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10-30   1047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23호] 반세계화 투쟁의 흐름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지난 26일 인사동 문화마당에서는 500여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반전평화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습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 주최로 진행된 이날 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멕시코, 인도 등 전세계에서 각각 개최되었습니다. 이라크 공격이 미 의회의 승인을 얻은 가운데 다시한번 전운이 감도는 이때, 그리고 북한의 핵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지금 한반도의 장래 역시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무력이 아닌 대화와 외교로서 해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오늘은 반세계화 투쟁의 흐름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WTO 반대행동 : 1999년 시애틀

1999년 11월 31일 시애틀에서의 WTO 반대행동은 지불유예선언이라는 ‘모라토리엄(Moratorium) 선언문’이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선언문은 “자유무역체제가 민주주의·인권·노동권·환경·문화 등 인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포괄적이고 충분한 조사·평가가 선행되기 전까지는 뉴라운드 출범이 유보(Moratorium)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더 많은 자유화·개방화’를 위한 어떠한 추가적인 자유무역 및 투자협상도 거부하며, 이것의 연장선에서 “어떤 새로운 이슈가 WTO에 편입됨으로써, 그것의 영향력과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호소문에 전세계 80개국, 1300여개 이상의 사회운동단체들이 동참하였습니다. WTO 회의가 열렸던 시애틀은 야간통금과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수백명이 체포되는 등 인권 및 환경단체, 노조 등 각국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된 수만명의 시위대들이 WTO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애틀 반대행동 이후 지속되는 반세계화 행동 : 2000년

20세기의 마지막 해를 시애틀에서 반세계화 행동으로 장식한 지구촌 시민사회의 국제연대는 2000년에도 이어졌습니다. 주요 반세계화 행동을 보면 ▲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 맞선 다보스행동, ▲ 2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총회에 맞선 방콕행동, ▲ 4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맞선 워싱턴행동, ▲ 9월 세계경제포럼(WEF)에 맞선 멜버른행동, ▲ 9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맞선 프라하행동 등이 있었습니다.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세계경제포럼에 맞춰 스키복장을 하고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버스를 타고 온 39개국의 150개 조직들로 구성된 환경, 인권운동 단체들은 법원의 시위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천 여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세계경제포럼을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하면서 수백만명의 인구에 영향을 줄 수십억달러짜리 거래가 밀실에서 성사됐다고 비난하였습니다. 이어 2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총회에 앞서 세계 55개국 의원, 1백여개의 NGO 회원들은 8-9일 방콕에서 별도 회의를 열고 선진국 중심의 세계화와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무역자유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IMF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개발도상국 정부의 역할과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침해하는데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각국의 민주화운동을 존중하는 국제관리기구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000년 4월 16일 워싱턴 시위의 주요 슬로건은 ‘IMF/세계은행 폐쇄, 구조조정 강요 반대’였습니다. 워싱턴 시위는 미국 시민들이 최초로 IMF/세계은행의 만행을 고발하는 장이었으며, IMF/세계은행의 구조조정에 반대하여 격렬히 행동해온 제3세계 민중들과의 연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크나큰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4·16 워싱턴 행동에 참가한 제3세계 시위자들은, 대부분 이번 시위를 주도한 ’50년이면 충분하다'(50yers is enough) 네트워크와 연계를 맺고 있는 제3세계 NGO 및 사회단체 활동가들이었습니다. 또한 물론 미국 노총의 입장은 WTO에 대한 입장은 무역-노동의 연계 속에서 WTO에 대한 개혁(선)이었지만 미국 노총 산별회의(AFL-CIO)가 이번 워싱턴의 ‘IMF 해체/구조조정 반대 행동’에 참여한 것도, 그들의 과거 모습과 비교해볼 때 상당한 진전이었습니다(AFL-CIO는 2년 전(前)만 하더라도 클린턴 행정부의 IMF에 대한 180억불 지원 정책을 지지했었습니다).

9월에는 노동조합, 환경보호 단체 소속원 등 세계화 반대론자 수천명이 11일 세계경제포럼(WEF) 회의가 열리는 호주 멜버른의 한 호텔 밖에서 각국 참석자들의 출입을 봉쇄하며 `WEF는 살생단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인간사슬을 만들고,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각국 대표단을 저지했고 일부 시위대는 호텔 벽과 대표단 차량 등에 페인트를 퍼붓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역시 같은 9월에 인권 및 환경 운동가, 무정부주의자와 공산주의자, 극우파 스킨헤드 등이 포함된 사회단체 5천-1만명이 “경제테러 즉각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프라하 반대행동 이후 지속되는 반세계화 행동 : 2001년 이후

