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10-09   1625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20호] 세계화의 첨병 세계무역기구의 형성과정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북한 응원단의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하죠? 미국의 대북특사도 북한을 방문하고, 일본은 10월말 수교협상을 재개한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체제의 흐름 속에서 세계무역기구(세계무역기구)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2차 대전이후 세계 경제체제의 흐름

2차 대전 이후 전세계에는 미국의 주도로 전후복구와 세계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경제메카니즘이 수립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외환의 안정과 외환제한의 폐지, 부흥개발자금의 공급, 자유무역체제의 확립이었는데, 각각의 목표에 대하여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 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창설로 구체화되었습니다(브레튼우즈체제 : Bretton Woods의 확립 1944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는 환율의 변동이 없거나 그 변동폭이 극히 제한되는 고정환율제도로서 금과 달러의 연계를 통한 금환본위체제였는데 1970년대 초 미국의 경제력이 줄어들자 1971년 미국의 닉슨 선언(고정환율제의 포기)에 의해 실질적으로 붕괴되었고, 이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닉슨선언으로 인하여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되자, 고정환율제의 유지라는 국제통화기금의 역할은 종결되어, 이후 융자기관으로 변모하였습니다. 개발도상국과 저발전국에 대한 장기융자를 실시하였고, 탈냉전시대에는 사회주의국의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지원하는 융자제도를 설치하는 등 그 역할을 점차 확대하였습니다. 전후 유럽복구를 위한 마샬플랜을 지원했던 세계은행은 1940년대 이후 주로 남반구의 국가들에 대해 개발 자금을 융자하기 시작하였습니다(1944년 창설부터 1993년까지 세계은행은 3,500건 이상의 2,350억 달러의 자금을 대부하였는데, 그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융자였습니다).

한편, 2차 대전후 자유무역체제의 확립은 미국 정부의 주도로 유엔의 특별기구로서 국제무역기구(International Trade Organizzation : ITO)의 설립을 추진하고 ITO 헌장(Havana Charter)까지 작성하였으나, 미 의회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ITO헌장초안은 단순한 세계교역의 규율 차원을 넘어서 고용, 상품협정, 제한적 기업관행, 국제투자 및 서비스 등에 관한 규범까지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국제무역기구의 추진과 별도로 1946년에는 50개 참여국 중 23개국이 관세를 인하하고 양허하기 위한 협상을 하기로 결정한 첫 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이 진행되어, 전세계 무역의 약 1/5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45,000개의 관세양허를 채결하여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이 출범하였습니다.

GATT체제는 지속적 관세인하에 대한 협상에서 반덤핑 협정, 교역장벽의 해결과 교역체제의 개선을 다루는 무역협상까지 점차 그 내용을 확대하였고, 1986-1994년 동안 진행된 제8차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를 마지막으로 타결지어 세계무역기구의 출범의 길을 다졌습니다. GATT체제의 변화는 세계경제의 변화를 반영하며, 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품무역이 자원집약형·노동집약형 재화로부터 기술집약형·지식집약형 재화로 전환

▲ 서비스 무역, 금융거래, 기술교류, 자본거래 증대

▲ 관세인하와는 별도로 비관세장벽 등 새로운 보호주의 성행

이러한 점에서 관세인하를 통한 자유무역의 증진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상품무역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무역과 국제 금융자본의 형성은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였으며, 이에 부응한 것이 바로 세계무역기구입니다(이외에도 GATT체제는 세계무역기구에는 포함된 농업분야의 자유화에 실패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는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이 협정에 따라 다른 나라의 국경을 마음대로 들락거리면서 경제적 국경의 소멸을 통해 세계화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은 세계무역기구의 협정들을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의 부속협정을 보면은 1994년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농업협정,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 섬유 및 의류에 관한 협정,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 무역관련 투자조치에 관한 협정(TRIMs : : Trade Related Investment Measures), 반덤핑 협정, 관세평가 협정, 선적전 검사에 관한 협정, 원산지규정에 관한 협정,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 긴급수입제한조치에 관한 협정,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분쟁해결규칙 및 절차에 관한 양해, 무역정책검토제도, 복수국간 무역협정이 있습니다.

