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10-16   1343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21호] 세계화 그 양면성의 대결 :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vs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안녕하세요? 국제연대 위원회입니다. 지난 호에는 조금 복잡하다 싶은 무역기구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지구촌의 양분화 이후 지속되는 갈등 속에서 가진 자들의 횡포에 맞서는 민중들의 움직임은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지구촌 시민사회의 대응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 동안 반세계화 운동은 다양한 형태와 이슈로 제기되었지만, ‘세계사회포럼’은 이러한 반세계화운동을 결집할 수 있는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오늘은 ‘반세계화 운동의 세계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반세계화 운동의 세계화도 조직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97년∼98년 활발하게 진행된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투쟁과 ‘쥬빌리(Jubilee) 2000’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 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1999년 11월 ‘시애틀 투쟁’ 등이 그것입니다(이 운동들에 대해서는 이후에 살펴볼 예정입니다). 제1회 세계사회포럼은 시애틀 시위가 있은 지 13개월이 지난 2001년 1월 25일부터 30일 사이에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은 전세계에서 지속적인 저항을 벌이고 있는 반세계화의 힘을 결집하는 것과 동시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 경제장관, 중앙은행 총재, 지식인들, 언론인들과 시장의 세계화를 확장하려는 세계 1000대 초국적 기업의 대표들이 개최하는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하는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었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운동 건설과 새로운 사회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다원적이고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브라질 노동자당(PT)이 제안하고, 유럽지역의 ‘반세계화’운동 조직인 금융거래과세 시민연합(ATTAC : (Association for the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tions for the benefit of Citizen)과 이의 후원 조직인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끄(Le Monde Diplomatique)’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네델란드의 노이브와 같은 진보적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첫 번째 모임이 이루어졌습니다(포르투 알레그레 : 행복한 항구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리오그란데두술주에 속해있으며, 포르투 알레그레시와 남리오그란데주 모두는 브라질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내 8개 단체 – ATTAC(금융거래과세 시민연합), ABONG(브라질 비정부기구 연합), CBJP(브라질 주교회의 정의 평화위원회), CIVES (시민권리를 위한 브라질 기업연합), CUT(브라질 노총), IBASE(브라질 사회경제분석연구소), CJG(세계정의 센터), MST(땅없는 사람들) – 가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프로그램에 대한 준비를 하였고, 각국의 대표적인 조직들이 참여한 조직위원회와 전세계 500여 진보단체가 지지위원회를 구성하여 열린 1회 사회포럼은 세계 100여개국 500여개 조직에서 4,000여명의 외국인 참가자와 브라질에서 16,000여명이 결집하였습니다.

4-5일간 4백50여개 워크숍과 토론회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관련된 각종 주제들 즉, 아동노동, 페미니즘, 인종차별, 유전자조작식품, 토빈세 도입, 외채탕감, 국제 금융기구 통제 등 금융세계화 관련 쟁점들, 자유무역체제의 문제점과 대안 주체의 역량강화방안과 이후 투쟁전망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마지막에 채택된 결의문에서는 ▲ 남녀평등, ▲ 아프리카 흑인 및 원주민 운동에 대한 연대, ▲ 외채전면탕감, ▲ 토빈세 도입, ▲ 민영화 반대, ▲ 생존권 및 노동권 보장, ▲ 아메리카 자유무역지대 반대, ▲ 농업개혁, ▲ 군사주의 반대 및 플랜콜롬비아 반대(※ 미국은 콜롬비아의 마약게릴라 소탕작전을 명분으로 콜롬비아 정부에 13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좌익 게릴라들 소탕을 위한 군사원조에 쓰이며, 콜롬비아의 자원을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이권을 보호하는 정권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였습니다), ▲ 국제 기구들의 조치에 대한 반대 등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 사회포럼은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민중의 투쟁을 통해 제시되는 그 전망과 방향을 종합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적 개최에 따라, 참여했던 모든 조직들 그리고 참여하지 못했던 조직들은 이 대회를 명실공히 세계 민중의 최고 결집의 장으로 지속해 갈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제 2회 세계사회포럼

올해에는 작년보다 규모가 더욱 커져 해외 참가자 1만명을 포함한 131개국 활동가 6만여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이번 사회포럼에서는 ‘부의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부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접근’, ‘시민사회와 공공영역’, ‘세로운 사회에서의 정치권력과 윤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외채에 관한 민중법정과 약 800여개의 위크샵, 세미나, 총회가 열렸고, 브라질 노총(CUT), 브라질 무토지운동단체들이 이끄는 시위와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 : Free Trade Area of the Americas) 창설에 반대하는 행진을 끝으로 폐막되었습니다. 2회 포럼에서는 특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 및 확전 계획과 ‘플랜콜롬비아’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군사주의, 아르헨티나에서의 경제위기와 엔론사태 등에서 보이는 금융세계화의 폐해와 회복 불가능한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에 대한 논의와 토론에 무엇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것은 외채탕감 운동 단체인 ‘Jubilee South’의 주최로 ‘외채 및 금융시스템에 관한 민중법정(Tribunal)’이 사회포럼 기간동안 개최되었는데, 3세계 국가와 민중들에게 불법적인 외채를 강요한 것에 대해 북반구의 정부, 은행, 초국적 기업, IMF, 세계은행, 국제금융기구들이 피소되어 민중의 입장에서 심판을 하는 행사입니다. 기소, 증언, 배심원들의 토론, 최종판결 등 법정의 형식을 통해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외채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민중들을 지리적, 문화적, 사회적, 세대적으로 대표하는 증인들을 참여시켜 ‘빈곤의 세계화’와 세계화로 인한 인간파괴를 고발하였습니다.

