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찰청-KOICA,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 재검토해야

 

경찰청-KOICA,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 재검토해야

필리핀 경찰의 부패와 인권 탄압 심각한 수준

KOICA 혁신과제에 따라 ‘평화, 인권, 민주주의 ODA’ 추진해야

 

 

어제(5/28) 필리핀을 방문한 이철성 경찰청장이 오늘 ‘한국형 순찰 차량 130대 전수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다. 경찰청이 ‘치안한류’ 명목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총 660만 불 규모의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그러나 필리핀 안팎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필리핀 경찰의 심각한 부패와 인권 탄압 실태를 고려할 때, 경찰청과 KOICA는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이 필리핀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물론 필리핀의 열악한 치안환경은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왔다. 한국인 피살도 빈번하게 발생하여 치안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필리핀 정부 기관 중 경찰과 군대가 가장 부패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경찰이 살인, 납치, 금품갈취, 마약 등 강력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 탄압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에 즉결 처형 권한을 부여했고, 그 결과 총 4,075명(정부 집계, 2018.3월 기준)이 재판 없이 사살되었으며 이 중 74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즉결 처형은 사법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인 살인으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필리핀 경찰의 집회시위에 대한 강제 진압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16년 4월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견디다 못한 필리핀 농민들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발포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같은 해 10월 마닐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반미시위를 경찰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경찰 승합차가 시위대를 깔아뭉개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해 강제 해산했으며, 보라카이 섬 폐쇄 관련 현지 주민들의 반대 시위를 대비해 소총과 죽봉으로 무장한 경찰을 현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은 순찰차, 승합차, 오토바이, 수사 기자재 등 경찰 장비 제공과 경찰 전문가 파견, 필리핀 경찰관 초청 교육 등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필리핀 경찰의 심각한 인권탄압과 공권력 남용이 만연한 상황에서 한국이 ODA 명목으로 필리핀 경찰의 공권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KOICA는 ‘평화, 인권, 민주주의와 성 평등 등 보편적 가치 실현에 기여’를 10대 혁신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포함한 KOICA 사업이 협력대상국의 평화, 인권,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가 필리핀 경찰에 ODA로 기자재를 제공하기 전, 먼저 필리핀 경찰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KOICA가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을 면밀히 평가하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KOICA는 해당 사업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리핀과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평가를 통해 해당 사업이 필리핀의 평화, 인권, 민주주의 실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중단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안보체계 개혁’ 지원을 명분으로 한 경찰의 ‘치안한류’ 사업 역시 전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이 전수하는 경찰 교육은 시위 진압 방법이 주를 이뤄왔고, 이는 한국 기업의 살수차, 시위 진압 장비 수출과 연계되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한국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는 한국 사회의 주요 개혁과제이기도 하다. 경찰이 ‘인권 경찰’을 강조하며 공권력 남용 부분에서의 개혁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기존의 치안한류 사업 내용 역시 달라져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협력국의 인권 침해를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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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문고에 대한 한국국제협력단 답변 

 

1.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청하신 민원(신청번호 1AA-1805-322219)에 대한 검토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2. 귀하의 민원내용은 ‘필리핀 경찰수사역량강화사업’이 필리핀 인권 및 평화,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따라 해당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3. 귀하께서 제기한 사항에 대해 검토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필리핀은 100만정 이상의 불법총기가 유통되고 있으며, 택시 및 오토바이를 이용한 강력사건과 청부살인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또한 지적하신 바와 같이, 경찰의 부패도 만연하여 살인과 납치, 금품 갈취, 마약 등 강력사건에 경찰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로 인한 필리핀 주민들을 향한 인권탄압 및 공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필리핀 내․외부에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10월 미 대사관 시위현장에서 필리핀 경찰차량이 시위대를 무참히 깔아뭉개는 장면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든 경악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필리핀 경찰의 공권력이 남용되는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느끼고 있으며, 한편으로 KOICA에서 추진하고 있는‘필리핀 경찰수사 역량강화사업’이 필리핀 경찰의 공권력 강화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외부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2016년부터 KOICA가 추진하고 있는 경찰 역량강화사업은 필리핀 현 대통령인 두테르테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인 2014. 4월부터 검토된 사업으로서 필리핀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범죄예방 및 범인 검거율 제고를 통한 필리핀의 안정적 치안 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 사업은 △수사 장비(순찰차·오토바이·과학수사 키트) 지원, △전문가 파견(수사, 내부비리·감찰 등 분야), △초청연수 및 워크숍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원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시위 진압이나 인권 탄압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특히, KOICA 사업으로 지원되는 기자재는 순찰차량, 오토바이, 과학수사 키트 3가지 항목이며, 범죄신고시 현장에 경찰관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하여 시민을 보호하고, 현장에서의 빠르고 정확한 감식 통해 범인 검거율을 높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차량과 오토바이의 경우, 사건사고가 가장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도시의 일선 경찰서(마닐라, 바기오, 앙헬레스, 세부, 다바오 등)와 범죄 현장 감식 및 특수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범죄수사국, 납치전담국, 수사감식국, 사이버수사국을 중심으로 고루 분배하여 지원할 계획입니다.      