2001년의 경우,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을 계기로 반세계화 행동이 계속되었습니다. 회담 개막시간을 연기할 정도로 격렬한 시위를 벌인 이번 반세계화 시위에는 좌파 막시스트와 무정부주의자부터 환경단체, 노동단체, 인권단체 등이 참여,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중 하나로 오는 2005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반대를 외쳤습니다. 특히 퀘벡행동은 `FTAA 반대’같은 단체들이 정상회담이 열리는 3일 동안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FTAA의 출범에 반대하는 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였습니다. 이들은 FTAA 같은 서반구 자유무역지대의 창설은 “자유무역지대 합의는 지역사회의 요구를 희생시켜 수출극대화를 지향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인권, 평등, 단합, 환경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7월에는 G8정상회담에 대항하기 위해 이탈리아 제노아에서도 30만 명의 시위대가 모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청년공산주의 재건파, 녹색당연합 활동가, 프랑스의 트로츠키주의자, 독일의 반파시스트 운동가, 친이민 정책 운동가, 영국의 후진국 부채탕감 운동가, 유전자 변형 농작물 반대 농민운동가까지 다양한 세력들이 참가하였습니다. 한편, 제노아에서의 시위와 더불어 브라질과 그리스 등에서도 세계화에 반대하는 연대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20일 수천명의 노조원들과 “무토지운동”소속 활동가들이 반세계화 시위에 동참, 시가행진을 벌이면서 미주지역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중단을 요구했고,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이탈리아 당국의 불허로 제노바행이 좌절된 수천명의 반세계화 시위대가 시내 중심지에 모여 이탈리아 정부를 맹렬히 성토했으며 약 400명의 그리스 공산당원들은 이탈리아 대사관앞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올해에도 9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때맞춰 반세계화 행동이 지속되었습니다. 국제금융기구 해체를 주장하는 반자본주의집합(Anti-Capitalism-Coalition : ACC)은 9월 27일 오전부터 미국 정부의 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자전거 시위와 대기업의 비윤리적 행위에 반대하는 거리행진을 벌였고, `세계 정의를 위한 집결'(MGJ)측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건물을 둘러싸고 스크럼을 짜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들은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의 환경정책을 비난하는가 하면 이라크전 반대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반세계화운동 흐름의 특징

이처럼 1990년대말부터 지속되어온 반세계화 행동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즉, 초국적 금융자본의 주도로 증가되는 투기성과 불안정성의 증대, WTO 체제, 양자간 다자간 투자협정 및 자유무역협정 등을 통한 각종 자유화 정책 강요, 3세계의 외채위기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반대의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타겟은 주로 세계화를 이끄는 국제기구나 모임들, 즉 G8 정상회담, 세계경제포럼(WEF), IMF와 세계은행, WTO가 되었던 것입니다. 한편, 세계화의 물결은 ‘저항의 세계화’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즉, 세계화가 가져온 문제들은 다양한 층위에서 문제를 야기했고, 이로 인하여 저항의 세계화 역시 다양한 이슈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반대라는 공통의 이해를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증대, 실질임금하락, 빈곤층의 확대,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과 아동, 무역자유화에 따른 식량안보의 위협, 규제완화에 따른 환경파괴, 인종 및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 등은 인권의 문제일 뿐만아니라 여성, 환경 등 다양한 이슈로 파급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성, 환경, 인권 등 이슈중심으로 활동해왔던 세력들이 ‘세계화 반대’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였던 수많은 시위대들은, 전통적인 좌파세력(노동운동 및 좌파정당)에서 진보적 교회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도시/농촌공동체 및 원주민운동, 여성운동조직, 청년 및 장년 조직, 에이즈인권활동가, 보건의료운동, 장애우 단체, 소비자운동 그리고 환경/생태운동까지 실로 다양했습니다.

다음으로, 남반구 NGO 및 사회운동 세력들 간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국제적인 연대행동은 북반구 NGO들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최근 남반구 사회운동 및 대중운동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역에 기반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함으로써, 그 지형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두차례 브라질에서 열렸던 세계사회포럼은 그 상징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반세계화 행동은 크게 두가지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UN(및 그 산하기구들)을 활용한 자본의 국제적 통제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체제로부터의 ‘이탈’ 전략입니다. 전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NGO포럼에서처럼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UNCTAD에 무역관련 협상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후자의 경향은 일국적 차원의 통제 권한 회복과 급진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농업’협정을 포함하여, ‘필수서비스, 문화, 생명특허’ 등을 WTO 체제로부터 제외시키고자 하는 흐름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반세계화 운동은 지구촌 시민사회의 강력한 국제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일 것입니다. 즉, 저항의 세계화를 통하여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저지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김으로서 우리에게는 일국의 차원을 넘어서는 지구적 지평의 안목을 성숙시키고, 다양한 계층, 계급과 이슈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연대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이러한 장외 반세계화 행동에 도화선이 되었던 다자간 투자협정 반대운동과 외채탕감운동 등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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