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09-11   782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16호] 우리의 길은 지구촌 공존의 인간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9.11 테러가 발생한지 벌써 만 1년이 흘렀습니다. 테러로 인하여 희생된 넋들을 위로합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주에 결국 이라크에 대해 공습을 하였고, 내일 유엔 총회에서 부시 미대통령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강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불량국가’들에 대한 ‘길들이기’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9.11테러의 희생자를 기리면서,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Not In Our Name! : 우리(희생자)의 이름으로 또 다른 희생을 반대한다!

미국 현지에서는 9.11테러 1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성조기가 거리마다 휘날리고, 미디어들은 저마다 특집편성을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2천 800여명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상처받은 미국의 자존심을 달래고 있지만, 희생자들의 가족들과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테러행위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우리가 그들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누가 죽더라도 그들은 또한 한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어디선가 어머니가 울게될 것입니다. 세상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목소리는 미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반영되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내일(September 11 Families for Peaceful Tomorrows)과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Women in Black)과 같은 희생자 가족 모임은 중동지역과 아프카니스탄 지역에서의 평화를 촉구하고, 반전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9.11 테러가 진정으로 미국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원하고 있으며, 전쟁이 가져오는 이익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테러리즘에 대한 해결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내일과 공동으로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 9.11테러 직후 서명운동과 아프카니스탄 난민지원사업을 펼침)도 미국의 각 지역에서 평화행진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N.S.W.E.R(Act Now to Stop War and Racism : 2001년에 대규모 국제행동의 날을 조직했던 미국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는 국제행동을 계획중입니다.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워싱턴에서 럼스펠트국방장관이 참석할 예정인 군산복합체들의 무기박람회 기간동안 집중적인 캠페인을 펼칠 예정입니다. 이들은 거리의 대규모 반전운동만이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호소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새로운 전쟁반대,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보호, 예산편성에 있어 전쟁에 대한 지출보다는 보건과 교육, 직업에 대해 지출할 것,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의 중단 등을 주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10월 26일에는 대규모 국제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Common Cause(미국 의정활동 감시단체)는 이라크의 공격에 대해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이에 대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Common Cause는 미국인들이 의회와 대통령이 미국 군대를 위험으로 몰아넣기 전에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의회와 미국인들로부터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은 반드시 대통령이 의회로부터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9.11 이후 미국에서는 인권침해의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2001년 10월 의회에서 통과된 미국의 ‘미 애국법'(USA Patriot Act : Uniting and Strengthening of America by Providing Appropriate Tools Required to Intercept and Obstruct Terrorism Act of 2001)은 ‘테러 혐의가 있는 외국인’을 영장 없이 최고 7일(기존 2일)간 구금할 수 있고, 추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도청 대상도 일반 전화 외에 휴대폰 등 모든 통신수단으로 확대하였고, 도청 가능 기간도 현재 90일에서 1년으로 대폭 연장했습니다. 또한 ‘미 애국법’으로 인하여 개인의 신용카드, 이민신분 기록 등은 물론 교육, 도서관, 건강기록 등도 수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하여 미국에서는 강제추방과 구금 및 면회금지 등 이민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테러관련 법안에 의한 인권침해 논란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9.11 이후 테러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입법하려는 움직임은 한국을 포함하여 캐나다, 영국, 인도, 싱가폴 등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은 이미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같은 단체에 의해 제기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국가정보원 주도로 제정을 추진한 ‘테러방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국회 권고안에서도 그 인권침해소지에 대해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 애국법’과 더불어 테러사건을 계기로 이민관련법(Immigration Law) 역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란과 이라크, 수단, 리비아, 시리아, 쿠바, 북한 등 테러지원국 출신의 미국 유학을 금지하고,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지문날인을 의무화하고, 유학생이 이민국에 실제 수업등록 여부를 보고하며, 외국인 입국자들에게 전자카드를 발급하여 입출국 및 국내활동을 감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이와 같은 미국내의 현상은 미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타자에 대한 불관용의 문화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민의 역사로 만들어진 미국은 타문화에 대한 관용보다는 미국적 가치로의 철저한 통합이 우선시되었고, 앵글로색슨 문화의 지향은 극도의 인종주의를 보여왔습니다).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부시의 독단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일까요?

