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3-04-04   7833

[아시아 생각] 포스코 정준양, 거짓 약속으로 반기문 조롱하나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포스코 정준양, 거짓 약속으로 반기문 조롱하나

[아시아 생각] 포스코에 맞서는 인도 주민들의 비극

 

디렌드라 판다(Dhirendra Panda) 인도 인권 활동가 

 

필자는 인도 오디사(ODISHA) 출신의 인권 활동가다. 보통 포스코나 인도 정부, 혹은 사람들이 내리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지만, 그러한 결정들 때문에 인권 침해가 발생할 때 우리는 큰 불안에 싸인다.

 

한국과 인도의 많은 친구들은 ‘(포스코의 종합 제철 단지 건설과 관련해) 토지 수용이 자발적으로 이뤄졌으며, 오디사 주 정부가 행동에 나서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됐기에 포스코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현지 조사, 문서 작업, 공식 기록 검토, 조사 보고서 등을 통해 포스코가 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역의 80% 이상의 주민이 토지 수용에 반대하고 있고, 이에 정부와 포스코 지지자들이 ‘무력’을 사용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우리는 2013년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을 방문해 한국 사람들과 한국 정부, 포스코, 시민사회와 한국 인권 활동가들에게 포스코 때문에 인도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해 알리고, 포스코 인도지사가 인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달라고 촉구했다.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오디사 사람들에게 한국 시민단체, 인권 활동가, 변호사, 교사, 학생, 노동조합, 언론 등 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연대에 깊이 감사한다. 오디사 사람들에게 오디사에서 포스코가 보이는 품격 없는 모습과 한국 사람의 모습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알릴 것이다.

 

2013년 2월 4일, 자신들의 마을에서 포스코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것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이던 평화로운 여성과 아이들을 오디사 산업 개발 협력(IDCO) 관계자와 오디사 경찰이 몽둥이로 구타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경찰들이 후추나무 밭을 강제로 점거했을 때 자가싱푸르(Jagatsinghpur) 지역 경찰청장과 행정관들도 함께 있었다. 2월 8일 윤용원 포스코 인도법인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토지 정리 절차가 다시 시작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더 이상의 어려움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지대를 다지는 일을 곧 시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주민

▲ 인도 경찰에 연행당하는 주민. ⓒDhirendra Panda

 

3월 1일 저녁부터 더 많은 경찰들이 지역에 배치됐고, 파타나(Patana)와 고빈푸르(Gobindpur) 사이를 잇는 도로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3월 2일, 고빈푸르 마을로부터 2km 떨어진, 포스코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 근처에 경찰 7개 소대가 더 배치됐다. 오후 6시 30분,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에 폭탄 두 개가 날아들어 마을 주민 3명이 즉사하고 많은 이들이 다쳤다. 포스코 프로젝트에 맞서기 위해 조직된 ‘포스코 프라티로드 상그람 사미티’의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파타나 마을의 집 뒤쪽 호수 근처에 서 있던 이들이었다.

 

폭탄이 터진 후 15시간 동안 경찰이나 의료진들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도 오지 않았다. 충격에 빠진 마을 주민들은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음날 오전 4시가 되자 경찰 12개 소대가 들이닥쳐 이후 한 달 동안 계속된 후추나무 밭 수용 작업을 재개했다. 3월 7일,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여성들이 현장에서 나체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이준규 인도 주재 한국대사가 방문했을 때 오디사 사람들은 그가 오디사 정부의 행동을 비판하지는 못할지라도 마을 주민들의 처지에 적어도 공감을 표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는 언론에 ‘기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오디사 주지사에게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오디사 주시사가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올해 안 적합한 시기에) 착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위와 같은 일들은 지난 8년간 오디사 정부와 포스코 지지자들이 포스코에 평화롭게 저항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가한 수백 차례의 위협과 괴롭힘 중 지난 두 달간 일어난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그램 사바스(Gram Sabhas, 판차얏 지방 자치 단위에 속한 마을들과 관련된 모든 시민의 자치 개발 조직)는 포스코 프로젝트를 위한 토지 수용에 세 차례나 반대했다(2008년 3월, 2010년 2월, 2012년 10월). ‘자유롭고 정보가 제공된 사전 동의’ 없이 정부는 토지를 수용하기 위해 무력 진압을 가속화했다. 포스코는 인도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적인 저항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고통스러운 비극들을 대가로 거대 규모 프로젝트를 강행할 뿐이었다. 지난 수년간 ‘포스코 프로젝트’는 5명의 죽음과 수많은 사람들의 부상, 만성 질환, 수백 명의 아이들과 여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야기했다.

