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기획재정부의 편파적 ODA 여론조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기획재정부의 편파적 ODA 여론조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OD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설문조사는 객관성과 정당성을 결여하였다.  

국민 세금을 낭비하여 여론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기재부는 이번 사태를 공개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ODA 여론조사는 시민사회단체와 민간 전문가의 참여하에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KDI와 협조하여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및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인지도와 국민여론 파악을 위해 한국갤럽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3월 18일자 보도자료로 배포하였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다수 언론에 “공적개발원조는 유상원조가 바람직” “국민 85.3% 해외원조규모 늘리지 말아야” “국민 셋 중 한 명 해외원조 중단해야” 등의 제목 하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분야 시민단체들의 연대모임인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이 이 설문조사의 문항을 입수하여 살펴본 결과, 설문 자체가 편파적으로 작성되어 공적개발원조(이하 ODA)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것으로 판단되는 바 이에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한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도 설문조사 내용에는 없는 자의적 해석을 덧붙여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고 있음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1. OD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질문 내용

동 설문조사는 문항의 구성과 내용이 OD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즉, ODA 재원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면서 ‘무상으로 주는 단순 재정지원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와 같은 보기와 ‘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ODA 분야의 세금 투입량을 늘려야 한다’와 같은 보기를 제시하며 동의 여부를 묻고 있다. 이러한 문항들은 ODA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무상원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 지원이 아닌 유상원조가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ODA 형태’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유상원조는 과도한 채무상환의 의무를 부과하여 수원국 빈곤퇴치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때 유상원조를 대폭 실시해오던 여러 원조 선진국들이 이러한 반성 끝에 최근 최빈국에 대한 채무탕감과 무상원조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반면 무상원조는 ‘단순 재정지원’이 아니라 UN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달성을 위한 보건․교육을 비롯한 사회개발과 기술협력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식의 ODA 형태로서 무상원조 형태의 원조제공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또한 ODA 총액 확대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사항이다. 한국은 국민총소득(GNI) 대비 0.12%를 ODA로 제공하고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회원국 23개국 중 꼴찌이며 회원국 평균 수준인 0.31%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같이 한국 정부의 ODA 규모가 국제사회 기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전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대통령이 나서 2015년까지 ODA 규모를 국민총소득(GNI)의 0.25%로 늘리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국가를 재건하고 산업화를 달성하기까지 50여년간 120억 달러(현재 가치로 약 70조 원 상당)가 넘는 규모의 원조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경험을 뒤돌아 볼 때 국제사회에 약속한 원조규모를 달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ODA의 규모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국제 사회에 대한 책무라는 맥락설명 없이 ‘재정적 어려움에도 ODA에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식의 보기를 통해 설문 응답자들에게 ODA 규모 확대에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

나아가 이 조사는 가장 효과적인 ODA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는 경제인프라 건설, 해외 자원봉사단 파견, 경제발전 경험과 지식 공유 등의 5개 항을 제시한 뒤 선택하도록 하였으나 ODA의 핵심 분야인 보건, 의료, 교육 등 사회적 개발 영역은 아예 선택 항목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내용과 당위성 측면에서 ODA가 빈곤퇴치를 목적으로 한다는 인식을 흐리게 만들었다. 또한 ODA 예산의 적정 수준에 대해 질문하면서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주관식으로 적게 하고 축소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므로’ 등 5개의 문항을 제시한 뒤 중복 응답하도록 하는 등 객관성과 균형을 잃은 방식의 문항을 제시함으로써 ODA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2. 설문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기재부 보도자료

기획재정부는 위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민들은 바람직한 ODA 형태로 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ownership)을 강조하는 유상원조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주인의식’을 유상원조를 설명하는 수식어처럼 사용함으로써 마치 유상원조는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반면 무상원조는 단순히 퍼주기식이라는 인식을 유포하고 있다.

그러나 유상원조든 무상원조든 모든 원조는 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을 중심에 두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또한 한국 정부의 유상원조 70% 정도는 조건을 달아 제공하는 구속성 원조(tied aid)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데 수원국이 한국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오히려 주인의식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서 “한국은 2009년 양자 ODA의 75%를 2015년까지 비구속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고 하며 한국 정부에 대해 고채무빈곤국(HIPCs)에 대한 차관 등 구속성 유상원조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유상원조의 개선점에 대한 반성은커녕 보도자료를 통해 오히려 유상원조가 수원국의 주인의식을 강조한다고 잘못된 해석을 덧붙이는 동시에 무상원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며 무상원조가 마치 ‘무조건 퍼주기식’ 정책이라는 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였다.

우리는 ODA의 축소 또는 중단에 초점을 맞춘 설문과 보도자료를 보며 기획재정부와 KDI의 조사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는 최근 2012년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실시한 ‘ODA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 및 국제비교’ 조사연구와 비교해보아도 설문의 내용과 방식,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여부에서도 형평성과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고 따라서 결과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2010년 초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고, 2011년에는 부산개발원조총회를 성공적으로 주최하여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관심과 기대를 받아왔다. 특히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 한국의 경제규모에 합당한 비율로 대외원조를 늘리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해왔다. 또한 KIEP의 설문조사 결과 정부의 대외 원조 제공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89% 로 2005년에 실시된 조사에 비해 그 비중이 약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ODA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이번 설문 조사 결과 발표는 이 같은 한국 정부의 ODA 개선 노력을 스스로 평가절하 및 부정하고 ODA에 대해 높아지는 국민들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우리는 총리실을 비롯하여 ODA와 관련한 정부 부처가 긴밀하게 협력하여 기획재정부가 편의주의적인 태도로 국민의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여 유상원조와 KSP 중심의 자의적인 ODA 정책 수립을 꾀하고 있는 현 상황을 시급히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 파리선언과 부산 파트너십과 같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고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의 ODA 정책을 선진화하고 ODA의 중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2013년 3월 31일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 국제민주연대, 굿네이버스, 글로벌발전연구원(ReDI), 기아대책,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안브릿지,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월드투게더,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구보건복지협회, 정의로운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 연구소, 지구촌나눔운동, 참여연대, 코피온,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인권재단, 한국투명성기구, 한국YMCA전국연맹,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환경재단,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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