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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0.12.30
  • 2585


아웅산 수치가 직면한 두 가지 과제

미얀마 총선이 예상대로 군부 쪽 정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고, 아웅산 수치가 해금되었다. 지난 총선은 2008년 신헌법에 토대를 두고 있다. 민족민주동맹과 국제사회는 이미 2008년 신헌법 처리를 무효라고 주장했기에, 이 신헌법에 근거한 총선을 거부한 것은 일관된 정치노선이었다.
문제는 2008년 신헌법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미얀마 군부는 민족민주동맹의 압승으로 끝난 1990년 5월 선거를 무시했다. 이 때문에 민족민주동맹은 줄곧 1990년 5월 선거 결과에 대한 인정을 요구했다. 미얀마 군부는 모르쇠 전략으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미얀마 민주인사들을 지속적으로 박해했다. 특히 2007년에는 거리에 나선 승려들과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민주주의의 외침을 군홧발로 짓밟은 1988년의 비극이 반복된 것이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은 불간섭주의와 포용을 통한 변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미얀마와 손을 잡았다. 서방은 이를 ‘독재자 클럽’이라는 구태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인권의식의 한계로 받아들였다. 1962년 군부 쿠데타를 계기로 시작된 ‘버마식 사회주의’ 노선을 두고 논란도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1960년대에 주목받던 아프리카 사회주의처럼 식민지 역사로부터 얻은 정신적 외상과 무관하지 않은 비자본주의 실험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아프리카 사회주의 실험이 그러했듯이 ‘버마식 사회주의’의 고립노선은 정치·경제적으로 파국을 맞았다.

현재 미얀마 군부는 과거 두 개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미얀마를 오랫동안 분할지배해 종족간 반감을 증폭시켰던 제국주의의 교활함이다. 다른 하나는 독립 직후 종족간 내전에 따른 ‘실패 국가’의 경험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미얀마 군부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일 수 있다. 미얀마 군부야말로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또 국가통합이란 이름으로 과거 제국주의 못지않은 잔인한 짓들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압박을 가했고,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미얀마 민주인사들도 헌신적 투쟁을 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어떠한 균열 조짐도 없이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서방 일각에서는 미얀마에 대한 제재 일변도의 대응이 갖는 효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워낙 고립된 상황에 있던 미얀마라 경제제재의 효과가 미미할뿐더러 오히려 군부의 단합만을 고취했다는 것이다.

7년 만에 해금된 아웅산 수치는 요지부동의 군부를 움직여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해금과 동시에 아웅산 수치는 군부와의 대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화 제의는 그동안 누차 있었던 것이라 새로운 정치전략으로 보는 것은 속단이다. 하자가 많은 집권 군부세력으로서는 아웅산 수치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그의 자유를 다시 박탈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사회가 활력을 되찾도록 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자유를 소중히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됐던 정치인 아웅산 수치에 대한 다음과 같은 건설적 비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나는 군부를 강온파로 분열시키기 위해서도 형식적 대화 제의가 아닌 실질적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웅산 수치의 외국기업들에 대한 ‘투자 유예 요청’은 대화노선과 상충하는 대결노선이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보다 오히려 미얀마의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는 지렛대를 더 많이 갖게 된 중국, 아세안 회원국들에 좀더 진지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서방 강대국들의 일방주의와, 불간섭주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식민주의 경험국들의 국가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인권 패러다임을 아웅산 수치에게 기대해본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자료제공: 한겨레 20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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