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3-06-11   1514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55호] 지구적 관점에서 본 부패와 그에 대한 대응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국이 여전히 불투명하게 전개되고 있고,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분명 침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정치일정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선거와 정치개혁을 위한 논의보다는 ‘승리’를 위한 몸부림들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서민’을 위한 행동인지 각성과 자성을 할 수 있도록 시원한 냉수라도 보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반부패 시리즈 두 번째로서 남반구에서 제기하고 있는 부패문제해결에 대한 대응을 살펴보겠습니다.

부패에 대한 이해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형태와 종류의 부패를 목격했습니다. 대체로 우리가 자주 보는 부패의 형태는 시스템이 정착이 되지 않은 국가에서 보이는 것처럼 강력한 보스중심의 정당체계 속에서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와 그를 추종하는 자들 사이에 공천과 지위상승을 매개로 형성된 사적 연결고리는 비정상적인 정치자금의 온상이었으며, 여기에 기대려는 기업들의 막대한 불법 정치자금 역시 기업투명성을 해치는 커다란 장애물이었습니다. 병역비리 뿐만 아니라 건설 및 개발과 관련한 청탁, 뇌물수수 등의 공직자의 부패와 대통령 측근들의 연이은 부패는 실질적인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부패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특히 남반구에 분포한 수많은 개발도상국가들과 저발전국가들, 동남아시아의 국가들 역시 권력층의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패의 문제를 이처럼 개별국가들의 권력층의 문제로, 공직자 개인의 문제로, 부당한 방법을 동원한 기업의 문제로만 이해하게 된다면, 최근의 동남아시아와 남반구 국가들의 경제위기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패의 문제를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1980년 이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하여 강도 높은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강요하였는데, 이러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패의 문제는 결코 한 국가의 권력층이나, 공직자의 문제로서만 이해되고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즉 세계화에 따른 각국의 신자유주의적 프로그램들이 부패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화 이후의 부패문제

미국의 Westinghouse electric Corp의 예를 보겠습니다. 1970년대에 이 회사는 필리핀 바탄(Bataan) 핵발전소 건설계약을 따냈습니다. 공사비용은 23억달러가 소요되었는데, 이는 한국에서 유사한 규모의 공장을 3개나 지을 수 있었던 비용입니다. 당시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는 8억달러의 상납을 받았지만, 필리핀 납세자들은 12억달러의 외채를 갚는데 세금을 내야만 했습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몇차례 지진이 있었던 화산의 근원지역에 건설되어 단 한번도 전기생산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필리핀은 이 차관을 다 갚는 2018년까지 하루에 170,000달러를 지불해야만 합니다. 이와 같이 부패와 관련된 이슈들은 특히 개발도상국가들이나 무거운 외채를 지고 있는 국가들에게 필요한 개발과 개발을 위한 협력의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부패와 관련된 이슈들은 경제적 관료집단들과 개발에 더욱 우선적으로 관련되게 되었는데, 이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강력히 밀어붙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의 핵심정책기조인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이후 두드러진 경향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국가적 위기발생에 대하여 구조조정을 전제로 미국식 시장 경제체제(신자유주의)의 대외 확산 전략을 꾀하는 것으로, 90년대 미 행정부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모여있는 워싱턴에서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개발도상국 등 제 3세계 국가들이 시행해야 할 구조 조정을 담고 있는데, 이 조처들은 ▲ 정부 예산 삭감, ▲ 자본 시장 자유화, ▲ 외환 시장 개방, ▲ 관세 인하, ▲ 국가 기간 산업 민영화, ▲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우량 기업 합병 및 매수 허용, ▲ 정부 규제 축소, ▲ 재산권 보호 여덟 가지입니다.(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내용은 야후 시사상식에서 발췌).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 차관제공의 조건(Conditionality)으로서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부패, 공치(Governance)의 문제들은 세계은행과 국제 재정기구, 차관제공국가들의 선호정책이 되었습니다. 즉 부패의 문제가 경제위기를 겪는 국가들에 대하여 차관제공의 조건부의 내용이 되면서 전문가들의 공적인 문제로, 정부의 정책문제로 되어 남반구의 국가들과 그들의 민중들에 대항하는 권력의 남용과 지속적인 실행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패와 경제위기, 혹은 독재권력 하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냈던 민중들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국가를 개혁할 기회는 박탈당하게 된 것입니다. 권위주의 정권들과 이에 밀착했던 기업들의 관계는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입맛에 맞는 변환과정을 통하여 경제위기를 맞은 많은 국가들에서는 수많은 공기업들이 초국적 자본과 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서구정부들의 지원으로 개발도상국가들에게 강요된 ‘개혁’에 따른 공기업들의 급격한 민영화는 전세계적으로 부패의 광범위한 성장을 초래하였습니다. 유엔개발프로그램(UN Development Programme)은 1993년 보고서를 통하여 이와 같은 민영화가 가져온 폐해를 ▲ 경쟁적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서 수입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 투명하지 않고 임의적인 절차를 이용하고, ▲ 재정시장을 공공외채로 물들이며, ▲ 정치적 합의 없이 추진된다고 지적한바 있습니다. 민영화에 의한 부패는 세계은행의 관계자조차도 “민영화된 독점에 있어 부패와 여타의 문제들을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데, 1988년에서 1998년 동안 10,000개 이상의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서구의 초국적 기업들은 부패행위를 통하여 민영화된 기업들을 인수하였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그램들을 국가들에게 종용하였던 것입니다.

