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요약] 여성,개발현장에서 소외되다 (김현정)

참여연대는 9월 8일부터 5회에 걸쳐 ‘한국 ODA의 길을 묻는다’ 시민강좌를 진행합니다. 마지막 강연 ‘여성,개발현장에서 소외되다‘  김현정(글로벌발전연구원 실장)의 강연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여성, 개발현장에서 소외되다

여성과 개발(빈곤퇴치)은 각각 다면적, 다층적인 사회적 구조와 이념들이 중첩되어 있는 이슈이다. 이러한 이슈인 개발과 여성이 맞물릴 때는 더욱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논의가 부족했다. 전세계 노동력의 66%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빈곤 인구의 70%가 여성인 점을 개발협력 전문가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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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여성화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여성이 더 가난하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가난은 모두의 문제인데 여성이라고 해서 더 힘들까?’ ‘빈곤을 타파하면 여성의 가난도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들은 ‘일단 개발부터 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빈곤 퇴치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는 효과가 없었다. 가계수익 창출을 위해 실행한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크레딧인데 빈곤층 여성이 실질적으로 줄지 않았다. 학교를 지어줘도 여학생의 등록률은 나아지지 않았다. 개발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여자들이 참여를 하지 않아 빈곤문제가 줄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Women In Development 접근 (WID)
WID접근은 젠더의 기초적으로 욕구(basic gender needs)에 기반한다. 일단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을 물은 후 여성의 영역이라 불리는 재생산 노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모자보건사업이나 마이크로크레딧, 식량카드 발급도 여성의 이름으로 한다. 여성이 대부분 육아와 살림을 맡으니 이에 관한 서비스를 여성에게 직접 공급한다는 접근이다. 그러나 참여율이 적었다. 일례로, 영아, 산모 사망률이 높은 라오스에 임산부들을 위한 쉼터를 짓고 가재도구와 식량도 제공했지만 쉼터를 이용하는 여성은 주변지역에 사는 일부의 임산부들 뿐이었다. 산간지방의 여성들은 부족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노동을 중단하면 안되기 때문에 도시의 쉼터까지 가서 아이를 낳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쌀을 나눠줄 때도, 밭일하느라 바쁜 여성들을 한데 모아서 주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나눠준 쌀을 남자들이 팔아서 유흥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교육 사업을 할 때도 여자 아이들은 교육을 받아서 쓸 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학교에 보내야 하냐고 되물었다.

 

이렇게 개발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을 교훈삼아 다시 한 번 ‘빈곤의 여성화는 왜 발생할까’ 그 원인에 대해 연구했다. 수입원도 부재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의 수입에 대한 컨트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회의 불평등이 아니라 권리의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격리, 조혼, 신부지참금, 여성할례 등도 역시 여성이 권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로 보고 여성에게 뭘 준다고 바뀔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역할을 규제받게 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Gender And Development’적 접근이 이루어졌다.

 

Gender And Development 접근 (GAD, 젠더와 개발)
 “White women try to save brown women from men(백인 여성이 갈색 남성으로부터 갈색 여성을 구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선진국의 국민들이 식민주의,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개도국 여성들을 희생자처럼 몰아세우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여성을 희생자가 아니라 내재적 힘이 있는 주체자로 보기 시작했고 억압자로만 여겨온 남성도 공동의 해결방안을 생각해낼 수 있는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 개발전문가들이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들의 매커니즘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도국 여성을 단일화, 일반화된 개체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다층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게 GAD의 주안점이다.

 

WID와 GAD의 차이
WID는 젠더 주류화를 강조하는 방식인 반면 GAD는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해 여성운동이다. 지역 여성들이 자치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게끔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할 때 여성들은 구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지역 남자들과 여자들이 원하는 개발 사업이 다른 경우, 양측의 대립적인 욕구를 그들끼리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권력이 약하기 때문에 개발협력전문가들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북돋워줘야 한다. 이처럼 GAD적 접근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담당자가 현지에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여성이 참여했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 개발의 현실이다.

 

여성이 개발현장에서 소외됐다고 하는데 진짜 소외됐나, 소외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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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의는 ‘한국ODA의 길을 묻는다’의 마지막 강의로 개발현장에서 소외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타의 이슈들과 더불어 이 문제도 사회적 인식과 고정관념, 구조의 문제인지라 쉽사리 해결방안을 강구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수원국 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성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리: 송유림(수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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