‘검은 진주’에 대한 욕망, 그리고 ‘검은 욕망’ : 중동개입과 군산복합체

2차 대전이후 중동지역은 과거 식민지 모국이었던 유럽의 국가들이 철수하고,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반드시 중동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해야한다는 입장을 가졌는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중 하나는 중동지역의 석유자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부시행정부의 중동지역 석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체니의 에너지 정책보고서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의 석유 공급은 일정한 반면에, 소비는 32%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것은 수입에 대한 광범위한 의존을 의미하므로,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안전한 석유공급확보는 무엇보다 우선하는 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즉, 미국의 중동문제개입은 바로 ‘세계의 평화’가 아닌 미국의 이익에 근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이해관계는 유엔에서 미국의 독단적인 모습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엔과의 관계 속에서 미국의 중동개입을 보면, 지난 30년동안 미국의 중동정책은 교섭거부주의(rejectionism)의 극단적인 형태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967년 유엔은 이스라엘의 군대철수, 팔레스타인지역에서의 인권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242결의를 채택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미국은 1971년 철수란 “미국과 이스라엘이 결정한 범위 내에서의 철수”를 의미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세계 통치하에 놓여 있는 유엔 결의 242조가 1971년이래 갖는 실질적 의미였습니다. 유엔은 이스라엘과 더불어 팔레스타인인에게도 국가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지속적으로 제출하였고, 이스라엘이 철수할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조항까지 첨부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유엔 242결의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고집하면서 자신의 중동지역에 대한 기득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공교롭게도 9.11 테러가 일어나기 몇 주전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유엔 세계회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만입니다

이처럼 중동지역의 석유에 대한 확고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욕망과 더불어 군산복합체의 피의 댓가로 얻어지는 그들의 이익을 위한 ‘검은 욕망’은 끊임 없는 위기조성과 이에 대한 무력사용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군산복합체 연구자 윌리엄 하퉁은 “9.11 테러의 최대 수혜자는 군산복합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9.11 이후 군수업체들은 재고 무기 소비와 주가 폭등으로 많은 이익을 챙겼습니다(9.11 테러 발생 이후 미국의 다우존스가 일주일동안 14.3%가 폭락한 반면, 주요 군수산업체들은 아머 홀딩스 40%, 노스롭 그루만 2.12%, 레이시온 37%, 록히드 마틴 28%의 주가상승이 있었습니다).

군수산업체의 이러한 욕망은 막강한 로비와 인맥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면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통령 딕 체니는 군수산업체의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안보정책센터의 이사를 지냈고,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군수산업체로부터 기금을 받는 ‘Empower America’의 이사와 안보정책센터의 핵심 간부로 활동했었습니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노스만그룹사의 자문위원을 지냈고, 스테판 해들리 안보 부보좌관은 록히드마틴사의 법률자문관 출신입니다. 부시 행정부 전체적으로는 외교안보팀의 약 3분의 2가 주요 군수산업체의 간부, 대주주, 컨설턴트 출신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또한 군수산업체들은 중동과 남아시아 등에 무기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려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반테러 연합’을 확고히 하기 위해 첨예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 및 남아시아 국가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을 심고 있는 것입니다.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강조하는 미국은 아이러니 하게도 생물무기금지협약(BWC) 검증의정서 채택 거부,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파기,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인준 거부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지구적 공동대응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구촌이 직면한 빈곤문제, 환경문제와 같은 ‘인간안보’의 절대적 위협요소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지구촌 시민사회의 지향점은 분명합니다. 폭력에 대한 폭력의 악순환을 그만두는 것, 그리고 지구적 관점에서 지구촌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즉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하는 종합적인 안보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안보’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적과 나의 이분법에 기초한 냉전시대의 안보가 아닌 인권에 대한 옹호와 보장, 환경과 인간의 조화, 빈곤으로부터의 탈피, 대량살상무기 통제 및 재래식무기의 감축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테러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바로 이러한 가치의 실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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