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3-02-21   5319

[아시아 생각] 아시아개발연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작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시아개발연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작

[아시아 생각] ADA 참가 후기

민경일 신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상근이사, KoFID 교육홍보위원장 및 운영위원 

 

지난달 31일부터 2월 2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오늘날 개발 문제의 여러 가지 이슈들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아시아의 수많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아시아개발연대(Asia Development Alliance, ADA)라는 이름의 이 모임은 개발에 관련된 아시아 각 나라의 협의체들(National Platforms, 이하 NPs)이 한자리에 모인 첫 번째 자리였다. 한국은 물론 우리와 가깝게 위치한 일본, 중국, 몽골부터 멀리는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개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80여 명의 아시아 지역 NPs와 국제 NGO에서 온 참가자들이 회의에 공식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와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이 대표단을 파견했고, 필자도 그중 하나로 회의의 전 일정을 함께했다.

 

회의는 사흘 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더러는 저녁 식사 이후에도 꽉 찬 일정으로 진행됐다. 바쁘디 바쁜 아시아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였으니 시간을 조금이라도 헛되이 보낼 수 없다. 화려한 방콕의 밤거리, 찬란한 불교 문화 유적, 저렴하고 질 좋은 쇼핑가 등은 이미 우리 참가자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회의에 참가한 우리의 주요 질문은 “우리가 왜 이렇게 모여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모여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아시아개발연대의 기획자이며 전체 진행을 담당한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의 배경 설명을 듣고서 우리는 곧 이러한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다. 

ADA

 

2013년 현재, 지구촌의 개발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담론은 어느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굵직한 국제기구나 연대체와 관련된 프로세스들만 해도, 최근의 한국에 익숙한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HLF-4)의 후속으로 유엔개발계획(UNDP)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동 사무국에 의해 구동되는 ‘효과적인 개발 협력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PEDC) 체제가 있고, (아마도)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이슈인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와 이에 이은 ‘포스트 2015′(Post 2015) 논의가 있다. 2011년 5월에 있었던 LDC(저개발국) 포럼에 이은 ‘포스트 이스탄불/저개발국(LDC) 프로세스’도 있으며, 작년 브라질 리우에서 있었던 유엔 환경회의의 맥락인 ‘포스트 리오+20’,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취약국(Fragile States)에 대한 논의인 ‘g7+’가 있고, 한국이 힘을 내려 하는 G20 개발 아젠다도 모두 국제 개발을 논의하는 장들이다. 그리고 이들 각각에는 그에 대응하는 시민사회, 혹은 시민사회의 연대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방금 열거한,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 오려 하는 이 모든 담론을 어느 개인이나 한 국가의 협의체가 다 맡기란 실로 쉬운 일이 아니며, 실제로 참가자들 중 이 모든 회의에 모두 참석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상기한 저 수많은 프로세스 중 어느 하나도 개발 전체를 다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우리 모두 국제 개발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국제 개발 전체를 동시에 이야기하지는 못해 왔다는 것이다.

 

각자의 상대적 관심 정도도 달라서, 어떤 이는 원조 및 개발의 효과에, 또 어떤 이들은 MDG의 성취 여부와 그 감시에, 혹은 최빈국들의 우선적 발전에, 환경 문제를 비롯한 지속가능한 개발에, 취약국들의 안정적 국가 건설과 그 유지에, 혹은 G20가 이야기하는 성장과 개발에 관심을 두어 왔다. 모든 이슈를 다 관심사에 두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성훈 상임이사는 첫날 여는 말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정보들을 공유하고 공동의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가 필요함을 설명했다. 곧 ADA는 첫째로 정보의 공유와 상호 학습(Mutual Learning)이 이루어지는 자리이며, 이를 통해 더 낳은 세상을 위한 아시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자리다.

 

필자는 이번 ADA 회의가 전체적으로 서로 헐뜯거나 깎아내리는 소모적인 토론이 아닌, 서로 의견을 경청하고 모으고자 노력했던, 전반적으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로 진행됐음에 개인적인 의미를 두고 싶다.

 

특히 필자가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던 세션은 둘째 날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에서 진행된 그날의 마지막 세션이었다. 전체 회의 중 유일하게 참가자 전체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던 이 세션에서 필자는 부산 총회 이후 특별히 개인적으로 관심을 더 두고 있던 ‘환경 조성'(Enabling Environment, 이하 EE) 세션에 참가했다.

 

세션에 들어가면서 다소 이상하게 느꼈던 것은, 이 세션에 ‘집회와 결사의 자유 및 인권 옹호자’ 발표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그동안 생각해 오던 EE는 다분히 제도적인 것이었다. 곧 한국의 시민사회가 세계의 곳곳에서 개발에 더 잘 기여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금을 늘려 주고, 시민사회들이 모금을 하거나 그것을 집행하는 데에 있어서 불필요하고 획일적인, 국제 개발 협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감사 시스템을 재고하는 것 등이 중요한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터에 갑자기 인권인가?

 

하지만, 필자의 이러한 무식은 발표가 진행되고 몇 분 후 깨달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실제 개도국의 많은 곳에서는 인권 탄압이 존재하고, 그 정도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상식 이하의 강도 높은 범죄의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현실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그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인권 옹호자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더러는 제약을, 심지어는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실로 개도국의 경우 시민사회 단체들은 개발 과정 안에서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당장 시급한 일이기에, 이들에게 있어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EE는 결국 인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다. 이러한 이야기는 다음 날까지도 나왔다. 결국 EE는 첫째 국내적(national) 맥락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국내적 이슈이고, 우리는 서로 각자의 환경 하에서 각자의 정부로부터 무엇을 얻어냈는지, 무엇을 실패했으며 무엇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함으로써 다시금 자신들의 전략과 공동의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해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졌다.

 

회의를 떠나면서 한 가지 의아하고 아쉽기도 했던 것은, 개발과 민주주의 이슈는 서로 또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데도 이번 회의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왜 그랬을까? 아시아에 말 그대로 매우 민주적인 나라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 왜 우리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중국의 존재 등 현실적인 이유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권의 단계까지 위협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던 걸까? 이러한 생각 중에 필자는 어쩌면 이것이 한국 시민사회가 아시아의 개발에, 아시아의 시민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게 됐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는, 정부의 저 선전 문구를 잠시 떼어 놓더라도 국제 개발 협력의 분야에서 한국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경우 한국의 시민사회는 개발도상국에서 공여 주체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들의 시민사회에게는 공여자, 즉 갑의 위치가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또 다른, 거부감 없는 연대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러한 새로운 협력의 길 중 하나가 바로 민주화의 길을 공유하는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은 개발 경험 안에서 수많은 민주화 이슈들을 겪어 왔고,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그 길을 계속 걷고 있다. 아시아의 개발을 함께 논의하면서 이제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는 민주주의도 나누어 보면 어떨까? 이러한 흐뭇한 상상을 하면서 돌아본 ADA는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분명히 의미 있는 또 하나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이 곧 우리가 함께하는 현실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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