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8-05-09   1986

티베트 문제를 통해 본 중국 민족주의와 인권

지난 5월 9일, 참여연대에서 중국의 민족주의와 소수민족정책, 인권을 조명해보는 좌담회가 열렸다. 2008년 3월 티베트 시위대에 대한 중국정부의 유혈진압 이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 등 중국정부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국제사회의 대응, 4월 27일 서울에서 올림픽성화봉송 행사에서 벌어진 일부 중국유학생의 폭력사태로 드러난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주의 표출 등 티베트 사태로 불거진 중국의 민족주의와 인권의 문제를 한국시민사회가 어떻게 볼 것인지 그 답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사회를 맡은 이재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은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중국 패권에 대한 우려, 동북아시아 통합의 문제 등 어느 때보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벌어진 티베트사태는 한국 시민사회가 중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며 중국의 민족주의나 인권의 문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모아보자고 토론을 제안했다.


티베트에 대한 시각차는 서로 다른 인식의 출발


첫 번째로 ‘티베트 사태와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에 대해 발제에 나선 박장배 박사(한국산업기술대학교 강사)는 “티베트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은 식민지 경험 및 경제개발 경험과 연결되는 동시에 티베트를 바라보는 서구인의 시각이 반영된 측면이 많고, 티베트를 바라보는 중국의 주류적 시각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2008년 3월 14일 티베트 사태를 두고 “달라이라마 집단이 사주해 티베트를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 폭력 활동이라고 규정하는 중국정부와 티베트가 독립국가였다는 티베트 망명세력간에 역사적 관점의 차이가 있다”며 티베트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동일 상황에 대한 다른 인식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박장배 박사는 “티베트 사태는 1720년 이래 청 제국의 티베트 분할 지배, 중화민국 시기의 티베트 일부 장악, 1951년 중국인민공화국의 티베트 해방, 중국식 개조에 대한 저항인 1959년 3월 봉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이번 티베트 시위의 특징 몇 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중국정부의 무력진압 양상이 1989년 티베트 봉기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고 티베트 청년세대가 비폭력노선을 버리고 무장투쟁노선으로 전환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산발적이던 승려들의 시위가 격해진 데는 시민들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는 점, 1989년과 비교해 국제적인 지원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 즉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는 컸으나 정작 힘을 가진 행정부가 티베트 문제에 행동을 취한 경우는 찾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티베트 사태는 개발정책으로 인한 민족간 격차, 문화적 박탈감, 정치적 독립욕구의 분출


이어서 “중국의 소수민족 통합정책 기저에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코드가 존재하고 그것은 하나의 국가를 강조하는 ‘다민족통일국가’ 개념과 하나의 민족이라는 ‘중화민족’ 개념으로 구성된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법적이고 정치적인 개념이던 다민족통일국가 개념이 역사적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애국주의 교육 및 ‘중화민족’의 일체성이 소수민족에게 강조된 점이 이번 티베트 사태의 근저에 깔려 있다.” 고 설명했다. 이번 티베트 사태에 대해서는 “2008년 3월 티베트 봉기는 1959년 3월 10일 봉기와 1989년의 라싸 시위와 역사적으로 연결되며, 직접적으론 티베트 개발정책이 야기한 민족간 격차와 현지인들의 경제적 소외, 문화적 박탈감과 정치적 독립욕구를 바탕으로 진행된 사건으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막대한 물량을 동원한 중국의 개발정책이 개별 민족의 민족의식 강화로 작용한 점도 티베트의 민족적, 종교적 저항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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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중국의 국가구조의 변화의 측면에서 민족문제가 어떻게 처리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이 속에서 티베트나 중국 민족주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남주 교수는 “근대 시기 중국의 민족주의 및 민족정책의 변화는 청조가 무너진 이후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중화민족의 개념과 그 핵심인 동화주의가 아래로부터의 합의나 동의가 결여된 채 위로부터의 통합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사회주의 시기, 문화대혁명 등 사회주의 개조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소수민족간의 관계를 악화하는 역사적 경험들이 누적되어 현재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민족주의, 패권의 열망보다는 상처받은 민족주의의 표출
 
