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국경너머로] 숫자로 본 ODA

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2호

국제적 합의

1996년 OECD가 제안했고, 2000년에 이르러서 유엔이 결의한 것은, ‘지구촌 빈곤을 감소시키기 위해 국제협력이 불가결하다’는 주장과 함께, ‘부유한 국가들이 대외원조기금을 증액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안된 수준은 대체로 국민총소득(GNI) 대비 0.7%를 대외원조기금으로 집행하자는 것이며, 이에 국제사회는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합의하고 ODA규모를 GNI의 0.7%까지 올리고 2015년까지 지구촌의 빈곤을 반감하자고 합의했다. 이후 개도국과 빈국의 빈곤문제는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제로 자리를 잡게 되고 빈곤을 반감하자는 지구촌 빈곤퇴치 화이트 밴드 캠페인이 2005년 한 해 내내 한국과 지구촌을 울렸다.

전 세계적으로 한해 1조 달러가 전쟁 비용으로 쓰이고 있는 반면, 대외원조기금은 680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즉 국제사회의 빈곤퇴치 공동계획에 국가들이 공감은 했으나, 실제로 그 약속은 잘 이행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2005년 유엔 밀레니엄+5 회의에서는 5년 전 선언한 새천년개발목표에 따른 실적을 점검하였는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은 GNI 대비 0.7%를 상회하는 기금을 대외원조로 쓰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국가는 2000년 목표 설정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못 다한 숙제를 서둘러 2009년까지 지금의 원조규모 0.06%를 배가하고 2015년까지 4배까지 늘리겠다고 뒤늦게 선언했다.

기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203억불에 달하는 원조를 제공받았으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개도국 중에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이룩한 국제원조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것은 또 한국이 받는 나라(수원국)에서 주는 나라(공여국)가 되었으니 국제적으로 대외원조의 모범사례 모델을 창출해 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규모와 내용으로 보아 한국은 대외원조의 시범 사례로 꼽히기는커녕 규모면으로서도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를 달리며 대외원조의 내용도 OECD 권고사항을 준수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 OECD 가입국 중 최하위 규모

한국의 ODA 규모는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로 회원국 평균치인 0.1%를 훨씬 못 미치는 0.06%를 몇 년째 기록하고 있다. GNI의 0.92%를 ODA로 제공하는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의 4배인데 비해, 1인당 ODA 공여액은 1인당 8달러인 한국에 비해 무려 57배에 달하는 454달러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12,000불이던 1985년에 한국의 10배 규모, GNI의 0.29%인 3,797억불의 ODA를 제공하였다. 또한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스위스나 핀란드, 그리스와 같은 나라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 자세한 것은 첨부화일 표1 참조

한국 ODA의 허와 실

한국의 ODA는 그 규모면에서만도 국제사회에서 망신스러운 정도이지만, 그 성격 또한 인도주의적 철학과 인권적 원칙에 반한다. 국제적으로 ODA 정책은 0.7% 규모로 증액하고, 최빈국 등에 우선 지원하여 유상원조를 없애고 비구속성(un-tied) 무상원조로 가자는 방향이나, 한국은 거꾸로 가는 듯 하다.

한국 ODA 중 수원국에 직접 공여하는 양자간 원조는 전체의 약65%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자간 원조가 약 35%를 차지한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양자간 원조 중에서 무상원조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0%에 가까왔으나,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무상원조의 수준은 35% 수준까지 오히려 하락하였다. OECD는 2001년부터 최빈국에 대한 모든 ODA를 무상으로, 그리고 비구속성 원조로 제공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통계수치가 보여주듯이 도리어 유상원조를 늘려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OECD의 결의에 반하고 국제사회의 기대에 역행하고 있다. 한편, 2003년과 2004년에는 무상원조 비율이 60%까지 증가하였는데,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후(戰後) 복구 지원금 때문에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 -> 자세한 것은 표2 참조

대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으로 원조를 하면서 한국의 기업이 그 공사를 맡고, 한국의 자동차를 사야하는 구속성 원조의 형태는, 일본이 10억달러를 대외원조기금으로 쓰면서도 일본기업진출의 교두보를 닦았다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유무상을 떠나 90%가 구속성(tied)이며 이 공사들의 수주역시 삼성 등 4.5개 재벌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또 한국의 대외원조는 지구적 빈곤퇴치에 공동협력을 하자는 취지와 걸맞지 않게 경제협력 가능성이 큰 아시아국가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원조를 보면, 아시아 74%, 아프리카 8%, 기타 국가들에 18%가 제공되으며, 도로나 철로, 병원 등이 최빈국이 아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중소득국을 전략적으로 선정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결의된 “지구촌 빈곤퇴치”보다 “향후 자국기업의 해외진출, 에너지 확보 등 경제적 목적”을 우선으로 했다.

긴급재난 구호 사업 예산

참여연대는 지난 쓰나미 이후 긴급재난구호예산이 500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구촌 내 빈발하고 있는 지진, 홍수, 해일 등의 재난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작은 규모라 할 수 있고, 또 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 양성도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지난 5년간 재난구호사업 지원내역을 보면 연간 20개국 대상으로 5억에서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배당하여 지원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후 복구사업지원비로 일시적으로 160억원을 상회했지만 2004년 다시 11억으로 회귀했다. 일본의 경우 3천 6백억원으로 총 ODA 예산의 0.39 %를, 네덜란드는 2천1백2십억원이 넘는 액수로 ODA 총 예산 대비 6.35%를 긴급재난구호 기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긴급재난 구호 사업 예산을 비롯한 ODA 규모는 세계 경제 순위 11위라는 외형에 한참 모자라는 것이며, 국제사회에 대한 당연한 책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 11위 규모에 걸맞게 대외원조 확대해야

2005년 4월 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한국은 2009년까지 현재의 GNI 대비 대외원조예산 비율을 2배 늘린 0.1%, 1조원으로 증감할 것을 결정하였다. 현행 4억 정도의 예산이 10억원 규모로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2015년까지는 4배로 늘리겠다는 예정을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유엔 권고의 1/10 수준인 양적 개선의 목표는 지구촌 빈곤화의 속도를 넘어서지 못한 채 최소한의 달팽이 걸음으로 다른 나라들을 따라갈 뿐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대외원조 규모는 양적으로 증액되어야 하고, 무상원조로 전환되어야 하며, 질적으로 개도국이나 최빈국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공동의 번영과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그 책무를 수행해 나가고자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정부의 대외원조 정책 개선의 과정을 모니터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닥을 잡도록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양영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뉴스레터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0. 우리는 왜 ODA에 주목하는가

0. 한국의 ODA 실태

– 규모-숫자로 본 ODA◀

– 집행 체계

– 지원 대상과 내역

– 선정 방식과 사후 평가

0. 한국 시민은 ODA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0. ODA 관련 국제 기준

0. 외국의 ODA 감시 활동

0. ODA 관련 국내 제도 현주소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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