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8-06-03   1757

[아시아 포럼③]동남아 인신매매와 시민사회의 역할

연중기획 아시아 포럼<아시아의 초국가적 문제와 시민사회의 아시아 연대>은  산적한 초국가적 문제들의 현주소를 검토하고 아시아와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에 올바르게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3월부터 12월까지 10회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5월 30일 경희대에서 조윤미(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연구원과 아시아 포럼 세 번째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강좌의 주제는 1980년대 이후 지구화 과정에서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문제였다. 조 연구원은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인신매매 문제를 다루어 보고 동남아시아에서 인신매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의 불일치


조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80만명이 국가 간 인신매매를 통해 대부분 상업적 성착취에 희생되고, 성착취를 위한 인신매매는 매년 60 ~ 70 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전세계 인신매매의 60%가 동남아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현재의 인신매매 형태는 계약 노동의 형태 및 노동 착취의 정도가 노예제보다 훨씬 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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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에 따르면, 인신매매란 “성적 착취와 강제 노동을 목적으로 납치, 위협, 협박, 물리적 언어적 강요, 속임수 등을 동원하거나, 동의를 얻기 위해 (피해자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서/에게 불법적 지불 또는 혜택을 받거나/주고, 피해자를 모집, 이동시키거나, (다른 이에게) 넘겨주거나, 은신시키거나, 수용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은 인신매매의 문제를 “이주”의 문제로 보며 법률적, 범죄적 차원의 대응책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아세안이 인신매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원국들 간의 노력은 있었지만 인신매매를 인권의 측면보다는 국가 주권에 대한 범죄로 간주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려는 한계점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인신매매에 대한 명료한 정의와 인식을 아세안과 각국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협소하고 엉뚱한 정책들만 내놓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였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인신매매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7년 반인신매매법을 통과시켜 사법적 처벌을 강화하게 된다. 그러나 반인신매매법 제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세부 조사 내용과 대안을 마련하는데는 큰 한계에 부딪쳤다. 이유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만들어 내는 자료의 신뢰성을 믿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 맞게 재정립 되어야 할 인신매매 문제


이 문제를 다시 환원하면 인신매매 문제를 로컬 사회의 개념으로 실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인드랑 마유 지역을 예를 들어주었다. 2007년 반인신매매법이 제정되고 인드랑 마유 지역 지역을 조사해본 결과 이 지역의 거의 모든 여성들이 성매매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누구를 사법 처리해야 할지 어려움에 빠진 것이다. 그 성매매의 주체는 특정 인신매매조직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들이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어촌에서는 모든 딸들이 나이가 차면 돈을 벌기 위해 매춘을 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인신매매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도 이들이 하는 행위가 인신매매로 분류 될 수 있음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 연구원은 인신매매가 지역 문화적인 상황을 간과한 채 글로벌 차원에서만 정의되고 분류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 연구원은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고 지역사회가 지역의 사회문화를 반영한 아젠다로 재구성 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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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토크
(포럼에서 나왔던 주요 질문들을 요약했습니다)


1. 동남아의 인신매매가 로컬차원의 문제라 하더라도 동남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 기구등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글로벌 차원에서 의제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지역차원에서 의제가 새롭게 정비되어야 합니다. 초국가적 이슈라 하더라도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없이 법제화하는 작업은 인도네시아 사례를 봐서도 실효성이 없어 보입니다. 법제화만이 아니라 주민들을 설득해 가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2. 인도네시아에 인신매매가 많은 이유는 결국 동남아시아의 빈곤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따라서 빈곤타파를 위한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인신매매에 대한 해결책도 같이 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동의합니다.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 문제는 빈곤, 사회 변동, 사회문화적 배경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문제제기 하는 부분은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문제제기 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보면 인신매매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정당화하는 관습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동남아에서는 혼인제도가 여성을 교환하는 제도로 보고 있습니다. ‘신부대’라고 해서 신부를 물건처럼 사고 파는 문화나 약탈혼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캄보디아의 경우 중매를 하겠다고 하고 ‘신부대’를 주고 딸을 파는 것이죠. 이것은 이들 사회에서는 매춘도 성매매도 아닙니다. 이를 국제조직이 인신매매로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사회문화적인 배경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에 대해 시민사회가 이것들을 정당화하는 기재들을 문제제기 해야 합니다.


3. 인도네시아의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문화적 속성이 강하거나 특수한 종족 사회에 시민사회라는 용어를 쓸 수 있을까요? 시민사회란 것도 결국 외부적인 시각에 지나지 않을까요?


– 인도네시아에 NGO들은 엄청 많습니다. NGO INDUSTRY(엔지오 산업)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 지요. 저도 이들을 지칭해서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동남아에서는 대부분 외국에서 유학한 엘리트이며 중상층 이상인 사람들이 NGO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과 NGO 활동가 사이에 갭이 크고 의사소통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볼수 없습니다. 이들이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초국가적 이슈만을 제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에는 각 섬마다 지부를 가지고 있고 회원만 3천~4천만명인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단체들은 여전히 종교 문제등 사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NGO 간의 소통은 매우 높은 편이며 NGO 의 영향력도 큰 편이지만 지역 주민과 NGO간의 소통은 오히려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4. 동남아에는 한국과 같은 강력한 행정부가 있나요? 인도네시아의 경우 사법적인 제한을 가한다고 하지만 그 만큼의 지방 행정력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없다면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안나요?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문제는 지역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접근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인도네시아는 천 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족간 관습법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즉, 바로 옆 동네라 하더라도 관습법이 달라 정부가 개입하지 못한다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섰다가는 인종이나 공동체에 가하는 폭력으로 보는 수가 많습니다. 동남아에서 인신매매는 관습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의제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법적 제재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5. 여성의 인신매매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성(sex)을 노동보다도 더 가치롭게 보는 사회경제적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사회문화적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 빈곤이나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에 의해 동남아시아에서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개발과 분배만으론 불가능합니다. 제가 제시하는 방법은 국제사회가 정한 인신매매라는 문제를 지역 문화적 배경에서 이해하고 이를 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로컬 주민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용어속에서 인신매매라는 아젠다를 풀려는 노력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네 번째 포럼 “아시아의 빈곤문제” 은 6월 27일(금) 저녁 7시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지하 강당)에서 개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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