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9-09-03   981

[아시아포럼-7] ‘자원 전쟁’ 시대, 모두가 살 길은?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세계 에너지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가 생존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물질적 수요에 비하여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물적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희소자원’이라 한다. 에너지 위기를 우려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희소한 에너지 자원에 있고 그 중심에는 석유가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유가 폭등으로 인한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종전에 경험하지 못한 에너지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는 이미 몇 차례의 이와 같은 위기를 경험한 바 있지만, 그 대안은 지극히 피동적이고 소극적이었다.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의 ‘성장’이란 표현 자체를 사용하기 무색할 정도가 된지 오래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이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변화를 고려해볼 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문가들과 워싱턴, 런던, 싱가포르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작성한 2006년 초의 보고서에 의하면, 자원 확보경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혹자는 국제적인 자원 확보경쟁은 이미 제 2의 냉전 체제에 돌입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자원을 둘러싼 가채연수의 산정이 자원의 희소성에서도 불구하고 정확한 자료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아마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부정확성이 자원전쟁의 심각성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에 있어 자원이 부족하고, 대규모 에너지 제공 국가가 하나라도 사라지게 되면 이는 다른 국가들이 그 손실을 벌충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2008년 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처음 돌파했을 때만 해도 유가 급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투기적 수요나 달러 약세 등으로 인한 거품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되자 그 원인을 근본적인 수급의 문제에서 찾기 시작했다.


 


▲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의 유전. ⓒ로이터=뉴시스

세계 원유 생산은 2005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0.36%씩 감소했다. 또한 국제원유시장에서는 수요 증가를 포함한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공급을 늘리는 것이 어려워지는 ‘공급제약’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공급 둔화는 향후 자원부족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은 줄었고, 북해(北海)유전과 멕시코유전도 생산량이 감소했다. 자원 민족주의의 대두와 부존자원이 적은 국가들 간의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 대형 유전의 노후화, 석유 탐사 및 개발 비용의 상승 등이 공급 증대를 제약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금속광물과 농산품도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에너지 자원과 관련한 정보를 종합해보면,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시대는 끝났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과거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의 석유위기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차질’ 때문이었다면, 앞으로 진행될 자원위기는 ‘공급제약’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에너지 자원의 가격 상승 원인이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간의 수요 충격에도 가격이 급등락하고 수시로 투기적 수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통화팽창에 따른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볼 때, 자원전쟁(오일쇼크)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 자원 공급의 제약은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경제의 중요한 패턴 변화는 첫째, 에너지 자원 공급 제약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제약하여 세계경제의 장기 평균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점, 둘째, 성장활력이 제조업 국가 중심에서 자원보유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현황과 대응


문제는 한국이 에너지 자원의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에너지 자원 가격이 오르는 만큼 우리의 실질적인 소득은 감소하게 된다. 또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 속에 한국 경제가 비록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GDP성장률과 실질소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더욱이 한국의 산업구조는 생산 활동에 있어 다른 나라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에너지 의존도의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의 경제에서 가격 경쟁력은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에너지 절감과 투입 자본 대비 부가가치의 창출 면에서도 한국은 선진국보다 열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소득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3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0위인데,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9위를 기록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매우 낮다.


그러나 한국의 문제가 화학과 철강 같은 자원 다소비형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자원 투입 대비 부가가치 창출이 낮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자원 투입이 많은 소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식 기반의 서비스 산업 비중을 높여 나가는 산업 구조의 일대 전환 및 녹색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에너지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산업경쟁력 상실의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넛크래커(nut-cracker)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자원 가격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저렴한 가격은 절약하려는 인센티브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과거엔 정부가 외부 충격을 흡수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가격이라는 신호를 통해 민간이 효과적인 자원 활용에 더 민감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자원 전쟁의 성격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이 모두 참여하는 총체전(total war)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자원의 희소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고통스럽지만 시급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리고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또 다른 ‘소통’의 과제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와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들은 에너지 자원의 희소성 심화라는 불가피한 현실 적응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체 에너지 개발에 지혜와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끝으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이러한 총체전이 국가 이익이나 기업의 영리, 혹은 개인의 사적 이익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과정은 총체전의 모습을 보일지라도 궁극의 목표는 인류와 세계를 위한 노력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 식량, 주택 등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생태 발자국 지수(Ecological Footprint)’란 것이 있다. 선진국은 이미 지구가 감당해 낼 수 있는 기준을 25% 가량 초과한 반면, 후진국에서는 극심한 빈곤과 식량난으로 인해 각종 생물의 멸종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 지구는 선진국과 후진국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인류가 지구의 적이 되어버렸지만 지구의 해결책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아시아포럼 6강을 소개합니다

주제 :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일시 :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4시 장소: 서울 경희대학교 네오르네상스 104호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차은하 간사 02-723-5051, silverway@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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