증인으로 직접 참석한 한국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김희준 전 부위원장은 “97년 말 한국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IMF 구조조정이 한국사회를 초국적 자본이 이익을 최대한 남길 수 있는 신흥 주식시장으로 탈바꿈시켰고, 이 과정에서 재벌에게는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온갖 특혜를 부여한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정리해고와 극심한 탄압을 자행하였음”을 98년 만도기계의 부도 이후 이루어진 구조조정의 과정을 사례로 들어 증언하였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의 말리, 앙골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아시아의 필리핀, 태국, 라틴아메리카의 니카라과, 아르헨티나에서 참석한 증인들은 각 국의 독재 정권이 민중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초국적 자본과 결탁해 외채를 끌어온 결과 전체 국가 예산 중 외채를 상환하는 데 쓰이는 예산이 교육, 보건복지 등의 공공영역에 쓰이는 것에 비해 몇 배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민중의 삶이 파탄의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증언하였습니다.

증언이후 배심원들은 판결을 통하여 “모든 외채는 불법이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배심원들은 판결문을 통해 ▲ 외채 상환을 빌미로 남반구의 자연적 유산과 자원들을 유출시키고 민중들을 착취한 죄, ▲ 천연 원료를 싼값에 채취하고 사들여 산업 생산품을 높은 값에 되파는 불공평한 교환 체계를 유지하여 외채를 증가시킨 죄, ▲ 남반구 채무국들이 제대로 상환을 했음에도 외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속도로 늘어나게 만든 높은 이자를 부과한 죄, ▲ 구조조정과 기타의 경제정책으로 민영화를 부추기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재활성화에 투자되어야 할 돈을 외채를 갚는 데 사용되도록 한 죄, ▲ 민중과 유엔, 인권단체에 의해 거부된 독재자들이 권력을 지탱하고 불법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차관을 주어 독재체제를 지원한 점, ▲ 남반구 민중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오직 초국적 기업과 북반구의 산업국의 이해만을 옹호하는 경제통합 정책을 부과한 죄 등에 대해 북반구의 은행, 초국적기업, 정부, IMF, 세계은행, 기타 금융기구들, 그리고 남반구의 정치엘리트들이 공범이라며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소위 ‘테러와의 전쟁’이 전세계에서 시민적·정치적 자유를 공격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세계를 대상으로 영구적인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911사건에 대하여 마지막 공동 결의문에서 볼 수 있듯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terrorist attack)’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형태에 대하여 명백하게 반대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행동에 대하여서도 ‘테러리즘적 방법(terrorist method)’으로 규정하면서, 전쟁의 확산과 군사주의에 대하여 명백히 반대하였습니다(국내에서는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참여연대, 학생행동연대, 사회진보연대 등이 ‘세계사회포럼 한국참가단’을 구성하여 참석하였고, 특히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금속연맹 위원장 등 한국의 구속노동자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글리벡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는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였습니다).

2003년 제 3회 세계사회포럼

두 번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하여 이제 세계사회포럼은 현재 다섯 가지의 주제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는 이미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들에 의해 추구되고 있는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반대투쟁에 동참하는 다양한 지구촌 시민사회를 광범위한 연대로써 가능할 것입니다. 그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민주적인 지속가능한 발전 ▲ 원칙과 가치들, 인권, 다양성과 평등 ▲ 미디어, 문화와 대항 헤게모니(counter-hegemony) ▲ 정치권력과 시민사회 그리고 민주주의 ▲ 민주적 세계질서, 군사주의에 대한 투쟁과 평화의 진전

특히 2차 세계사회포럼 이후 아르헨티나를 비롯 각국에서 ‘사회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고 있으며, 아시아지역 역시 세계사회포럼(Asian Social Forum)이 2003년 1월 3일부터 인도 하이드라바드(Hyderabad)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지역별 회의는 세계회의와 달리 지역의 현안을 중심으로 다룰 수 있으므로 평화와 안보, 외채, 개발권, 무역, 재정과 투자, 국가와 민주주의, 사회적 인프라와 환경, 문화와 지식 등 기간 아시아 지역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사회문제와 이에 대한 민중의 대안들이 토론될 예정입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기 위하여…

유럽에서부터 아시아, 남미의 다양한 국가, 인종,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자신들의 이슈로(농민, 노동, 여성, 환경 등등) 포르투 알레그레를 가득 메웠던 세계사회포럼은 이제 눈 덮인 다보스 산장에서 논의되는 초국적 자본의 논리에 대항하는 대안의 전망과 논리 그리고 전략을 모아가는 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세계화라는 논리 속에서 20:80으로 분화된 남북의 세계에서 사회포럼은 남북을(그것이 지리적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매개하고 이를 극복하는 광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세계사회포럼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으로는 자기성찰을, 밖으로는 ‘다른 세계’를 향한 전지구적 행진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서 보다 성숙된 그리고 책임 있는 자신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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