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유엔UN 2014-02-16   2111

[보도자료] 5개 국내 인권시민단체, 유엔 인권이사회에 국가정보원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서면의견서 제출

5개 국내 인권시민단체, 유엔 인권이사회에 국가정보원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서면의견서 제출

한국 국정원, 국가정보기관의 모범관행에 대한 국제 기준에 뒤떨어져 

 

오늘(2/16)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국가정보원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서면의견서(written statement)를 제출하였다. 오는 3월 3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제25차 정기회를 앞두고 제출된 이번 서면 의견서는 한국의 정보기관의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인권시민단체들은 서면의견서에서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개입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사후 책임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현재 한국 국가정보원 관련 제도와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유엔 반테러 특별보고관이 2010년에 발표한 “테러리즘 반대와 관련하여, 정보기관이 감독을 포함하여 인권 존중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틀에 대한 모범 관행”과 여러 면에서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 국가보안법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 수사기관과 별도로 직접 수사, 체포,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 법률상 업무범위는 상당부분 모호하며 법률에 기반하지 않은 대통령령이나 규칙에 근거하여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 정치개입 활동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 내국인 사찰과 같은 인권침해를 자행한 경우 수사기관이나 국가인권기구가 이를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 이에 대한 행정부 내부나 사법부, 국회의 민주적 통제 장치가 미비한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한국 정부에 △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특별 검사를 도입할 것 △ 인권침해와 관련된 업무를 지시하거나 이행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모두 처벌할 것 △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국내 보안정보 수집 권한을 폐지할 것 △ 국가정보원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다른 기관에 이관할 것 △ 국가정보원의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을 폐지하고 다른 기관에 이관할 것 △ 국가정보원의 심리전 기능을 폐지할 것 △ 국가정보원의 감청 대상 및 집행 과정이 내외국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원과 국회에서 엄격히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 국가정보원이 민주적 통제 범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연명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 이번 서면의견서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 자격을 가진 단체인 참여연대 및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국내 인권시민단체의 공동의견서(joint statement) 형식으로 제출되었다. 특별협의지위란 이사회의 특정 영역에서 활동하거나 전문성이 있는 NGO에 부여되는 지위로 이사회 산하 위원회나 하부기관에 구두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고,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번 서면의견서의 번역은 자원활동가 이지용님께서 수고해주셨다.

 

▣ 붙임자료 1. 국가정보원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서면의견서 (한글)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불법 개입한 사건을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과도한 업무 범위와 권한, 권한의 자의적 남용과 정치 개입, 민주적 통제장치의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태생적으로 국가 권력을 남용할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국가정보원이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활동을 벌이지 않도록 법적인 권한을 축소하고 민주적 통제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 기관들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집권 여당의 재집권을 위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7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심리전단과 민간인을 동원하여 인터넷 대형포털, 카페, 소셜미디어 등에서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다수 작성 및 배포해 관련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2월, 검찰은 국가정보원이 트위터에서만 1,157개의 계정을 동원해 선거, 정치 관련 최소 78만 6천의 트위터를 조직적으로 올리거나 퍼다 나른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전직 국가정보원장과 일부 간부들이 형사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국회는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정보원 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고 은폐와 수사 방해가 계속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개인은 상사로부터 어떠한 행동을 취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해서 해당 인권침해에 대한 형사 책임이 면제되지 않으며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했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개입 사건에 있어 검찰은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대선에 불법 개입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불기소 했고 현 국가정보원장은 불법 대선개입을 합법적인 대내 심리전이라 주장하며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며 재판을 받는 일부 직원들에게 법률 비용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반면 국가정보원의 대선 불법개입 사실을 밝힌 내부고발자들은 징계했다.