 

 

비폭력

▲ 포스코 제철 단지 건설을 위해 토지를 강제 수용하려는 인도 정부에 맞서 비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는 주민들. ⓒDhirendra Panda

 

마을 주민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포스코-인도 프로젝트 진행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진압의 목표가 됐다. 마을 주변에 상시로 거주하는 대규모의 경찰력은 포스코 프로젝트 예정 부지에 공포를 유발하는 범죄자들을 부추기고만 있다.

 

마을 주민들은 언제 무장한 경찰이 쳐들어와 땅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지속적인 공포 속에 살고 있다. 경찰과 포스코 지지자들이 가하는 협박, 연행, 고문, 괴롭힘, 그리고 대규모로 배치된 경비 용역과 용병들은 2만 명의 마을 주민들을 마치 열린 감옥에 거주하는 것처럼 마을 경계를 넘지 못하게 하고 마을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시켰다.

 

의료 지원을 받거나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혹은 다른 긴급한 이유로 마을 경계를 넘어간 사람들은 학대당하거나 체포당했다. 자의적 구금이나 학대에 대해 피해자들이 넣은 진정은 지방 경찰서에서 무시당했다. 병든 여성과 아이들을 비롯한 환자들은 몇 년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아이들은 마을 밖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적어도 14명의 여성이 수술이 필요한 수준의 심각한 산부인과 질환에 몇 년 동안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경찰들로부터 공격당할까 두려워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이들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정부는 마을로 밀고 들어왔고, 마을 주민들의 주된 생활 수단이자 수입원인 후추나무들을 파괴했다.

후추나무

▲ 쓰러진 후추나무들. ⓒDhirendra Panda

 

나아가 법적인 제재도 마을 주민들에게 위협이 됐다. 오늘날까지 오디사 주 정부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적어도 240개의 형사 사건을 등록했으며 약 1500통의 영장을 발부했다. 그중 340통은 여성들에게 발부됐다. 대부분의 고소인은 정부 관계자, 포스코 직원 그리고 포스코 지지자들이었다. 마을 회장은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다가 수도 없이 연행됐다. 마을 주민 2명은 여전히 감옥에 있다.

 

포스코 경영진은 오디사에서 자신들이 진행하려 하는 프로젝트로 충격을 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할 책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은 모든 기업이 인권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며 ‘다른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기업들이 관여하고 있는 사업이 (실질적이거나 가능성이 있는) 인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OECD 회원국의 모든 기업은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OECD 가이드라인 4장은 기업들에게 “인권을 보호해야 하며, 이는 다른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고 그들이 관여하고 있는 사업들이 인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공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는 또한 기업들에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고 인권 침해에 연루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2년 5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해당 서한에서 정 회장은 “포스코는 인권을 존중하는 글로벌 콤팩트의 10가지 원칙을 지지합니다”라고 밝히며 “이 서한에서, 우리는 우리가 영향을 끼치는 분야에서 이러한 원칙들을 증진시키려는 의도를 표하는 바입니다”고 썼다. 오디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포스코 프로젝트의 부정적 영향은 이 약속이 조롱거리에 불과하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마을 주민들은 무장한 경찰력이 언제 자신들의 땅을 빼앗아가면서 또 다른 죽음을 부르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할지 모른다는 지속적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어떠한 기업의 사업도 강압적인 국가 조직을 등에 업고 주민들의 의사에 반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한국 정부와 인도 정부에 포스코가 오디사에서 인권을 보호하도록 보장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노인

ⓒDhirendra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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