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08-28   1214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14호] 지구적 공치(Global Governance)를 강화하라! : 유엔 개혁의 목소리들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아홉 번째로 유엔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1990년대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한 지구촌의 흐름을 연재하였습니다. 9월에는 9.11테러 1주기를 맞이하여 중동문제에 대한 이해와 9.20일부터 개최예정인 4차 아셈(ASEM) 정상회담과 민간포럼을 다룰 예정입니다.

1990년대 이후 유엔

우리는 현재 개최중인 리우+10회의까지 유엔이 개최한 회의들, 그중 인권, 사회개발, 인종차별철폐회의를 살펴보았습니다. 유엔은 탈냉전, 세계화라는 새로운 지구촌 환경 속에서, 그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들(물론 유엔은 우리가 짚어본 문제들 이외에도 노동(ILO와 관련하여), 여성, 아동, 인구증가 및 식량안보, 고령화(ageing) 등 지구촌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어 왔습니다. 이 주제들은 다음에 소개할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을 대처하기 위한 노력들이었습니다. 점증하는 지구촌의 상호의존 속에서 유엔은 국가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적 문제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하여 지구촌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였고, 일련의 유엔의 활동은 2000년 밀레니엄 총회를 통하여 1990년대 유엔이 개최하였던 회의들에 대한 성과를 종합하고, 밀레니엄 선언문같은 새천년 유엔의 과제를 제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밀레니엄 포럼, 정상회의, 총회에서는 21세기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유엔개혁의 문제가 21세기 유엔의 과제들과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NGO들은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앞서 유엔의 지원하에 포럼을 개최하여 90년대 유엔회의의 결과에 대한 비판과 종합적인 평가, 유엔과 NGO의 관계에 대한 평가와 발전적 모색을 논의하였고 ‘밀레니엄 선언문’을 채택하였습니다. 선언문에는 21세기의 과제에 대하여 외채탕감과 사회발전을 포함한 빈곤문제, 인권, 세계화문제, 평화, 안보, 무기감축을 제시하고 이러한 밀레니엄 과제를 실천하기 위하여 유엔의 강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즉, 지구촌의 주요한 임무는 지구적 맥락(context)속에서 유엔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총회의 조정역할(coordinating role) 강화, 비토권의 폐지를 포함한 안전보장이사회의 확대 개편, NGO와 유엔간의 정보교류의 활성화, NGO의 유엔 참여 보장 등을 통한 안정적인 관계 정착 등을 밀레니엄 총회에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열린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밀레니엄 선언’이 채택되었는데, 자유, 평등, 연대, 관용, 책임분담 등의 가치와 원칙을 확인하면서, 평화, 안보 및 군축을 위한 유엔 효율성제고, 대량살상무기제거의 노력, 타당한 공치(good governance)를 통한 빈곤타파, 책임분담원칙에 따른 환경보호, 인권과 민주주의 보장, 아프리카 문제 해결 등을 과제(MDGs)로 제시하였고, 유엔강화를 위해 ▲ 총회의 중심적 지위 및 효율성 제고, ▲ 안전보장이사회의 포괄적 개편달성을 위한 노력 강화, ▲ 유엔의 재원확보가 제시되었습니다.

유엔 개혁의 쟁점 : 재정난 해결, 안전보장이사회 확대개편

1997년 코피 아난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촉진된 유엔 개혁에 대한 논의는 이미 1995년 유엔 50주년 총회에서 제기된바 있습니다. 당시 지구적 공치위원회(Commission on Global Governance)는 코피 아난의 개혁을 지지하는 16개국의 그룹을 조직하고, 지구적 공치와 유엔 개혁을 강조한 ‘우리 지구의 이웃들'(Our Global Neighbourhood)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편은 유엔개혁에 핵심이며, 비토권에 대해서도 단계적인 폐지를 권고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밀레니엄 선언 등 유엔 내부에서 제기되어온 개혁문제들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안전보장이사회 개편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5개 상임이사국과 2년 임기로 선출되는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차대전이후의 상황을 반영한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 회원국수가 1965년 헌장개정 당시(비상임이사국을 6개국에서 10개국으로 늘리는 것)의 114개국에서 188개국으로 대폭 증가하였고, 탈냉전이후 국가간의 전쟁보다는 국지적 분쟁의 증가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범위와 대표성에 많은 논란을 가져왔습니다. 이로 인하여 ▲ 안전보장이사회의 확대개편, ▲ 비토권의 폐지문제, ▲ 투명성확보와 NGO 참여의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대표성 제고를 위해 이사국수를 늘려야 한다는 개편논의는 먼저, 전체 회원국수 대비 안보리 이사국수가 현재 15 : 188로,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4개국(1965년 헌정개정당시 비율에 근거하여)으로 증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상임이사국 진출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이들은 유엔내 재정분담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시 안전보장이사회 개편의 주요 동인입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편에는 일본 및 독일을 상임이사국에 포함시키는 안과 개발도상국(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대륙별 각 1국)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안, 상임이사국학대와 더불어 비상임이사국을 같이 늘리자는 안이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비토권 문제에 대해서 밀레니엄 포럼 선언문은 보다 다양한 참여와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영구적인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독일 등 신규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는 국가들은 거부권을 희망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현재 상임이사국들은 비토권을 포기할 의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안전보장이사회의 확대개편에 대하여 유엔 회원국들은 개편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확대 규모와 상임이사국 증설 여부, 증설 방식, 비토권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현재 안전보장이사회는 NGO의 정보, 의견, 제안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구적 공치위원회는 NGO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여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과 실무자간의 협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총회에서 선출되지 않는 상임이사국, NGO참여의 배제 등 이러한 폐쇄적 구조하에서 강대국 특권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것은 유엔을 민주적으로 강화하고 유엔이 지구적 공치를 위한 장으로서 기능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재정난