 

이처럼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개입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사후 책임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현재 한국 국가정보원 관련 제도와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반테러 특별보고관이 2010년에 발표한 정보기관 모범관행과 여러 면에서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내 및 국외 정보를 모두 한 기관에서 다루는 단일정보기관이고 비밀정보기관이면서 대공분야 수사권과 정부 보안업무 기획조정 기능과 같은 집행 권한도 가지고 있다. 그밖에 법적 근거 없이 대북 대내 심리전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우선 정보기관의 임무는 정보의 수집, 분석, 배포로 제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가정보원은 동시에 국가보안법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 체포,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가정보원은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기능을 보유하는 등 집행 기능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안전행정부의 ‘신원조사 업무에 관한 사항’,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물 및 영화의 검열, 조사, 분석 및 평가에 관한 사항’, ‘대공심리전에 관한 사항’, ‘대공민간활동에 관한 사항’ 등이 있다. 

 

둘째, 정보기관은 불법적인 활동을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권한의 남용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 정보기관의 권한을 법률로 엄밀하고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업무범위는 상당부분 모호하며 법률이 규정한 것을 넘어선 권한을 법률에 기반하지 않은 대통령령 (보안업무규정, 정보및보안업무기획조정규정 등)이나 규칙(국가대테러활동지침,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 등)에 근거하여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장이 임의로 제정할 수 있는 “규정”의 내용과 범위는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한국의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셋째, 정보기관은 어떠한 정치적 활동에도 관여하지 말아야 하고 합법적인 정치활동이나 인권을 침해하기 위해 권한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한국 국가정보원법에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정치적 활동 개입 금지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의 실질적인 정치개입 활동은 일상화되어 있다. 국가정보원은 불법 대선개입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도 해당 활동이 북한의 심리전으로부터 ‘국민의 오염’을 막기 위한 합법적인 대내 심리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정보원은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 혹은 비난뿐만 아니라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정부를 비판해 온 시민사회를 비난하는 글을 온라인 상에 게재했다. 이처럼 국가정보원이 인권을 침해하기 위해 권한을 악용하고 있으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인권옹호자들의 공간을 조직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넷째, 정보기관의 활동과 관련한 민원과 소송의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다루는 기관은 기관 및 정치권력 및 행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하고 정보 등에 아무런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며 구속력 있는 지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국가정보원이 불법사찰과 같은 인권침해를 자행한 경우 수사기관이 이를 철저하게 조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국가정보원 직원에 대한 수사권을 국가정보원이 보유하고 있고, 만약 다른 수사기관이 국가정보원 직원을 구속하려면 미리 국가정보원장에게 통보해야 하는 등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에 제약이 많다. 국가정보원 관련 인권침해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구속력 없는 권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조사를 위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려워 이 또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정보원이 이처럼 과도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행정부 내부나 사법부, 국회의 민주적 통제 장치는 미비하다. 국회에는 정보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나 해당 위원들이 다른 상임위원회와 겸임하고 있으며 기밀보호의 이유로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되고 보좌관을 비롯한 전문가의 조력을 받지 못한다. 또한 국가정보원은 사찰을 목적으로 국회를 포함한 국가 기관에 정보원(IO)를 파견하고 있다. 국회에 파견된 파견관들은 국회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고 실질적으로 사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내국인 감청 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인터넷 회선 전체를 감청하는 등 그 대상이 전체적으로 과도하고 전체 정보수사기관 감청건수 중 국가정보원의 비중이 연간 최대 98%에 이르는 등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한국 시민단체들은 아래와 같이 한국 정부에게 권고한다.

–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특별 검사를 도입할 것

– 인권침해와 관련된 업무를 지시하거나 이행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모두 처벌할 것

–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국내 보안정보 수집 권한을 폐지할 것

– 국가정보원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다른 기관에 이관할 것

– 국가정보원의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을 폐지하고 다른 기관에 이관할 것

– 국가정보원의 심리전 기능을 폐지할 것

– 국가정보원의 감청 대상 및 집행 과정이 내외국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원과 국회에서 엄격히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 국가정보원이 민주적 통제 범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할 것 

 

▣ 붙임자료 2. 국가정보원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서면의견서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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