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국경너머로] 우리는 ODA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5호

※ 편집자주: 국무조정실은 공적개발원조에 관한 국민여론조사를 지난 2005년 8월 18일에 실시했다.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대외공적원조(이하 ODA)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해 각 부처의 입장들이 돌출적으로 터져 나오고 그랜드 플랜이 발표되고 있지만, 현재 ODA정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오롯이 아는 국민들은 드물다. 정책 집행과정은커녕 어떻게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온전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무릇 정책이란 그 안에 수립해야 할 정책 목표와 수단을 가지고 있는 바, 그 정책 목표와 수단에 대해 공론의 과정이 생략되고 사회적 합의가 성실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었다고 하기 힘들 것이다. 공론과 합의의 바탕은 국민들이 내는 다양한 의견이다. 특히 ODA정책의 경우 정부가 ODA 규모를 향후 5년 동안 0.1%로 늘린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데, 이처럼 국민들의 경제적 분담이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정책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한국 시민들이 지구촌의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은 ODA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ODA정책에 대해 어떤 목소리들을 내고 있을까? 국민들의 의견을 살펴보기 위해 2005년 8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공적개발원조에 대한 여론 조사를 분석해보았다. 2006년에도 여론 조사를 실시했으나, 조사 결과에 대한 미묘한 분석이 예상되어 공개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2005년 여론 조사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최근의 데이터인데, 이 조사는 ODA정책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걸음마 정책, 뜀박질 국민

빈곤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2000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이후 국제적으로 대외개발원조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증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가 대외원조규모의 증액을 포함한 ODA정책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은 37.1%에 불과하다.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39.3%)를 합산할 경우 76.4%로 늘어나지만 조사대상의 1/3정도만이 공적해외원조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는 ODA에 대한 국내외의 활발한 논의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반 정도가 인지하고 있는 반면 20대는 4명 중 1명만이 안다고 응답하였는데,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정부의 대외원조 제공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62.3%가 긍정적 대답을, 34.2%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약 두 배 가량 높다. 이는 전통적으로 대외원조에 정책우선 순위를 두는 북구 국가들(네덜란드 87.8%, 덴마크 83.6%, 스웨덴 83.1%)이나 원조혜택을 많이 받은 남부 유럽국가(스페인 95.1%, 그리스 87.3%)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미국의 46.3%보다 높고, 프랑스, 핀란드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CPDS 보고서, 2003).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원조의 비효과성 때문에 반대하는 여론은 모두 9% 미만으로 경제상황을 이유로 반대한 의견보다 현격하게 낮았다.

응답자들은 정부의 대외원조에 찬성하는 이유로 ‘개도국의 빈곤과 질병퇴치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기여하기 때문’(28.9%), ‘과거에 우리나라도 외국의 원조 혜택을 입은 것에 대한 국제사회에 빚을 갚아야 한다’(27.7%), ‘국제적 이미지나 국가위상 제고 때문’(23.6%)이라고 답했다.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이라는 직접적 경제적 이익은 18.6%로 가장 적었다. ‘세계평화와 공영’이라는 보편적 가치 추구와 국가위상 제고와 같은 집단적 자긍심이 주요 찬성 이유이다. 과거 원조수혜에 대한 보답에 관한 응답 역시 간접적이지만 우리자신에 대한 존중차원으로 해석된다. 반면 단기적 경제적 이익 때문에 대외원조를 찬성하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원 확보, 시장개척, 경제교류확대와 같은 단기적 차원의 정책목표보다는 우리의 보편가치와 세계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정체성을 명확히 밝히는 대외정책기조 수립에 우선적 가치를 두는 이런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원조정책 개선방향에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80%에 이르는 높은 시민 의식에 화답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대외개발원조 규모에 관한 조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우리와 국민 소득이 비슷한 포르투갈과 그리스가 평균적으로 국민총소득의 0.2% 정도를 대외원조로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현재 국민총소득의 0.06%만을 제공하는 수준임을 설문지에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발전 수준이나 국력 등을 감안할 때 대외원조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의견은 47.6%에 그쳤다. 60%가 넘는 대외원조 찬성 응답자의 비율을 고려해보건대, 다소 낮은 응답률이다. 그러나 향후 5년 안에 대외원조 금액을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0.1%로 증액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 10명중 약 7명이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는 당장 원조증액에는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원조 규모 확대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대외원조 대상국 및 지원분야 결정시 우선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대외원조 찬성 이유와 일관되게 ‘인도주의 실천’과 ‘개도국의 빈곤퇴치’가 각각 24.6%, 39.5%로 우선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였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정치 외교적 협력관계증진은 모두 한자리 숫자에 그쳤다. 이와 연관된 질문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원조가 어떤 분야에 가장 크게 기여했는가를 물었는데, 70%이상이 ‘국제적 재난구호 등 인도주의 실천’이나 ‘국가 이미지 향상’, ‘개도국의 빈곤퇴치’라 답했으며, 정치, 경제적 이익에 기여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4정도였다.

대외원조가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는 41.9%가 원조의 비효과성을 들고 있다. 우리의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한다는 의견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과 상관없이 이루어진 결과라고 보는 응답은 각각 18.9%와 17.7%였다. 캐나다의 경우는 37%의 국민이 수원국의 부패와 제도적 인프라의 부족으로 효과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지역으로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4.5%가 기아와 난민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지역’을 선택했으며, 우리와 인접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24.4%의 응답자가 꼽았다. 그러나 지난 호 뉴스레터인 ‘ODA 누구에게 어떻게 지원되나’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ODA는 지난 3년간 무상원조의 약 60% 이상, 지난 5년간 유상원조 역시 55%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경우는 11.1%에 불과했다. >>여론 조사 결과 (다운로드)

위의 결과에서 보다시피, 2005년 8월 조사는 원조정책의 방향, 규모, 기준, 대상 모든 면에서 현재의 정부 원조정책과 국민 여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로 대외원조 정책에 관한 시민 의식을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결과에서 보여주는 시사점을 무시한다면 한국의 ODA 정책은 본연의 가치와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계속되는 경제적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세계 시민으로의 역할에 대한 자각을 조금씩 높여왔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낡기만 하다. 한마디로 국민은 뛰고 있는데, 정책은 걸음마만 되풀이하고 있는 꼴이다. 국민의 뜻과 맞닿아 있지 못한 정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거리를 어떻게 좁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한국적 개발원조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한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손혁상(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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