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간담회] 한국 ODA는 왜 필리핀 주민을 울리는가

[공개간담회] ‘한국 ODA는 왜 필리핀 주민을 울리는가’ 개최

한국수출입은행의 ‘필리핀 할라우 댐 사업’ 문제점 알리기 위해 필리핀 선주민과 활동가 방한

 

전은경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20180405_필리핀할라우댐공개간담회6

2018. 4. 5. 필리핀 할라우강 공개간담회 (사진=참여연대)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이 보이네요. 한국 정부가 원조를 중단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정부의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관심 가져주세요.”

 

필리핀 ‘할라우강을 위한 민중행동(JRPM: Jaluar river for the people’s movement)’ 활동가인 존 알렌시아가(John Ian S. Alenciaga)가 힘주어 말했다. 기업인권네트워크, 아이쿱 생협, 참여연대는 ‘한국 ODA는 왜 필리핀 주민을 울리는가 : 필리핀 할라우 댐 사례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지난 5일(목) 오후 7시, 스페이스노아 커넥트홀에서 공개간담회를 열었다.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에 반대하는 필리핀 선주민과 활동가들이 방한한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이 제공하는 유상원조로 진행하고 있는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은 사업 초기부터 대형 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역 발생, 절차적 정당성 문제, 환경파괴 등의 우려가 제기되어 지역 주민과 현지 단체의 반대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 결과 2016년에는 완공되어야 할 사업이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필리핀 관개청(NIA: National Irrigation Administration)은 대우건설을 본 구매사업자로 선정하고, 상반기 중으로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고 있다.

 

할라우강은 우리 삶의 터전

 

“할라우강은 삶의 터전이에요. 투만독 선주민에게 할라우강은 식수원이자 생계의 원천이고, 조상의 묘지(Ancestral domain)가 있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필리핀 정부는 조상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저희의 권리를 빼앗고 있어요. 댐 프로젝트로 인해 정부가 경작을 금지했기 때문에 생계유지수단이 없어서 막막한 상황이예요. 일부 주민들은 적은 보상금만 받고 내쫓기고 있고, 정부의 압력과 협박 때문에 일상적인 공포에 시달리고 있어요.”

 

필리핀 할라우강이 흐르는 파나이섬에 살고 있는 선주민이자 선주민조직인 투만독(TUMANDUK)의 대표인 레미아 카스토(Remia C. Castor)의 이야기로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레미아는 자신의 사촌들 역시 정부의 이주 압박에 결국은 이주 동의서에 서명 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사촌들이 서명한 동의서는 정부 보상금을 받아 자체적으로 이주하고 더 이상의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보상금의 수준도 아주 적어서 실제로 레미아의 사촌은 저수지 공사를 위한 도로 건설로 1헥타르(3025평)에 이르는 땅을 정부에 넘겨줬지만 1800페소(약 3만6000원)의 보상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레미아와 함께 방한한 ‘파나이-기마라스 선주민네트워크’의 신시아 디두로(Cynthia A. Deduro) 사무총장은 할라우강 댐 건설 사업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먼저 그녀는 필리핀 정부가 댐 건설의 목표로 ‘관개시설 개선, 식수 및 전력공급, 일자리 창출, 홍수 예방’ 등을 꼽고 있지만 실제로 식수공급이 제대로 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고, 2012년 기준으로 예비전력이 300MW나 되는 상황에서 고작 6MW를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댐을 건설하려는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1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에 매수된 주민에게 단기간의(6개월) 로테이션 형식으로 주는 일자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필리핀 국내법을 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의 선주민권리법(IPRA: Indigenous Peoples Rights Act)에 따르면 선주민 거주지역에서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자유의사에 따른 사전인지동의(FPIC: 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절차를 통해 선주민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경우 FPIC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선주민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악칼라가(Agcalag), 가랑안(Garangan), 알리부난(Alibunan) 마을 등 3개 마을에서 ‘비동의(non-consent)’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강행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수출입은행에 제출한 타당성 보고서의 시점 역시 문제다. 필리핀 관개청은 이번 사업에 대한 타당성 보고서를 2011년 11월에 제출했다. 그러나 타당성 조사 시 진행되었어야 할 FPIC 절차는 보고서 제출 이후인 2012년 1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시아 총장은 댐 건설로 인해 9개 마을이 침수되고 3개 마을은 완전히 수몰될 예정이며 7개 마을은 간접적 영향을 받아 총 1만 7천 명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댐 건설 예정지역이 활성 단층이 지나는 위치에 있어 지형적 위험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관개청은 사업예정지에 위치한 웨스트파나이(West Panay) 단층이 ‘휴면상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1948년에 진도 8.2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PHIVOLCS)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1차례의 지진이 감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산사태나 강 하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침수 피해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2012년 태풍 퀸타(Quinta)의 여파로 40m 규모의 모로보로(Moroboro) 댐을 방류했을 때 5개 마을이 침수되었는데 이번 사업으로 106m 규모의 댐이 건설되면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돈만 주는 역할해서는 안 돼

