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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1.02.16
  • 3096
말레이시아의 이슬람과 민주주의


말레이시아에서는 2009년 정부가 기독교인들이 성경에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성경 1만권을 압수한 적이 있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기독교인들의 ‘알라’ 사용에 격분한 강경 무슬림인 들을 달래기 위해 위와 같은 조치와 기독교인들의 ‘알라’ 사용을 금지하였다. 하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와 소송을 한 결과 2009년 말 쿠알라룸프 고등법원에서는 기독교인들의 ‘알라’의 단어 사용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태는 진정 되는 듯하였으나 정부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여 일단 판결 효력이 정지 된 상태이다. 또한 이 판결에 격분한 이슬람 신자들에 의해 일부 교회는 폭탄테러, 시설물 파괴와 같은 공격을 당하였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다종교 사회이고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에 관련된 조항(헌법 11조)이 명시 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특정 종교를 옹호하고 타종교를 억압하는 행위를 한다는 사실은 내게 충격적 이었다. 과연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우선 말레이시아는 종족과 종교 간의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특히 이슬람교와 말레이계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말레이계는 영국식민지가 되기 이전인 15세기부터 이슬람교를 믿어왔다. 또한 식민지배가 끝난 후 건국한 연방 말레이시아는 국교를 이슬람교로 정하였으며 헌법에는 말레이인 종족의 경우에는 태어날 때부터 이슬람교를 믿도록 제정하였다.(헌법 160조)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도인 경우에는 종교적인 부분은 민간법정이 아닌 이슬람 법정에 의해서 샤리아법(이슬람법률)에 의해 판단하게 되어 있어 이슬람교도라면 실질적으로 개종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슬람교에서는 개종하는 것을 중죄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법정에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을 인정받으려했으나 결국 이슬람 법정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 리나(Lina Joy)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말레이인들은 곧 이슬람교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레이종족과 이슬람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종교는 말레이계 선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매번 총선 때마다 이슬람화가 주된 선거 쟁점으로 형성되어왔다. 말레이계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nited Malay Nation Organization; UMNO, 이하 UMNO)과 야당 측 말레이계 정당인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rti Islam Se-Malaysia, 이하 PAS)은 늘 이슬람화를 지지하는 무슬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런 이슬람화의 진행은 말레이시아의 소수민족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실 UMNO는 말레이인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정권을 잡아왔던 여당연합 국민전선(Barisan National, BN)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종족 정당과도 공생해야 하기 때문에 극단적 이슬람화의 주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말레이인들의 PAS에 대한 지지가 점점 늘어나자 이를 의식한 UMNO는 이슬람화를 내세우며 말레이계의 지지를 얻으려 하였다.

UMNO 전당대회는 말레이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회의로 실질적인 정책이 논의되는 장으로 그 중요성이 상당하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이자 청년조직의 장인 히샤무딘 후세인은 2005년, 2006년, 2007년 세 차례 연속으로 말레이 전통 칼을 흔들며 “말레이계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소수종족들은 없애겠다."는 과격한 발언을 하였다. 이는 UMNO가 이슬람화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다.

야당인 PAS는 해외의 이슬람근본주의 세력과의 결탁 또는 유착하였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정치적 목표로 표방하고 있고 이슬람 근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이슬람교도들에게 종교적인 위안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지지를 얻으려 한다. 실제로 과거 말레이시아 한 주에서 집권에 성공했던 PAS의 부총재는 약속했던 강력한 이슬람화 정책을 추진하기위해 이슬람형법(hudud) 실시를 강력히 주장한 사례도 있다.

이렇듯 말레이계 정당들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이슬람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당들의 경쟁적인 이슬람화 강화 선거 전략이 계속 된다면 세속국가인 말레이시아 내의 소수민족들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게 되어 갈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입헌 군주국으로서 실권은 국민이 선출한 의회와 총리가 쥐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여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말레이시아에서도 비이슬람교의 소수민족을 위한 정치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내에는 약 30%의 비 이슬람교도들이 살고 있다. 정당들의 경쟁적인 이슬람화로 인해 이들이 외면 받는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당들은 이슬람화의 주장을 자제하고 비 이슬람교도들도 배려하여 말레이시아의 모든 종교, 종족들이 차별받지 않는 민주주의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참여연대 인턴 7기 최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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