기업에게 있어 뇌물은 특히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군수산업과 공공사업의 계약을 따낼 수 있게 해주는 방편입니다. 뇌물과 부패의 제공의 측면에서 보면 빈곤과 불평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선한 공치'(Good Governance)를 훼손하면서까지 남반구에서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부패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NGO Corner House는 서구 기업들이 한해에 뇌물로 쓰는 돈이 대략적으로 8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세계경제 매거진(The Magazine World Business)이 1996년에 밝힌 바에 의하면 독일 기업들이 준 뇌물만도 30억 이상이라고 합니다. 뇌물은 결과적으로 남반구 국가들이 국제적으로 빌려 온 돈으로 비용을 감당하는 프로젝트의 가격을 높이게 됩니다. 뇌물은 국가의 외채를 더 늘릴 뿐만 아니라, 건강과 교육, 공공서비스에 지출되어야할 비용을 삭감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파키스탄에서는 1998년 21개의 서구기업들이 이전 정권에 대하여 리베이트를 상납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무분별한 계약 남발로 2010년까지 소비가능한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되었습니다. 영국, 미국, 일본, 캐나다 정부로부터 전력회사들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넘어갈지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국제통화기금은 1998년 새로운 차관을 제공하였는데, 그 조건은 이들 회사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1992년 국제통화기금의 ‘개혁’을 받아들인 우간다에서는 142개의 공기업이 민영화되었는데, 1998년까지 두차례에 걸쳐 민영화 과정이 부패문제로 인하여 중지되었습니다. 민영화 과정에서 20%가 상당히 심각한 부패문제를 겪었는데, 이는 인수자에 의하여 공개되고 투명한 입찰과정이 부족했고, 가치이하로 평가되는 등의 횡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뇌물공여는 민주적 절차를 아주 ‘간단하게’ 통과합니다. 노르웨이의 광산회사인 MINDEX는 필리핀에서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민도로섬의 니켈과 코발트를 채취하기를 원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광산업이 지역환경과 그들의 공동체에 미칠 악영항을 우려하였는데도 불구하고, MINDEX는 이 프로젝트의 환경평가에 대해 비판적인 정치인들에게 금시계를 주는가 하면 지방행정책임자들을 해외연수를 보내고, 새집을 지어주는 등, 지역 지도자들의 매수를 시도하였습니다.

이처럼 아시아국가들과 남반구국가들에서 비민주적 사회구조를 만드는 주요 행위자와 부패의 수혜자는 결국 초국적 기업들, 북반구의 강대국들, 국제 재정기구들인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이들 기구들과 행위자들은 국제적 반부패 캠페인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남반구 국가들의 부패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 International Initiative on Corruption and Governance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현재의 대부분 북반구에 의해 주도되는 반부패 의제들은 북반구의 이해를 전반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단체는 부패행위를 조장하고, 동시에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반구 중심의 반부패캠페인은 남반구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초국적 기업들의 부패행위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의 행태를 제대로 알려내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즉, 부패문제의 주체이자, 객체인 반부패 캠페인을 주도하는 기구들과 권력들의 자기모순으로 인하여 단지 부패를 일반화하여 개별국가들의 문제들로만 한정지으려하기 때문에 세계화로 인한 이와 같은 부패의 폭넓은 문맥과 형태, 부패영역의 행위자들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정책에 따른 공기업의 민영화 조치들은 초국적 기업들이 공기업의 인수를 위한 부패행위를 조장하는 배경을 제공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초국적 기업과 국내의 권력층간의 부패는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패와 관련한 이슈들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의 손에만 맡겨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은 차관을 무기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강대국들과 국제금융기구들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국제금융기구들에 대한 감시활동과 더불어 초국적 기업에 대한 윤리강령의 제정,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여 이 기금으로 빈곤퇴치, 교육, 건강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토빈세(Tobin Tax)도입 등은 좋은 운동의 사례일 것입니다.

투명한 기업활동과 정부정책의 시행은 무엇보다도 부패로 피해를 입은 당사국들의 국민의 입장에서 고려되어야할 사항입니다. 반부패를 위한 효과적인 행동은 개발도상국들이 초국적 기업들에 대하여 효과적인 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민영화의 무비판적인 확장을 경계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부패문제를 바라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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