고 있으며 폭력행위나 타인의 권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인권기준에 맞게 규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현재 제주 강정마을에서 계속되고 있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이로 인한 평화활동가들의 신체적 부상, 부당한 구속 등을 볼 때 경찰청의 이러한 발언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거짓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무엇보다도 강정마을에서의 평화로운 집회시위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침해에 대해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공개 질의 서한을 보낸 바도 있는 바, 경찰청은 어떠한 국제인권기준에 의해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인지, 평화롭게 집회하던 평화활동가 및 주민들이 도대체 어떠한 폭력을 행사했기에 과도한 공권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군대 내에서 성적 지향을 근거로 형사 처벌하는 법률을 폐지할 것을 검토하라는 미국의 권고에 대해 국방부는 “해당 조항인 군형법 제92조의 5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확립이라는 공익을 위한 규정이므로 이의 폐지 및 개정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동성애가 공동사회를 불건전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함과 동시에 군대내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등 성소수자 인권보호에 힘쓰고 있다는 국방부는 스스로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미국, 독일을 비롯한 8개국의 권고에 국방부는 특수한 남북 상황으로 인해 한국의 안보 상황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으며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지 못했으므로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한국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2008년도 이후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현재 매년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병역법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공익근무 등 대체복무를 하고 있으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본인의 신념에 따라 대체복무자들이 받는 4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어 무조건 처벌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 해 600여명 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필요한 병력확보에 위해가 되므로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보장을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는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일본, 영국을 비롯한 8개국이 권고한 의사표현의 자유 보장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이며 해당 위원회의 시정요구는 권고사항으로써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를 받은 게시물 대부분이 인터넷망으로부터 완전히 제거되고 있으며 사실상 100%의 이행률은 이 시정요구가 실질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헌법재판소도 방통심의위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이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으며 2010년 한국을 공식 방문한 의사표현의 자유 유엔 특별보고관도 방통심의위의 결정이 자의적이고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UPR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사형제 폐지는 이번에도 벨기에,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등 19개 국가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에 법무부는 사형제가 국가 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국민의 여론과 사회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1차 UPR때 사형제 폐지 권고에 대한 정부의 답변과 한 치도 다르지 않으며 결국 지난 4년간 정부가 사형제 폐지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악법으로 지목되며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개정 및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정부는 국가보안법이 자의적으로 해석,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해석, 적용하고 있다는 1차 UPR때와 똑같은 답변을 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한 구속자 수는 매년 2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입건자 수는 2008년 40건을 기록한 이래 2009년 70건, 2010년 151건 등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이는 검찰이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해당 법률이 자의적으로 남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접속, 차단 조치된 사이트 수가 지난 4년간 거의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아 국가보안법이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이 외에도 칠레를 비롯한 8개 국가는 성적지향을 포함한 모든 차별사유가 명시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호주를 비롯한 4개 국가는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과 자원을 충분히 보장하여야 함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권고는 1차 UPR때는 제기되지 않았던 권고사항으로 지난 4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축소와 독립성 후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보여준다. 또한 가정폭력 예방 홍보와 처벌강화(이태리 외 4개국), 부부강간 처벌 현실화(캐나다, 코스타리카), 직장내 성희롱 처벌(네덜란드), 비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차별 철폐(노르웨이 외 4개국), 체벌금지를 포함한 아동의 인권보장(독일 외 11개국) 등 여성과 아동의 인권에 대한 권고도 내려졌다. 특히 캐나다를 포함한 10개국이 부모의 법적지위와 무관하게 신생아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해야 하며 비밀입양,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11개 국가는 한국의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크게 우려하였다. 또한 한국 정부는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강제실종협약, 아동입양관련 헤이그 협약, 이주노동자협약, 인신매매 의정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 선택 의정서 비준을 권고 받았다. 무엇보다도 한국 정부가 2006년과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출마할 때 걸었던 공약이기도 한 ILO 핵심협약인 강제근로 관련 29, 105호, 결사의 자유 관련 87, 98 호 비준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음도 지적되었다.

 

이번 UPR에서 한국 정부는 인권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인권을 증진시키려는 노력 없이 정치적 수사와 임기응변으로 답했다. 한국 정부가 나열한 법과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는 전혀 밝히지 않고 통계자료도 선택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실제 인권 상황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만 발표했다. 국제인권기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러한 태도는 UPR의 본래 취지에 반하는 행태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실추시키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입후보한 한국 정부가 과연 그 자격이 있는지도 심각히 우려된다.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에 제기된 권고 사항들을 한국 정부가 최대한 수용할 수 있도록 간담회 개최, 권고이행 정책 제안 등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 참고 : 유엔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 웹캐스트 링크 (영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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