 

기자재 지원과 함께 동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전문가 파견 교육 및 필리핀 경찰인력 초청연수의 교육프로그램은 사건 초동 조치 강화, 현장 증거 분석, 사이버 범죄 수사, 부실수사 및 내부비리 적발 등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한 필리핀 경찰의 역량강화 및 필리핀 국민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내용으로 설계되어있습니다. 전문가 파견 활동 분야 및 연수프로그램에 대한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전문가 파견 활동 분야 

    1. 수사 일반행정 : 형사 근무편제 및 사건처리 분장, 수사 공적평가와 포상 및 승진, 3) 수사교육 

    2. 내부비리 수사감찰 : 사건조작 방지․적발, 부실수사 방지․적발 

    3. 형사활동 : CCTV 분석, 수사자료 분석 및 판단, 추적기법 

    4. 초동조치 : 무전지령 및 신고출동, 현장 초동조치 및 탐문 

    5. 과학수사 : 현장감식, 증거분석, 감식데이터 관리 및 활용 

    6. 사이버수사 : 디지털 증거 수집, 디지털 증거 분석, 사이버 추적기법 

    7. 차량관리 

 

  ※ 초청연수 프로그램  

     1. 고위급 초청연수 : 수사 정책 및 실무 전반 

    2. 실무급 전문화과정 : 수사 일반 및 내부비리수사 및 감찰, 강력범죄 수사 /순찰 및 초동조치, 과학수사 / 사이버수사  

                                     차량관리(순찰차·오토바이) / 정비인력강화 

 

아울러, 2017년 기준 필리핀에 체류하는 교민이 약 9만명, 방문하는 한국인이 160만명에 달하며, 한국인이 필리핀에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 1위에 해당하지만, 2012~2017년간 필리핀에서 피살된 교민 수가 48명으로 전 세계에서 교민 피살 사건이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동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7년 한인 피살 사건이 1건으로 주는 등 우리 사업이 교민 보호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최근 한-필 정상회담에서도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양국 치안당국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데 사의를 표하고, 필리핀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필리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필리핀 주재 교민 및 방문자 안전 보호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저희 KOICA는 귀하께서 우려하고 계신 사항을 반영하여, 우리 사업이 필리핀 인권, 평화, 민주주의 실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권에 기반한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경찰청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신문고에 대한 경찰청 답변 

 

1.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청하신 민원(신청번호 1AA-1805-322176)에 대한 검토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2. 귀하의 민원내용은‘필리핀 경찰수사역량강화사업’이 필리핀 국민의 인권 및 평화,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따라 해당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3. 귀하께서 제기한 사항에 대해 검토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필리핀 경찰수사역량강화사업은 외교부(KOICA)와 경찰청이 필리핀 경찰의 수사 등 전반적인 역량을 강화하여, 필리핀 국민에게 범죄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한 생활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KOICA와 경찰청은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기 前 약 1년 동안 착수조사 등 현지점검을 통해 필리핀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장 시급한 문제는 범죄가 발생하여도 순찰차가 부족해 신속히 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출동하더라도 범죄 현장에서 증거수집 기자재 및 기술이 부족해 초기에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분석결과를 반영해 同 사업은 신속한 현장출동 시스템 구축과 교육을 통한 필리핀 경찰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업 내용을 설계하였습니다. 신속한 현장출동 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범죄 발생율이 높은 주요 도시의 일선 경찰서(마닐라, 바기오, 앙헬레스, 세부, 다바오 등)에 순찰차량을 지원하고, 전문가 파견 및 초청 연수를 통해 운용 요원에 대한 초동대응 능력 향상 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순찰차량 고장 및 관리에 대한 교육을 통해 기술 및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현장 증거수집 능력 향상 등 전반적인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수사기자재 지원 및 17개 분야 전문가를 파견하고, 자체비리 통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부 감찰 분야도 포함하였습니다.  

 또한, 이 사업은 현 대통령인 두테르테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인 2014. 4월부터 경찰청과 KOICA가 공동으로 검토해 시작해온 사업으로 두테르테 정부의 정책기조와 무관한 사업입니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사업은 필리핀 경찰의 수사역량강화를 통해 필리핀 국민의 안전도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원되는 기자재 등이 목적에 맞게 운용되는지 여부를 KOICA와 함께 지속 모니터링 하도록 하겠습니다. 

필리핀은 9만여 명의 재외국민이 거주하고 연간 160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매년 10여명의 한국인이 피살되는 등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필리핀 경찰청은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하였고, 이는 2017년 한국인 피살자가 1명으로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한‘델라로사’前 경찰청장은 방문 기간 중 발생한 필리핀 내 한국인 납치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해결을 지시하였고, 발생 하루 만에 범인 전원이 검거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6월초 한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도 한국의 치안협력사업에 감사를 표시하고, 필리핀 내 한국인 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겠다고 언급하였습니다.  

경찰청은 귀하께서 우려하고 있는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며, 앞으로 필리핀 경찰수사역량강화사업이 필리핀 인권, 평화, 민주주의 실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중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KOICA와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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