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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1.02.10
  • 2541


아키노 대통령의 중고 외제차 구입 파문을 통해 본 필리핀 민주주의


최근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Benigno Simeon Cojuangco Aquino III) 필리핀 대통령이 사비로 중고 고급 외제 자동차를 구입해 구설수에 올랐다. 아키노 대통령은 정치∙사회 개혁에 대한 필리핀 민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당선되었기에 그의 이번 중고 고급 승용차 구입 파문은 필리핀 민중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지난 대선 당시 필리핀 민중이 아키노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를 고려할 때 그의 이번 처신이 부적절했음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 한 번의 경솔한 실수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필리핀 민중에 대한 배신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것 인지 이다.

민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대통령들이 당선 이후 민중을 저버리는 행위는 필리핀 민주정치 역사에 있어 그리 드물지 않다. 필리핀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 총 4번의 대선을 치렀고, 전임 대통령인 아로요 대통령을 제외한 라모스와 에스트라다, 아키노 대통령 모두 민중의 커다란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라모스와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당선 이후 대선 당시 약속했던 특권 계층에게 유리한 정치∙사회 구조를 개혁하는데 잇따라 실패함으로써 필리핀 민중을 좌절케 했고, 특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극빈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배우 출신의 에스트라다의 경우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채 횡령 혐의로 중도 사퇴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필리핀 민중의 무력감을 증폭시켰다.    

민주화 이후 25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필리핀의 민주주의는 엘리트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 하지만 필리핀을 포함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거의 대부분이 간접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의 엘리트주의적 성격을 띠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필리핀의 민주주의가 민중 중심이 아닌 전통 기득권 세력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데 있다. 필리핀 민중은 이에 대항하여 왜곡된 정치∙사회 구조 개혁을 약속한 신 엘리트 계층 대권 후보들을 잇따라 당선시킴으로써 민중이 주인이 되는 민주사회에 대한 그들의 열망을 지속적으로 표출하였다. 이번 아키노 대통령의 선출은 역대 필리핀 대통령들의 계속된 배신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민중들이 민주정치에 대한 희망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필리핀의 역대 정치사를 고려할 때 혹시나 아키노 대통령 역시 결국에는 필리핀 민중을 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많은 필리핀 민중은 아키노 대통령만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한 기대의 저변에는 아키노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필리핀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가문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아키노 대통령의 아버지인 니노이 아키노는 마르코스 독재 정권 당시 유력한 민주화 야당 후보로써 필리핀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친 대표적인 필리핀 민주화 인사였으며, 아키노 대통령의 어머니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역시 필리핀 민주화 이후 초대 대통령을 지내면서 필리핀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을 닦은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진다. 필리핀 민중은 필리핀 민주화에 이와 같이 커다란 공헌을 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키노 대통령 역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필리핀 민주주의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이 아키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사법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의 일련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 개선을 실시함으로써 필리핀 민중에게 정치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천명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정치 개혁에 대한 의지가 남은 임기 5년 동안에도 계속 지속될 수 있는 지의 여부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민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역대 필리핀 대통령들 모두 정치∙사회 개혁에 대한 그들의 공약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기존의 특권 계층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키노 대통령의 이번 중고 고급 외제 승용차 구입 파문이 필리핀 민중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아키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아키노 대통령은 필리핀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을 바친 부모님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민중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아키노 대통령에게 정치 개혁에 대한 그리고 필리핀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이 필리핀 민중의 바람을 충족시키고 필리핀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을지 앞으로 남은 그의 임기 5년이 주목된다.

참여연대 7기 인턴 김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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