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3-05-07   1801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50호] 또하나의 인권 : 아동의 권리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황금 같은 연휴를 잘 보내셨는지요? 르완다 소식하나 전합니다. 현재 르완다에선 3,500명의 대량학살 관련 수감자들이 1994년 대량학살의 생존자들을 위해 주택건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약 10만명에 달하는 대량학살 혐의자들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2003년 동안 적어도 40,000명의 수감자들이 석방될 예정입니다. 석방 대상자로는 병자와 고령자,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이 우선적으로 꼽혔습니다. 많은 수감자들은 이미 예상되는 형량보다 많은 시간을 구치소에서 보낸 상태이고, 수감자들이 구치소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정부의 결정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희생자와 가해자가 서로 계속 등을 돌린다면 르완다는 좀더 깊은 비극과 슬픔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모쪼록 좋은 계기가 되어 평화와 화해의 정착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기념도 많고 행사도 많은 달인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뉴스레터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동문제에 관한 이슈들을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오늘은 아동인권에 관한 국제규약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아동

우리에게 있어 아동(법적 용어로서 아동은 유엔의 아동에 관한 권리협약에서처럼 18세미만을 아동으로 정의하고 있어 이 글에서 아동의 개념은 18세 미만인 자를 의미합니다)은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필요는 근본적으로 의존적인 형태를 띠게 되기 때문에 보호의 필요성은 자칫 아동을 대상화시켜 그들을 일방적인 시혜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될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상식 속에서 이러한 위험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아동에 대한 부모중심적 사고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아동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들의 문제를 가족의 문제로 치환돼 버리고, 가부장 중심의 가족형태는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서 인식하게 됩니다. ‘내 자식인데…’라는 관념은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기도 하며, 아동이 오늘의 존재가 아니라 내일을 위한 존재로만 간주되면서 내일을 위한 오늘의 억압을 정당화 합니다. 지금까지도 우리의 아동은 획일적인 교복을 입고, 두발의 자유가 제한되며 엄격한 규율체계 속에서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 아닌 아동에 대한 시선은 아직 편견에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시선을 경계하면서 우리는 아동 권리의 보호와 보장의 필요성을 인권을 가진 인간 존엄의 문제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분명히 해야합니다. 아동의 권리는 그들이 어리기 때문이 아니라 성인과 만찬가지로 그들의 존재자체와 그들의 권리가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보장되어야 합니다. 즉, 아동의 인권은 객체로서가 아닌 인권을 가진 주체로서 보호되고, 인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정과 보호, 증진은 가족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사회적 책임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아동권리 보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

두 차례의 끔찍한 세계전쟁을 치룬 지구촌은 전쟁이 초래한 인간성 파괴의 현실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질병과 굶주림과 전쟁의 위기 속에서 영국의 아동보호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창립된 아동구호기금(British Save the Children Fund)은 아동의 권리 선언을 발표하였는데, 이 선언이 1924년 국제연맹총회에서 다시 채택됨으로써, 아동의 권리에 관한 선언(제네바선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제네바선언은 아동에게 최선의 것을 제공하는 것이 인류의 의무이며 아동을 재난, 질병과 기아, 착취로부터 구제할 것을 요구하고, 이는 아동이 보장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로서 선언하고 있어 획기적인 전환이었습니다.

그러나 제네바선언은 여전히 아동은 특별한 보호와 우선적인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20세기 전반부의 지배적인 아동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동을 권리의 행사 주체로서가 아니라 여전히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시대적으로 종전직후 시급한 지원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위기 상황 하의 아동상황에 대한 대응의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동에 대하여 권리를 지는 주체로서 인정하는 것은 아동권의 내용이 법체계내로 흡수되어야만 하는 것을 의미하였고, 실제로 1925년 영국의 유아보호법(Guardianship of Infants Act)에서 아동의 이익의 보장형태로 법체계내에 아동권이 보장되는 등 아동권리의 법적 보장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아동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세계인권선언을 거쳐 유엔의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현재 아동권리와 관련하여 유엔에 의해 이루어진 주요 국제협약에는 1989년 총회에서 채택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989년 채택, 한국 가입 및 비준)과 2000년 5월 25일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채택된 아동매매, 아동매춘 및 아동포르노그라피에 관한 선택의정서(2000년 채택, 한국 미가입), 아동의 무력분쟁 관여에 관한 선택의정서(2000년 채택, 한국 미가입)가 있습니다(다음의 국제협약에 관한 내용은 인권운동사랑방의 번역문을 참조한 것입니다. 전문은 사랑방의 인권정보 자료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CRC)