 

필리핀 지역전문가이자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정법모 교수는 이번 할라우강 댐 건설 사업을 포함해 ‘한국의 ODA와 주민저항’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정 교수는 2004년 필리핀 남부 통근철도 개선사업을 소개하고, 철로 주변의 31,000가구가 이주 과정에서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 비용을 생계비로 사용하면서 벌어진 문제들을 설명하였다. 또한, 개발 현장에서의 군의 출현과 유사군의 존재로 인한 위협들이 실제로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한국 정부가 돈만 주는 역할을 계속해서는 안 되며 일정한 책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ODA는 소외되고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지원하기로 약속된 돈이므로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개발프로젝트로 인해 피해 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7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고, 다음과 같은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할라우강 댐 건설 사업이 큰 이익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관개청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였다. 신시아 총장은 필리핀 관개청이 과거에는 정부 예산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프로젝트 단계마다 뇌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지속되어왔고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하고 있는 소송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상의 토지를 지키기 위해 보상금을 거부한 두 형제에 대해 프로젝트 진행상 두 형제 소유의 토지가 필요한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필리핀 관개청이 한국 이전에 1984년 일본에 할라우강 댐 건설 사업을 제안했으나 내부수익률이 낮고, 주민들에 의한 거부 의사가 분명하다는 이유로 일본이 사업제안을 거부했던 일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존 알렌시아가 JRPM 활동가는 “우리의 상황을 이렇게 알리게 된 것이 연대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도 “삶의 터전과 고향에서의 삶이 이어지길 응원하고 연대하겠습니다.”, “비록 개개인의 힘이 세거나 영향력이 크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며 필리핀 파나이섬 주민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를 남겼다. 할라우강 댐 사업의 문제점 및 현지 지역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섬을 떠나온 선주민과 활동가들의 목소리에 이제는 우리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빈곤퇴치와 인도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ODA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오히려 협력국의 환경을 파괴하거나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20180405_필리핀할라우댐공개간담회29

2018. 4. 5. 필리핀 할라우강 공개간담회 (사진=참여연대)

 

* 사진 더보기 >> https://flic.kr/s/aHsmfKRrGV

*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한국 공적개발원조(ODA)로 시작된 필리핀 선주민의 고통. 

유상원조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필리핀 할라우강 댐 건설 사업’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필리핀 활동가와 현지 지역주민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국 ODA는 왜 필리핀에서 환영받지 못할까요? 

왜 한국 ODA가 필리핀 주민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하는 걸까요?

지역에서는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를 나눕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18년 4월 5일(목) 오후 7시

장소 : 스페이스노아 커넥트 홀 (시청역  플라자호텔 뒷편)

이야기 손님

– 정법모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 존 알렌시아가 (필리핀 JRPM 활동가)

– 신시아 디두로 (필리핀 PGIPNET 사무총장) 

– 레미아 카스트로 (주민조직 TUMANDUK 대표) 

* 영-한 순차통역 제공

주최 : 기업인권네트워크, iCOOP 생협, 참여연대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02-723-5051, pspdint@pspd.org)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