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7-04-14   952

[아시아생각] 시리아 토마호크 공습, 짜고 친 힘자랑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시리아 토마호크 공습, 짜고 친 힘자랑

[아시아 생각] 갈팡질팡 트럼프 외교 정책, 신뢰 안간다

 

최재훈 경계를넘어 활동가 

 

“시리아를 공격하지 말라.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아주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시리아를 공격하기에 앞서 대통령은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큰 실수다.”

 

이는 2013년 8월 2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구타 지역에서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잇따른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1400여 명의 주민들이 사망한 직후, 어느 미국인 트위터 이용자의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당시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이동시키거나 사용하게 되면, 그것이 곧 미국의 전면적인 시리아 군사 공격의 레드 라인이 될 것”이라던 오바마 대통령의 1년 전 경고를 실행에 옮길 것인지를 놓고 미국 정부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때였다. 따라서 해당 트윗의 작성자는 “(미국은) 시리아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며 군사공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직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예상밖의 승리를 거두고 미국의 45대 대통령 자리에 취임했다. 그렇다.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야기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6일 동지중해에 정박 중이던 2대의 미 해군 구축함에 명령을 내려 개당 100만 달러짜리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59발을 시리아 정부군의 샤이라트 공군 기지에다 쏟아 부었다. 알다시피, 그 이틀 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주 칸샤이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화학무기가 살포돼 최소 86명이 숨지고 300 여 명이 부상당한 데 따른 보복과 대응 차원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주장과는 달리 트럼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는 물론이거니와 미 의회의 승인 같은 절차 따위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공격 직후 그가 발표한 공개 성명에서는 오로지 “이 야만적인 (화학무기) 공격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어여쁜 아기들”에 대한 가슴 아픈 연민과, “치명적인 화학 무기의 확산과 사용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것이 미국의 사활적인 국가 안보 이익”이라는 확신, 그리고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살육과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에 동참”하라는 “모든 문명국가들에 대한 요구”만이 넘쳐날 뿐이었다. “미국과 전 세계에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말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기간 돌연 시리아 공습을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AP=연합

 

“이래도 내가 러시아와 한통속으로 보여?”

 

허나 정말로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면, 트럼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대통령에까지 오른 인물이 한순간 갑자기 보편적 인도주의에 이끌린 코스모폴리탄(범세계주의자)으로 변신했다고 믿을 근거도 전혀 없다. 몇 가지 사실만 짚어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뒤, 남부 예멘에서 군사작전 도중 숨진 미 해군 특수부대원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추모하는 트윗을 전송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작전 과정에서 학교와 사원에 피신해 있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된 30여 명의 예멘 주민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바로 지난 3월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200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사망했을 때도, 이번에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졌던 칸 샤이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리아의 알 지나라는 마을의 사원에서 역시나 미군의 공습으로 60여 명의 주민들이 몰살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숫자만 해도 대략 4000여 명, 거기에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예멘을 공습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가 맨 먼저 추진한 정책 중의 하나는 시리아를 비롯해 남수단과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이라크 등 대부분이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7개(나중에 이라크는 제외) 이슬람 국가 출신 난민과 주민들의 미국 입국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이미 자국 내에 체류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며, 미국이 난민들에게 결코 안전을 제공해주는 나라가 아니란 걸 그들의 면전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거라고 광기어린 지지자들 앞에서 떠벌리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럴진대, 어떻게 화학무기로 인해 80여 명의 희생자들이 발생했을 때에만 유독 트럼프와 그 정부 당국자들의 인도주의와 인간적 연민이 갑자기 용암처럼 분출돼 나왔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번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은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과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미국보건법안의 하원 표결 좌절, 대선 과정에서 캠프 핵심 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와 접촉해 도움을 받으려했다는 정황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레임덕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국내용 무력 과시(show of force)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 러시아가 지원하는 나라의 정부군을 상대로도 미사일을 쏘는 거 봤지? 이래도 내가 러시아와 한통속으로 보여?’하는 메시지를 자국민들에게 던진 거란 것이다.

 

이는 공습 당일 “미 국방부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양측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기존의 채널을 통해 러시아 군 당국자들에게 공습 사실을 미리 알렸고, 러시아 당국이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에게도 통지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정부 관리들도 알고 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로도 잘 드러난다.  

 

실제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시리아 공군력의 20%를 제거했다”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주장이 무색하게도 시리아 공군기들은 주말부터 버젓이 반군 지역들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사실상 짜고 친 고스톱이란 이야기다. 이렇듯 미국과 러시아 군 당국자들은 이전부터도 시리아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양국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터키에서 거의 매일 접촉을 갖고 그날의 공습 일정과 대상 지역, 공군기의 항로를 서로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 미국의 시리아 군사 개입 강화가 러시아와의 전면 대결로 비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에 비해 정말로 우려되는 지점은 따로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대척관계에 있던 미 공화당 주류와 민주당 지도부, 심지어 그로부터 “가짜 뉴스”라고 조롱받던 언론들까지도 하나같이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군사 모험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공화당 내의 대표적인 트럼프 비판자였던 2008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늘밤의 믿음직한 첫 걸음을 토대로 우리는 마침내 역사의 교훈을 얻어 전술적 성공이 반드시 전략적 전진으로 이어지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고,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도 트럼프가 “옳은 일을 했다”고 칭찬했으며, 민주당 내에서 ‘진보 세력의 희망’으로 불리며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지목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조차 “(공습은) 균형 있는 대응”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CNN의 시사 평론가 파리드 자카리아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제야 비로소)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고 찬사를 보냈으며,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도덕적 차원의 리더십”이 트럼프의 집무실을 관통했다고 하지를 않나, MSNBC의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방송으로 중계되는 미사일을 가리켜 세 번이나 “아름답군요”를 연발하기도 했다.

 

이는 곧 일반 국민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쳐 ‘더 이상 가스에 질식돼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하는 것(do something)’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do nothing)’보다는 낫다는 여론이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힘을 얻는 결과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더 많은 군홧발을 전장에 들여놓게 하는(more boots on the ground)’ 정책이, 6년째에 접어든 전쟁으로 인한 시리아 국민들의 고통의 시간을 그만큼 줄여줄 수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 교체 전략을 이제 논의 테이블에서 내려놓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이번 화학무기 공격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고도 했다. 한 마디로 말해, 뚜렷하고 일관된 전략 자체가 부재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전략으로는 결코 시리아 내전의 종식을 그들에게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끔찍하고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뭘까? 아니, 과연 끝나기는 할까? 조금이나마 그 답답함을 풀어보기 위해, 다음 주에 이어질 글에서는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얽히고 설킨 양상과 전쟁 종식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꺼내볼까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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