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07-31   1640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10호]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 :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를 향하여

무더위에 건강하세요? 쉽게 짜증내고 화낼 만한 날씨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최근에 가장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개발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발(발전)권이란?

개발권은 1986년 ‘발전을 위한 권리 선언’을 통하여 그동안 세계인권선언에서 추상적 지향이었던 것이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로 인정되었습니다. “포괄적인 경제·사회·문화·정치적 과정으로서, 개발과 그로부터 산출되는 이익의 공정한 분배에 있어서 자유롭고 적극적이며 의미 있는 참여의 기초 위에서 전 인구와 모든 개인들의 복지의 부단한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규정되는 개발권은 인권을 좀더 거시적이고 경제, 사회 구조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하겠습니다. 즉 개발은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개발이어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러한 개발권의 개념은 자유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브레튼우즈체제와는 달리 국제경제 질서 재편을 통한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결성된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의 창설에서도 같은 맥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발(발전)에 대한 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과정에서 제기되었고, 이후 1990년대 초반 탈냉전시대를 맞아 개발로 인하여 야기된 빈곤과 실업, 환경파괴, 각종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 요청되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개최된 회의가 사회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for Social Development, Copenhagen, 1995)였습니다.

사회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

1991년에 처음 제기된 이래로 1992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및 자카르타 비동맹 정상회의 지지를 거쳐 유엔총회에서 개최가 결정되었습니다. 유엔 총회의 결정에 따라 1995년 3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18개국 정상을 포함하여 180여개국 정부수반들과 2000여개 민간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사회발전정상회의는 사회개발에 유리한 환경조성, 빈곤퇴치, 생산적 고용의 증대, 사회적 통합의 강화에 대한 광범위하고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발상은 최우선적으로 인간의 기본적 욕구 충족과 인간중심의 발전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즉, 개발에 의한 인간안보(human security) 보장을 사회발전의 중심축으로 설정하자는 것입니다(인간안보의 개념은 음식, 주택, 물, 의료에서부터 민주주의, 법의 지배, 고용과 소득, 오염 방지, 종교자유, 범죄까지 매우 폭 넓은 개념입니다).

이에 대하여 민간단체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강제력있는 내용을 제시하였습니다. ILO와 기존 인권규약의 비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강화, 투기성 거래의 통제, 빈국에 대한 국제적 금융지원과 20:20원칙(해외 원조 기금과 국가 재정의 20%를 교육, 보건, 빈곤퇴치, 여성지위 향상 등에 투자하는 것을 제도화) 적용 등이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기존의 국제규약에 대한 비준을 촉구하고, 경제사회이사회에 의한 국제 금융기구 감독과 경제안전보장이사회의 구성안, 국제 금용시장과 실물시장에서의 투기성 거래에 대한 세금부과, 투자기금 강제예탁제, 금융거래 보고체제 수립안을 제시하였습니다.

80:20으로 갈라진 세계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갈등

하지만 사회발전정상회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갈등으로 인하여 폭넓은 사회발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하였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주로 외채탕감과 빈곤, 원조증액에 대하여 관심을 앞세워 사회발전의 문제를 단지 경제적인 문제로만 접근하였습니다. 또한 사회발전의 문제는 경제발전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귀에 익은 이야기를 되풀이했습니다. 한편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강화의 원칙엔 찬성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GNP의 0.7%를 해외원조에 제공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지키는 국가는 3∼4개국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해외 원조 증액에 대해서 선진국들은 자국내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하여 개발도상국의 인권상황과 당사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WTO체제에 대한 옹호와 시장경제적 해결을 앞세웠습니다.

이와 같은 갈등은 개발도상국 인구의 3분의 1이 절대빈곤상태에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1억 2천만의 실업과 7억의 성인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급여를 받는다는 현실을 보았을때, 저개발국의 빈곤문제와 개발도상국을 압박하는 세계경제체제가 커다란 문제였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문제와 IMF에 의한 구조조정계획은 사회발전회의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선진국, 개발도상국, 민간단체간의 설전이 벌어졌는데, 결론은 전후 반세기를 지배해온 브레튼우즈기관들에 대한 유엔의 감독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결국 사회발전정상회의에서는 기존의 구조조정이 갖는 해로운 사회적 결과 및 사회적 책임성과 연관성을 갖는 구조조정 계획의 필요성을 문안에 삽입하고 유엔과 브레턴우즈기관 사이의 조정 증대 및 구조조정 계획의 수립과정에 ILO 등 유엔 기관들과 민간단체들의 ‘참여보장’이 중요하다라는 합의를 도출하였습니다.

성장인가, 혹은 인간중심의 개발인가 : 긴장의 지속

사회발전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코펜하겐 사회발전선언과 행동계획(Copenhagen Declaration on Social Development and Programme of Action)은 발전의 목표가 인간중심이어야 하고, 빈곤퇴치, 완전고용, 사회적 책임성을 수반하는 구조조정, 발전의 과정에서 여성의 중심적 역할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등을 강조한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무엇보다도 유엔이 외채, 구조조정, 무역불평등 같은 국제경제의 문제를 비교적 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향한 성과라 하겠습니다(이와 관련 초국적 기업을 글로벌 거버넌스의 틀에 끌어들이기 위하여 2002년 7월 가나에서 Global Compact가 공식 출범하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중심의 발전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사회개발정상회의 이후 유엔은 빈곤 퇴치를 위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빈곤자 수를 2015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하였고, 2002년 3월 멕시코에서 개발도상국 개발 재원 문제를 논의하는 최초의 유엔 회의인 ‘유엔 개발재원 회의’를 개최, 빈부격차를 확대한 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개발도상국 개발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빈국 지원의 재원 확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특히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바 있는 선진국 GNP의 0.7% 지원은 미국 등의 반대로 삭제되었습니다! 더욱이 남미와 아프리카의 외채문제, 사회개발정상회의 이후 불어닥친 동남아의 금융위기, 이로 인한 인간파괴와 사회파편화의 문제 등에 대한 유엔의 무기력한 대응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 틀로써 유엔의 입지를 왜소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유엔의 민주화와 개혁, 이를 통한 국제 경제기구들에 대한 개입은 외면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우리는 이와 관련 제 3세계문제를 주로 부각시켰던 유엔무역개발협력기구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세계화에 대한 반대와 인간의 얼굴을 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향한 뜨거운 움직임이 있음에 희망이 있습니다. 즉 외채탕감 운동인 ‘주빌리2000’‘주빌리 사우스(jubilee south)’의 캠페인’, 투기자본 통제를 위한 토빈세 과세운동(국제자본거래에 대한 과세와 이를 통해 확보된 세원으로 국제적 공공재화 확보, 극빈국 외채 탕감을 주장)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하여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ld is Possible!)’는 모토아래 모인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등 밑으로부터의 움직임은 국가, 국제기구, 초국적 기업, 지구촌 시민사회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간의 얼굴을 한 글로벌 거버넌스’로 나아가는 또하나의 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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