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11-03-31   2051

[일본참사 추모행사] 많은 희생에 의해서만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지난 28일 저녁, 봄날 같지 않게 유달리 흐리고 추운 날, 보신각 앞에서 일본대지진, 핵사고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일본 사회에 위로와 연대의 의사를 전하고자 한국시민사회단체들은 ‘추모와 연대의 밤, 다시 맑음’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행사에 한국에서 유학 중인 유리카씨가 참석하여 일본 시민의 연대 메세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 내용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유리카씨가 작성한 글을 그대로 전합니다.

우에야마 유리카(일본 유학생)

지진발생 직후부터 며칠 동안,
그냥 망연히 뉴스를 보는 제가 있었고,
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제가 있었고,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있었고,
그리고 그냥 눈물을 흘리기만 하는 제가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무엇인가 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한 것들을 자문자답하면서, 무력감과 싸우고,
초조해하고, 많은 정보가 뒤섞이는 가운데,
여러 감정으로 마음이 이리 저리 휘둘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힘내세요, 일본” 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복구되어 원래의 생활을 되찾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당사자가 아니라, 비당사자입니다.

피해의 당사자가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힘내세요, 일본.” “하루 빨리 복구되어 원래의 생활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은 적어도 제가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외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원전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지는 가운데, “원래의 생활”을 되찾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또한 힘내야 되는 대상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과 일본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지금 일본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피해에만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고 당연합니다.

지금 보이는 표면적 피해 상황에 대하여, 신속히 대응하고, 반응하는 것도 물론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계속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언론에서도 실리지 않는 사건들과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피해지역에 대해 한달 후, 반년 후, 1년후, 10년후의 장래를 생각하고,
원전과 관련된 문제도 두번 다시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각하고,
자연,환경 재해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사태가 많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지진을 계기로 자기 자신의 생활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 구조를 다시 되돌아보는 것, 국경과 국적을 넘어서 우리들이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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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금활동과 응원 메시지를 통해서,
지금까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관계,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보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느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조금이라도 많은 것에 눈을 돌리고, 조금이라도 다양한 각도로 사태를 파악함으로써, ‘작은 힘’은 ‘아무것도 할수 없음’이 아닌것.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일이라는 것도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노력으로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어떤 일들이 많은 희생 위에서만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들이 이번 기회로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진 쓰나미에 의해 피해를 입고, 돌아가신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추도의 뜻으로 노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노래는 1995년에 일본 한신(阪神)•아와지(淡路) 대지진 때, 지진 발생 한달 후에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그 당시에, 어떤 사람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지만, 이 노래를 들면서 겨우 울 수 있었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들으면 들을수록 힘이 난다고 했습니다.

노래를 들어 주시는 것으로 제 발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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