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0-12-10   3192

세계인권의 날에 생각하는 달리트의 인권

세계인권의 날에 생각하는 달리트의 인권 
 
인권은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갖게 되는 보편적이며 절대적으로 보호 받고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권리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이웃들이 기본적인 사람대접을 못 받고 있다. 필자는 오늘(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민주주의 국가로 자주 거론되는 우리 이웃 국가, 곧 유엔 상임이사국이 될 인도의 많은 이들, 특히 흔히 불가촉 천민(접촉만 해도 오염이 된다고 믿어 이들과는 접촉도 하지 말라는 천민들)이라고 불리는 달리트들을 기억하고 싶다.
 
1950년에 제정된 인도의 헌법에 의하면, 다른 모든 인도인들과 마찬가지로 달리트들은 평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법과 제도로 보호받고 있다. 1955년에는 불가촉 천민제 범죄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달리트에 대한 불가촉 접촉의 여러 사회적, 문화적 행태의 차별행위를 범죄화했다. 또 1989년에는 이 달리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 만행 등을 예방, 금지시키는 법안을 제정해 시행하고, 달리트들에 대한 차별적 특별 혜택(교육, 직업, 정치 대표권 등에 대한 특별 비례 대표권을 부여하는 정책) 등도 인도 정부는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세계 달리트 인권연대 네트워크’의 보고서를 보면, 매일 3명의 달리트들이 살해당하고 4채의 가옥이 불에 타고 최소한 3명의 달리트 여성들이 강간을 당한다. 또 인도만이 아니라 남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에서 비슷한 만행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달리트의 수가 2억 6천만 명이나 된다. 해당 국가들의 헌법과 여러 입법, 행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또 많은 국제 인권 조약들의 비준을 통한 범 국제적 보호 의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달리트들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불가촉천민, 달리트의 현실
              
인도에서 가장 억압받는 사람들인 달리트들이 살고 있는 인도의 시골 마을의 현실이 우리에겐 낯설고 멀기만 느껴질 수 있다. 도시 문화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우리에게 토지 소유를 금지당해 역사적으로 농노로, 무지한 소작농, 농촌의 한 농업 노동자들로 일생을 마감하는 많은 달리트들의 이야기가 한 사극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들의 열악한 경제적 위치와 대대로 물려받은 극심한 빈곤 때문에 생계의 기본적 필요(결혼 비용, 교육비, 병원비)를 해결하지 못해 빚을 얻고, 그 빛과 산더미처럼 불어난 이자 때문에 대대로, 2, 3세대가 노예 상태의  노동자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슨 영화같이 들릴 수도 있다.
 
남아시아의 현실 가운데에서 계급, 신분과 성별, 계층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달리트 여성들에 대한 ‘사람’ 대접은 더 소설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달리트이기 때문에, 빈곤의 가장 소외된 바닥 계층이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폭력과 성폭행, 비인간적 대우(나체 차림으로 마을을 돌게 해 그 사회에서 달리트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상기시키게 하는 처벌), 굴욕의 삶을 살아야만 하는 많은 달리트 여성들의 하루 하루의 삶이 2, 3중 차별의 희생자로, 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달리트들에게 보복하는 전체 달리트 공동체의 가장 쉬운 희생양이 되고 있는 많은 남아시아 달리트 여성들의 현실은 우리에게 소설보다도 더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심지어 범죄자를 신고하러 간 경찰서에서까지 모욕과 폭행, 강간 등의 성폭행을 당하는 달리트 여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는 가장 많이, 자주 방치되어온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들이다. 많은 경우에, 사법부는 달리트 여성을 보호하는 법률을 집행하는데 실패했고, 2006년 인도 국가범죄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달리트 여성의 학대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유죄 판결율은 단지 5.3%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매년 수천 명의 달리트 여성들이 데바다시 (Devadasi) 또는 조기니(Jogini) 라는 제도의 명목으로 매춘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 제도는 소위 카스트제도의 신성한, 종교적인 실천이란 이름으로 어린 달리트 여학생들을 강제로 착출, 힌두 사원에 소속된 공공 매춘부로 전락시켜 젊은 달리트 여성들의 체계적인 성적 학대와 착취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달리트 여성들의 속박에 종교적으로 신성시하도록 강요된 매춘부 제도를 통해 달리트 여성들과 매춘을 묶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우위를 시행하고자 하는 지배적인 카스트 계급에 의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진압의 수단이기도 하다.
 
달리트인들의 저항을 막는 보복 만행


그런데 무엇보다 시급한 달리트들의 인권 과제는 그들에 대한 보복 만행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학대와 착취 행위에 대해 저항하려고 할 때, 그들은 현 인도 사회의 계층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높은 계급의 주민(high Caste)에 의해 매우 잔인하고 때로는 집단적이며 아주 적대적인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 곳곳에서 그들의 억압에 저항하는 달리트들이 늘어나면서, 달리트들에 대한 만행과 인권 침해도 같이 늘어가고 있다.


높은 계급의 주민(high Caste)들은 토지 이용, 시장 및 고용에 대한 기회 제공, 심지어는 식수에 대한 통제와 압력 등으로 달리트들이 사람대접 받기를 주장하지 못 하도록, 아니, 아예 꿈도 꾸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보복하고 있다. 모든 기회로부터 달리트들을 잘라 완전한 사회 보이콧을 하려 할 뿐 아니라 좀 더 나은 사람 대접을 요구하는 달리트들의 주장에 대해 살인, 갱 강간, 약탈과 방화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08∼2009년 6개월 사이에 봄베이를 수도로 둔 마하라스트라 주에서만 많은 달리트 인권 운동가들이 죽어 가야만 했다.