이러한 협정들은 대부분 GATT체제를 계승하는 것이지만,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것입니다. 먼저, GATT체제는 상품거래만을 다루었던 반면에 그 범위가 비약적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농산물협정은 농산물에 대한 ‘예외없는 관세화’, ‘최소시장접근방식’ 도입과 농산물에 대한 수입부과금, 수입수량제한, 최소수입가격, 수입허가증, 수출자율규제, 국영무역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점차적으로 철폐 내지 감축을 통하여 농산물에 대한 무역자유와 탈규제를 추구하고 있고, 서비스 무역협정도 모든 서비스 교역에 대한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 부여, 서비스 무역 자유화 대상분야에 대한 포지티브 방식(Positive List System) 적용, 시장접근 및 내국민대우 관련규제 및 무역, 유통, 금융, 관광, 통신, 건설, 운송분야 등의 시장을 개방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 문화, 보건 등의 분야도 개방과 자유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무역은 또한 서비스 그 자체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뿐만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 인력이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자유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GATT체제는 개별국가들에 대한 강제수단이 없었습니다. GATT 체약국들은 관세와 관련한 조항은 의무적으로 이행하지만, 무역에 관한 조항은 국내법이 우선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이에 반하여 세계무역기구의 협정은 회권국이 모든 조항에 대해 일괄수락(single undertaking)을 강제하고 있고, 회원국은 국내법이 세계무역기구협정과 모순되는 경우에는 각국의 법을 세계무역기구협정과 일치하도록 개정할 의무가 있습니다. 더욱이 과거 GATT체제 하에서는 각국의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조항을 인정하였지만, 세계무역기구협정은 거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그 시행도 매우 경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무역기구체제하에서는 각국의 경제정책의 자율성이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분쟁해결권의 강화입니다. 자유무역기구의 실패에 따른 한시적 기구로서 출발한 GATT체제에서는 각종의 교섭, 분쟁 처리시에 각 체약국의 신청이 있을 때만 개입했고, 그 해결도 대부분 관계당사국간의 교섭에 맡겼지만, 세계무역기구는 분쟁 발생시 패널을 설치하여 심리를 진행하고, 패널의 결정을 분쟁국 모두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집행부?! :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80년대 초반부터, 외채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IMF, 세계은행은과 세계무역기구의 등장은 1990년대초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는 두뇌집단이 내놓은 신자유주의 전략의 구현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란 이것은 자유무역, 금융 자유화, 외국인투자 인센티브, 탈규제, 세금 감면, 긴축재정과 민영화, 고금리 및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 초국적자본의 프로젝트입니다. 신생국가들은 재정긴축, 경쟁환율제, 외국인투자제한 폐지, 국영기업의 사유화, 탈규제화, 재산권보호 등의 개혁조치를 취하라는 것입니다. 즉,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제3세계국가와 개발도상국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충실했던 IMF와 세계은행이 그동안 벌여온 안정화 계획과 구조조정정책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자금 융자를 통해 각국이 자유무역과 초국적 기업에 대한 문호 개방을 하도록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 수많은 제3세계 국가들은 공기업의 민영화, 정부기능의 축소와 사회보장지출의 삭감, 노동시장의 유연화, 농업·식량·보건·교육 등에 대한 보조금의 삭감,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긴축정책(금리인상과 통화량 억제 및 긴축재정) 등을 실시하였고, 이렇게 개방된 시장은 초국적 기업과 국제금융자본에 의해 유린되었습니다.

세계무역기구의 활동과 절차 또한 선진국과 시장세력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체제의 분쟁해결은 가장 적나라하게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유리한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체제 하에서 분쟁에 대한 판단은 단 3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에서 하게 됩니다. 패널보고서는 자동적으로 채택되며, 패소한 국가는 자국의 정책을 변경하던지, 아니면 상대방으로부터 보복조치를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힘이 약한 국가들이 설사 패널에서 승소하더라도 ‘패소한’ 제국주의 국가들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강대국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는 ‘비관세장벽’의 철폐라는 이름으로 국내정책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겠습니다. 비관세장벽이라는 개념은 제3세계 국가들의 국민경제적·사회적 필요에 따른 정책들을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일례로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TRIMs)’에서는 명시적으로 국내생산품정책이나 무역수지균형정책을 금지시키고 있어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은 국민경제적 필요에 의한 자율적인 정책구사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비관세장벽’에는 노동, 환경, 보건 관련 국내정책까지 포함되어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위에 근거한 에피소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99년 한국의 소주 값이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른 배경에 EU가 “스카치위스키”와 같은 양주와 비교해 지나치게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 일본의 소주와 마찬가지로 소주도 패소하여 값이 오르게 된 사연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자국의 조건과 아무 상관없이 WTO 체제하에서는 충분히 ‘소송’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시사적입니다.

관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