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3-05-07   5398

[아시아 생각] 경찰 만난 후 사라진 그 남자, 무사할까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찰 만난 후 사라진 그 남자, 무사할까

솜바스 솜폰 실종 사건…조사에 미온적인 라오스 정부

동남아시아 지역 인권 활동가

 

 

라오인민민주공화국(라오스)에 시민사회라는 게 거의 없다고 단언하는 이들은 아마도 라오스에서 이뤄지는 기념식이나 축제에 참가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라오스인의 엄청나게 다양한 민족성과 문화, 그리고 라오스 사회가 지난 수 세기 동안 식량 고갈, 자연 재해, 천연자원의 관리 및 공유 등의 문제를 해결해 온 다양하고 역동적인 방식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라오스 내부의 현 엘리트들 역시 과거 혁명적 투쟁을 만들어 냈던 다양하고 변화하는 상황을 맞아 조직하고 대응하는 힘이 이와 같은 능력이라는 점을 잊은 듯하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라오스 시민사회의 그러한 면들을 국내외에 더욱 잘 알릴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솜바스 솜폰일 것이다.

 

솜바스는 라오스 시골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열정과 결단력, 그리고 예리한 지성의 힘으로 자국 내, 그리고 국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 마침내 교육학과 농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1975년 라오스가 독립을 성취한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나라를 등지고 떠나고 있었지만 솜바스는 새 정부, 그리고 동포들과 함께 일하고자 조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30년 넘게 솜바스는 강한 고집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시민 참여식 개발, 그리고 피교육자 중심의 교육을 증진하려 노력했다.

 

2005년 솜바스는 “라오스의 젊은 세대들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등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진해 온 그의 희망에 찬 노력”을 인정받아 ‘공동체 리더십에 대한 라몬 막사이사이 상'(Ramon Magsaysay Award for Community Leadership)을 받았다.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상의 55년 역사에서 솜바스는 이 상을 받은 두 명의 라오스 국민 중 한 명이다. 실천적 불교 신자인 솜바스는 자연에 대한 경외, 동정심, 그리고 정직함을 지침으로 삼는 삶에 대한 전인적인 접근법을 주창했다.

 

2012년 12월 15일 저녁, 솜바스 솜폰은 비엔티안에 있는 대로에서 경찰에게 제지당한 후 납치됐다. CCTV에 녹화된 그의 납치 장면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라오스 정부의 대응뿐 아니라 납치 사실 자체만으로 많은 의문점을 불러일으켰으며, 라오스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솜바쓰

ⓒfocusweb.org

 

느리고 피상적인 조사

 

라오스 당국은 솜바스의 실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성실히 조사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조사는 느리고 피상적이며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솜바스가 납치되고 가족들이 CCTV 영상을 입수해 인터넷에 공개한 나흘 후, 라오스 일간 <KPL>이 공개한 라오스 정부의 보고서는 교통경찰이 솜바스의 지프차를 정차시키고, 솜바스가 신분증을 경찰에게 제시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2013년 1월 4일 유엔(UN) 라오스 상임 대표도 이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2013년 2월 4일 <비엔티안타임즈>(Vientiane Times)가 공개한 또 다른 보고서는 앞서 공개된 보고서를 반박하면서, 정부 당국이 해당 지프차가 누구의 소유이며 누가 운전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조사관은 운전자가 이전에 발표한 것처럼 경찰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차에서 나와 지프차의 뒤쪽으로 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보고서에는 지프차가 정차하자마자 곧이어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파출소 쪽으로 돌진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두 번째 보고서에는 경찰이나 파출소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되어 있지 않고 단지 오토바이 운전자가 “지프차 운전자가 걸어간 쪽으로 걸어갔다”고만 되어 있다. 첫 번째 보고서는 누군가가 솜바스의 차를 몰고 갔으며, 몇 분 후 “픽업트럭이 파출소 옆에 주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번째 보고서는 “픽업트럭이 지프차가 주차된 곳 인근에 정차했다”고 밝혔다. 이 차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찰과 납치 사이의 연관 관계를 지우려는 시도다.

 

라오스 당국은 경찰이 지난해 12월 15일, 일상적인 무작위 차량 단속을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10분 남짓한 CCTV 영상에서 이를 뒷받침할 지점을 찾기 어렵다. 경찰은 솜바스가 픽업트럭에 탔는지는 확인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교부 상임보좌관은 라오스 정부를 방문한 국회의원단에게 솜바스는 스스로 차량에 올라탔으며 이는 강제 납치가 아님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2일 발표된 공공안전부의 최근 브리핑에선 어떠한 새로운 정보도 없었고 조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이 확인됐다. 동시에 솜바스에 대해 묻거나 이야기하는 것조차 안 좋은 것으로 여겨질 만큼 솜바스를 중상모략하는 잘못된 정보들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국내에 퍼지고 있다. 비엔티안 곳곳에 붙어 있던 솜바스의 실종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을 정도다.

 

솜바스는 왜 실종되었나?