현재 유엔의 재정난은 여러 회원국들의 장기간 분담금 체납, 특히 분담율 1위인 미국의 체납으로 인해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합니다. 이로 인하여 유엔은 그간 PKO 예산의 일부를 차입하여 정규예산 적자분을 메우는 기형적인 방법으로 재정을 운용하였습니다(현재 유엔 정규예산 분담율은 미국이 전체 예산의 22.0%를, 일본은 19.7%를, 독일은 9.8%를 각각 부담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유엔에 대한 이견이나 불만이 있을 때마다 분담금 납부를 미루는 것을 무기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고 있습니다. 2001년에는 유엔인권위원회 탈락에 대한 보복으로 체납금 중 일부를 지불 유예조치를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즉 당시 미국이 제공하기로 했던 2억 4천400만달러에 대하여 미국의 유엔인권위 복귀라는 조건을 달아놓기까지 했습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실력행사로 인하여 매년 유엔 분담금 체납액의 50% 이상을 미국이 차지해 왔습니다.

유엔 재정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유엔의 재정난이 유엔의 ‘비효율적 예산집행과 행정운영’에 기인한다는 시각인 반면, 개발도상국은 유엔 재정난의 근본원인이 분담금 납부지연에 있으므로 재정난 해소를 위해서는 분담금의 기한내 완납이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실상을 파헤쳐 보면 선진국이 제기하는 ‘비효율적 운영’이라는 것은 그들의 저의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1993년 유엔 총 경상비와 평화유지군 비용은 41억 달러로 뉴욕시 경찰 및 소방대 예산의 합과 비슷하며, 유네스코와 같은 13개 유엔 전문기관의 연간 예산은 약 10~11억 달러로 한국인의 석달 음주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며, 서구 청소년들이 1년동안 구입하는 액세서리 비용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유엔에 대한 방만한, 비효율적 운영이라는 비판은 선진국의 분담금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기득권은 유지하려는 정치적 논리에 다름아닌 것입니다.

◎ 민주성과 대표성 강화

유엔 개혁의 문제는 이외에도 밀레니엄 포럼 선언문에는 총회의 민주성과 대표성 강화를 위하여 유럽의회와 유사한 형태의 의회를 구성해서 인구에 비례한 균등대표제를 채택하자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유엔발전프로그램(UNDP : UN Development Programme)은 유엔 총회를 양원제로 하여 NGO들의 공식적인 참여의 장으로 하는 제도화를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세계화, 개발 등 경제문제에 대하여 지구적 공치위원회는 “경제보장이사회”의 창설을 통해 G-7보다 더 광범위하고 균형있는 구성을 통해 금융, 무역 및 환경 등 현안에 대한 지구적 공치의 강화를 권고했고, 밀레니엄 포럼에서도 비토권이 없고, 안전보장이사회와 동등한 지위이면서 지리적 대표성, 인구 및 경제규모 등을 고려한 총회가 윤번제로 회원국을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경제보장이사회”를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밀레니엄 포럼의 선언문에서도 지적했듯이 “모든 국가들과 국민들의 이해에 관심을 갖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유엔은 지구촌 시민사회가 주목할만한 파트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유엔은 반세기 동안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것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간의 정치세계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유엔 개혁은 그동안 유지되어온 강대국의 기득권을 견제하고, 유엔의 목표인 평화, 인권, 개발을 위한 지구적 공치의 구현에 있어 매우 절실한 과제일 것입니다. 지구촌 시민사회의 주요한 파트너로서 유엔을 보다 의미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과 행동들, 그리고 강대국의 횡포에 맞서는 연대를 지구촌 시민사회와 회원국 스스로가 실천할 때, 유엔은 “말잔치”뿐이라는 유엔회의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실질적이고, 강력한 집행력을 갖는 지구적 기구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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