1989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어 1990년 발효되었으며, 2002년 2월 8일 현재 191개국이 가입하고 있습니다(미국 미가입). 이 협약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으로 규정된 아동은 생명권, 표현의 자유,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결사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 사생활의 보호, 대중매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의 권리가 있으며, 고문, 학대와 방임으로부터의 보호, 건강권, 사회보장,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 교육권, 휴식 여가를 누릴 권리, 성적 착취로부터의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난민, 장애인, 소수자, 선주민 아동 역시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종교, 언어적 차이 등 문화적 다양성이 인정됩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아동권리선언과 세계인권선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정신을 계승하여 사회권과 자유권을 폭넓게 규정하고 아동을 보는 시각을 ‘보호의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로 세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협약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가입당사국은 모든 적절한 조치를 입법, 행정, 사법적으로 취해야 하며, 5년마다 이행사항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유엔은 가입당사국들의 협약 이행사항을 감시하기 위하여 아동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를 구성하고, 가입국들의 보고서를 심의하여 수집된 정보를 기초로 제안과 일반적 권고를 하게 됩니다.

▲ 아동매매, 아동매춘 및 아동포르노그라피에 관한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on the sale of children, child prostitution and child pornography)

이 의정서는 2002년 1월 18일 발효하여 2002년 2월 8일 현재 17개국이 가입하였고, 한국은 서명만 하고 아직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이 의정서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중 11조(아동의 불법 해외이송 및 미귀환 퇴치), 21조(입양, 특히 국제입양), 32조(경제적 착취, 아동의 신체적, 지적,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발전에 유해한 노동의 수행으로부터의 보호), 33조(마약), 34조(성적 착취와 성적 학대로부터의 보호), 35조(아동의 약취유인, 매매방지), 36조(모든 형태의 착취로부터 보호)의 이행을 한층 더 달성하기 위하여 당사국이 취해야할 조치를 확대한 것입니다. 1996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아동의 상업적인 성적 착취에 반대하는 세계회의와 아동포르노그라피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회의(비엔나, 1999년),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하는 아동보호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아동매매, 아동매춘 및 아동포르노그라피로부터 아동의 보호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보수 또는 기타 대가를 위한 아동의 이동, 내지 거래를 의미하는 아동매매, 보수 혹은 다른 형태의 대가를 위해 성적활동에 아동을 사용하는 아동매춘, 노골적인 성적행위를 하는 아동을 보여주는 아동포르노그라피에 대하여 가입당사국은 그와 같은 행위와 활동에 대한 형법상의 처벌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아동 피해자에 대하여 형사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피해자의 권리 및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원보장 등 서비스와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들에 대한 특별한 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위의 범죄들을 예방하기 위한 법률, 행정, 사회정책 및 계획을 강화, 시행 및 보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입 당사국은 아동권리위원회에 5년마다 제출하는 보고서에 본 의정서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해야 합니다.

소말리아와 같은 분쟁지역에서 아이들이 팔려나가고, 남미에서는 장기수출 때문에 수많은 아동들이 살해되고 아이들의 장기가 북미지역으로 밀매되며, 인터넷에서 범람하는 포르노산업, 섹스관광 등 국제적으로 아동관련 범죄가 만연한 현실을 볼 때 이처럼 아동권리가 강화된 규약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특히 거의 매매의 성격을 띠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제입양도 이에 견주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2001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00년 한 해 동안 국내아동 4천46명이 입양되었는데, 해외입양 아동이 2천3백60명(장애아 4백32명)이었습니다. 문제는 입양과정에서 국내입양은 2백만원, 상대적으로 위탁기간이 긴 해외입양은 7백에서 8백만원 정도를 입양기관에 지불하는 것이 관례라고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말할 정도로 매매의 성격이 짙습니다).