 

공식적인 조사는 실질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결과만을 보여주고 있고, 솜바스가 왜 실종되었는가에 대해 광범위한 추측만이 계속되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사업상, 혹은 사적인 차원의 갈등으로 실종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증거도 대지 못하고 있다. 싸야부리(Xayabouri) 댐에 대한 반대부터 미국에 기반을 둔 저항 집단과 협력까지 불분명한 소문들과 많은 음해성 비방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2012년 10월 중순 열렸던 아시아유럽민중포럼(AEPF)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실종되었다고 생각한다. 솜바스는 AEPF 국가준비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아 포럼을 위해 준비된 “라오스 민중들의 비전” 성명서에 대중들의 조언을 반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몇몇 세션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밝힌 라오스 국민에게 가해진 탄압과 관련한 사건에 도움을 주었다.

 

솜바스는 라오스의 고위 정책 입안자들이나 라오스의 ‘개발 파트너’들과 마찬가지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다른 라오스 학자나 정부 관계자, NGO 활동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국제회의나 강의에서 발제를 하는 등 교육 영역에서 폭넓게 국제 사회와 관계를 맺었다. AEPF는 라오스 외교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개최되었고, 라오스가 국제 절차와 협력을 증진해나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되었다.

 

라오스 당국이 진지하게 조사해야 함에도 솜바스의 납치와 관련해 “과연 누가?” 그리고 “도대체 왜?”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솜바스의 실종을 그의 인권 활동과 연관된 강제 실종으로 분류했다.

 

라오스 시민사회의 발전에, 그리고 더 지속 가능하고 동등한 개발을 지지하는 라오스 국민에게 솜바스의 납치는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솜바스는 특히 개인의 이득보다 공동의 선을 위해 배우고 의문을 던지며 참여하고 행동하려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납치는 시민권을 확대하고 라오스의 발전을 위해 건설적으로 이바지하고자 했던 시민 사이에 엄청난 공포와 불안감을 만연시켰다. 이것이 납치의 원래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잃어가는 신뢰

 

솜바스의 납치와 관련해 국회, 시민사회 단체, 학계,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들 그리고 인권 단체들은 그의 석방과 안전한 귀환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지역 및 국제 언론사들은 주기적으로 책임감 있게 이를 계속 취재하고 보도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솜바스의 납치는 ‘아세안(ASEAN) 인권 이니셔티브’에 일격을 가한 셈이었으며 라오스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시민사회 활동가에게 위협을 가하고 압박하는 교묘한 수단으로 묘사됐다.

 

솜바스의 실종과 관련된 불충분한 조사는 스위스, 유럽연합, 호주, 그리고 미국 등 라오스의 주요 공여국 고위 관료들이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 노동국의 다니엘 배어는 2월 19일 “솜바스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당 사건이 미해결인 채로 남겨지는 한 그를 사랑하고 그를 아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는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필리핀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국회의원들은 솜바스의 석방과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는 적절한 행동을 빠르게 취할 것을 권고하기 위해 라오스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그중 한 명은 “우리의 방문이 해답보다는 더 많은 의문만을 남겼다”고 말했고 다른 한 명은 “이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중략)…이는 사실 경찰과 행정부가 이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나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는 CCTV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없다고 국회의원들에게 말했지만, 법을 제정하는 것부터 공원을 유지하는 것까지 외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가 이번 사건만큼은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2월 6일 유럽 의회는 “솜바스 솜폰의 실종에 대한 조사의 불투명성과 지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 인권법에 어긋남이 없도록 솜바스 솜폰의 안전하고 즉각적인 귀환을 보장하며, 즉각적이고 투명하며 철저한 조사”를 실행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솜바스의 실종으로 야기된 위협을 인지하고, 라오스 정부에 자의적 연행과 비밀 구금을 멈추고, 강제 실종을 형사처분하며, 소수자의 표현과 결사의 자유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라오스 국회의원들과 정부 고위 관료들의 만남에 이어 3월 8일, 네덜란드 상원의원인 투르 엘징가는 “솜바스 실종이 잊힐 것이라고 라오스 정부가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솜바스가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솜바스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는 라오스 정부에 대한, 혹은 라오스 정부와 함께하는 다자 혹은 양자 논의의 첫 번째 의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록 정치 참여를 위한 공간이 극도로 제한적이지만, 라오스는 최근까지 버마(미얀마)에 붙어 있던 것과 같은 가난뱅이 국가라는 딱지를 떼어냈다. 그러나 버마가 정치적 다원주의로 나아가면서, 세계는 솜바스 납치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계속 탄압하는 라오스에 주목할 것이다. 라오스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가입하면서 이전보다 국제적인 관심을 더 끌고 있다. 라오스는 저개발 국가 상태를 벗어나고 싶지만 이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외국의 도움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라오스 정부가 국제 사회에 편입하려는 방법을 모색하는 순간마다 다음 질문이 따라다닐 것이다. 솜바스 솜폰은 어디에 있는가? (번역: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이 글의 원문은 지난달 NGO ‘포커스 온 글로벌 사우스’ 홈페이지에 게재됐습니다. 이 글을 공동 작성한 동남아시아 지역 인권 활동가 3명은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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