택시 운전사로 넉넉지는 않지만 온 가족의 생계를 걱정없이 꾸리던 사헤브라오 존다일(Sahebrao Jondhale)씨는 달리트에게 어울리지 않는 택시 운전을 한다는 ‘죄목’으로 2008년 7월 16일에 자기 차안에서 억울하게 차와 함께 화재의 잿더미가 되어야 했고, 학력은 낮지만 뛰어난 달리트 공동체의 젊은 리더로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 1995년 이후 고향 마을 인 잠케드(Jamkhed) 마을의 지역 자치회 회장으로 선출돼 활동하던 바반 미샬(Baban Mishal)씨는 그 지역 유지인 높은 신분의 카일라시 자다브(Kailash Jadhav)씨의 부정 부패사건을 폭로한 대가로 32살이 되던 2008년 7월 5일에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당했다. 카드키 갓 (Khadki Ghat) 마을에서 마을 이장으로 알하던 판두랑 와그마레(Pandurang Wagmare)씨가 그 군에서 일어나는 행정의 실태에 대해 높은 계급 사람들의 무능을 비판하다 그의 집과 다른 달리트들이 살고 있는 온 마을이 보복 방화의 희생이 되었는가 하면 자기들보다 높은 상류 계급의 젊은이들의 음란 발언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8살 된 소녀와 그의 언니는 2009년 1월 19일 동네 한 복판에서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 한 달리트 청소년은 그보다 상위 계급의 여학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해 2월 그보다 높은 계급 마을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다. 이런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헌법과 수많은 입법 조치가 달리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지만, 사실 이러한 법률의 구현에 대한 정치적 의지 부족과 나약한 법 집행 실천 노력 때문에 이러한 달리트들에 대한 보복적 인권 침해는 거의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추세를 보면 이런 보복적 만행은 더 끔찍한 형태로 더 무자비하게 앞으로도 계속 증가될 전망이다.


달리트 인권해방을 위한 우리의 연대 과제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떤 이들은 달리트들의 인권 침해를 가능하게 만든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인도 사회의 아주 오래된 문화적, 종교적 전통이며, 태어나면서부터 되물림하는 이 불평등으로부터 해방할 수 있는 기회 제공조차 허락하지 않는 제도 속에서, 그리고 그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의 자유조차 방지하도록 만든 인도의 힌두 종교 전통 때문에 당장은 실현가능하지 않는 인권 과제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사진:한국희망재단 제공

그렇게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무관심과 무행동을 정당화 시키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민주국가인 인도가 유엔의 상임 이사국이 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왠지 인도는 가난한 개발 도상 국들의 이변을 대변해 줄, 그래서 그 국가들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많은 서민들에게 친근한 정부의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른다는 착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자기 나라에 살고 있는 5명 중의 한 명인 달리트의 사람으로의 기본권, 살 권리도 보장해주지 않는 정부가 과연 우리 인류의 평화와 정의, 민주주의를 수호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인도라는 대국이 가진 정치력, 잠재적 경제력, 시장의 가능성에 주눅들지 말고 우리 모두, 평등과 차별 금지의 보편적인 원칙에 따라 달리트들의 사람으로 살 권리 보호를 위한 기존 국제, 국내 모든 법적, 행정 조항의 이행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이다. 유엔 상임 이사국의 자격을 논하기 전에 1억 7천만 명(거기에 약 4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기독교와 이슬람 종교로 전향한 달리트들까지 포함하면 약 2억 1천만 명)의 달리트들에 대한 조직적인 권리 침해와 범죄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의 모색과 예방 및 정책 구현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 정책 입안에는 역사적으로 체계적으로 부의 균등 분배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는 달리트 공동체들의 개발 및 고용에 대한 정책과 그들에 대한 역사적인 불공평을 완화, 수정하도록 설계된 구체적 인권 보장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국제 인권 원칙과 의무를 기반으로 하되 인도 사회에 적합한 ‘사회문화적 토양과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법과 제도, 그리고 그 사회 문화적 기초에 대한 인식을 기본으로 한 일반 및 특별 입법 보완 대책과 행정적 구현 및 정책 집행에 대한 구체적 실천대책이 중요하다.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달리트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연대를 표하는 움직임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제13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자노다얌(Janodayam)이라는 인도 달리트인권운동 단체가 선정되었다. 인도 첸나이 지역 오물청소 달리트를 대변하며 달리트 공동체 인권과 개발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는 그간의 노력의 결과, 손으로 오물을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며 달리트 아동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자노다얌의 사무총장인 예수마리안(Yesumarian)은 이날 상을 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마 그의 뇌리 속엔 그간 달리트 인권해방을 위해 힘 쏟았던 숱한 세월과 달리트공동체 사람들의 모습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는 인도 사회조차 관심을 주지 않는 달리트 인권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에 감동했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러한 국제적 연대와 지원 아래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더 힘을 얻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초적 권리를 다시 찾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미래를 얘기했다.


우리 모두 무관심한 이웃이 아니라, 또 세계 인권의 날 하루 동안 보여주는 반짝 관심이 아닌, 강하게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 투쟁 때 그랬던 것처럼 인도의 카스트 계급 차별 글로벌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함께 국제 사회를 촉구하며 지속적인 연대를 결의할 때다.
 


곽은경(이크미카 팍스 로마나 사무총장, Pax Romana ICMICA/MIIC)

* 인도 달리트인들을 위한 작은 실천하기(인도 달리트 어린이들이 차별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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