▲ 무력분쟁하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on the involvement of children in armed conflict)

2002년 2월 12일 발효하여 당사국이 14개국이며 한국정부는 2000년 9월 선택의정서에 서명하였으나, 아직 비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의정서는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의 아동규정(18세미만)과, 1995년 국제 적십자사의 회의에서 18세 미만의 아동이 적대행위에 참가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것에 주목하며,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 182호를 통하여 무력분쟁에서 아동의 강제적 내지 의무적 징집을 금지하는 결정과 무력분쟁에서 각 당사자는 국제 인도법의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점을 상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8세 미만의 군대구성원이 적대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며, 아동권에 관한 협약 38조에서 15세에 달하지 아니한 자의 징병을 삼가해야 하며, 이들이 적대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아니할 것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정한 점을 준수해야 합니다. 18세 미만의 자가 입대할 경우 순수하게 자발적이고,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가 있어야합니다. 국가의 군대가 아닌 무장단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18세 미만의 자를 징집하거나 적대행위에 사용해서는 아니되며, 가입 당사국은 이를 금지시킬 법적 조치를 실행해야 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소년병들(child soldiers)은 주로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 중동지역 국가와 수단, 우간다, 앙골라 등 아프리카 지역,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등 아시아의 분쟁 지역에서 많이 찾아볼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최대 10만명의 소년병이 징병된 적이 있고, 버마 5만4000명, 수단 3만2000명, 콩고 및 르완다 각각 2만명, 콜롬비아 1만4000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반군의 80%가 소년병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간다에서는 겨우 5세 아동이 정규군에 편입되기도 하여, 최근 10년간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200 만 명의 소년이 살해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도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어, 터키의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경우 소년병의 10%가 여자어린이들로 구성되어 있고, 스리랑카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의 경우 1999년 생포된 소년병 49명 중 32명이 여자어린이들이었습니다.

고가의 군수품을 갖추는 것보다는 ‘싸게’ 무장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년병의 징집을 분쟁지역의 정부나 무장단체는 선호하고, 수단, 앙골라 같이 한 세대 이상 분쟁이 지속된 지역은 부모가 사망한 고아들이 많아 생존을 위해 입대를 선택하는 현실입니다. 분쟁지역에서 아동과 여성의 피해와 인권침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아동을 부모가 보는 앞에서 사살하기도 하고, 사지를 절단하기도 하며, 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강제로 징집된 소년병들은 부락을 초토화시키는 대량학살과 방화에 동원되기까지 합니다.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공황(trauma)는 씻을 수 없는 상처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국제협약을 통해 주위를 환기시키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감시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말잔치가 아닌 실천을 통한 실질적 권리보장이 급선무

2002년에 우리 정부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의무사항으로 1996년에 이어 두번째 이행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였습니다. 한국정부는 비준당시 3개 조항에 대해 유보조치를 취하고, 비준 이후 유보조치를 철회하겠다고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시 아동이 부모를 만나볼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차 심사때와 마찬가지로 ‘국내법에 관련규정이 없다’는 대답을 되풀이하였고, 체벌금지, 협약의 이행을 위한 점검과 조정을 담당하는 상설적이고 다각적인 체계의 마련 등 1차 보고서 심사 후 권고했던 사항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다”, “고려 중”이라는 답변에 그쳤습니다.

아동권리위원회는 최종권고문을 통하여 특히 아동관련 정책을 조정할 권한을 가진 상설적인 중앙기구가 없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점을 우려하면서, 인권위원 중에 최소 1인을 아동권 전문가로 두거나 위원회 내에 아동권에 관한 소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수준에 비해 기초보건·복지·교육 분야에 아동에게 할당된 예산이 극히 미약하다고 판단, “가용자원의 최대한도까지” 예산을 우선 배정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정부는 최근 (가칭)국가아동권리위원회 설치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공청회도 개최하였습니다. 실효성 있는 기구로 만들어지기 위한 시민사회와의 더욱 활발한 의견교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마련도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선언문이 아닌 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입니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아동을 만들 수 있도록 시민사회 또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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