이 교수는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성과 계몽적 과제, 인도주의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등장한 서화론(중국문명을 낮추고 서구문명을 받아들이자는 논리)이 서구질서에 대항하는 담론의 등장과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과 서방세계의 갈등과 마찰 등으로 퇴조하는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재등장하게 되었다”며 그 형태는 주요하게 “애국주의 교육 강화 등으로 표출되는 ‘국가주도의 민족주의’와 일련의 민족주의적 경향의 시리즈 출판물이나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중적 시위, 이번 티베트 사태에서 표출된 애국주의 등 대중들의 자발적인 민족주의 흐름인 ‘대중적 민족주의’로 구분된다.”고 언급하고 이 두 민족주의가 서로  이용하고 갈등하는 길항관계로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 민족주의의 성격과 관련해 “중국민족주의를 국가에 의해 동원되는 민족주의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국력의 성장에 따른 패권의 열망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좌절감이나 패배로 인한 상처받은 민족주의로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의견을 피력하고, 이번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서는  “티베트 내의 계층분화 과정이 새로운 갈등구조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고, 또한 중국정부가 이번 사태에서 달라이라마를 연관시키며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은 면이나 교묘하게 한족과 티베트민족간의 내부갈등을 부추킨 것 등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한 국제사회의 티베트문제 대응은 금새 봉합되어가는 현재의 추세가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티베트의 인권과 민족자결권의 문제는 결국 제 3의 길을 찾는냐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민족주의가 국제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며, 감정적 충돌보다는 민족주의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도록 하는 대응이 필요하며, 중국의 민주화에 관련해서는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과 정치화 사이의 구분을 일관된 입장에서 견지하는 자세로 제재보다는 도덕적 힘에 기초한 설득이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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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참여한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구성하는 민족적 실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는 중국에서 한족의 비율은 93% 영토는 50%로, 한족이 한족화 정책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한족의 영향력과 영토를 확장하려는 한족 민족주의가 현재의 중국과 소수민족 갈등의 핵심적인 측면”이라고 지적하고 “한족의 민족주의는 티베트 지배나 동북공정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제국주의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어, 이번 티베트 문제 역시 한족 제국주의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협동처장은 “중국이 강력한 식민지 동화정책에 입각한 불공정한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티베트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3.14 티베트 시위의 배경에 대해서는 “2007년 9월, 중국이 3-4년간 지속해오던 달라이라마 측과의 대화를 갑자기 중단해 본토귀향의 기대가 꺽이면서 내재되었던 분노의 표출이자 달라이라마의 비방이나 사진을 밟고 지나가게 하는 등의 애국주의 훈련에 대한 반발이 작용했다”고 언급하고 “이번 티베트 사태는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정부가 과도하게 진압한 기획성 강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문제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패권주의자 국가주의라고 지적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티베트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과 관련해서 “한국사회는 중국견제론이나 반중국적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서방이나 미국의 접근방법과는 거리를 두고 티베트 사태를 논의하는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히고, 티베트의 자결이나 독립문제는 “민족자결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티베트민중의 자결적인 판단에 맡겨야 하고 티베트 내에서 자결의 정치적 방향을 둘러싼 티베트 민중들의 아래로부터의 저항들이 각축하고 있을 것이며 티베트 민중의 정치적 지향을 현 단계에서 절대할 필요는 없으며 여유를 두고 지켜보자”고 제안했다. 또한 지구화가 기존의 민족국가가 갖는 정체성 독점을 약화시키고 소수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의 과잉민족주의와 중국의 과잉민족주의가 상승작용하면서 갈등하는 양상은 동북아 평화구도에서도 적절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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