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9-06-18   1830

인도네시아 노조, 이 대통령의 한인공장 방문 유감 편지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으로부터 온 편지
이명박 대통령 한인공장 방문 유감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지 열흘이 지난 뒤에 인도네시아독립노조연합(GSBI: Gabungan Serikat Buruh Indonesia) 위원장 얀띠(Emelia Yanti MD. Siahaan)로부터 이메일 편지를 한 통 받았다. 그 내용은 대통령 일행의 한국인 소유 공장 방문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는 3월 7일 오후에 한인투자 ‘최고의 기업들’ 중에 하나라며 보고르(Bogor)의 의류공장을 방문하였다. 한국인 소유의 이 공장은 2천여 명의 현지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Le Coq Sportif를 비롯한 유명회사의 스포츠의류를 제작하여 유럽시장에 수출하는 기업이다. 그 공장에서 대통령 일행은 약 한 시간 반 동안 사장을 만나고 생산품을 소개받고 작업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노동조합활동가 얀띠는 이 회사가 “결사의 자유 위반과 기진맥진한 작업조건에 있어서 최고의 기업”이라며 대통령의 방문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세계도처의 활동가들과 학자들에게 발송했다.

2003년에 이 회사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많은 수의 노동자들을 해고시켜서 국제소비자운동단체들로부터 항의서한을 받았던 기업이었다. 인도네시아 노사관계를 조사하고 있던 필자도 사건 발생 직후에 그 소식을 현지에서 소상하게 들은 바 있다. 당시에 필자가 만났던 해고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회사의 경영자는 노조가 결성되자 노조간부 4명에게 가택대기 처분을 내렸고 이에 항의하는 파업이 발생하자 168명을 집단 해고하였다. 노조원들은 사장과의 직접 협상, 해고자 원직복직, 인사과장 해고, 노동조합 인정 등 4개항을 요구하였으나, 공장장은 “사장과 만나자는 것은 대통령을 만나자는 것”이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해고자들은 지역노조의 도움을 받아 영문으로 항의성명서를 작성하여 해외각지로 발송했다. 이에 호응하여 깨끗한 옷 입기 캠페인(CCC; Clean Clothes Campaign), 노동권콘소시엄(Workers’ Rights Consortium) 등 유력한 국제소비자운동단체들이 홈페이지 전면에 이 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항의서한을 보내는 운동을 전개하자 기업의 이미지 손상은 물론이고 한국인의 국제적 이미지까지 손상시킬 것이 우려되었었다.

▲ 지난 3월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한인 투자 의류업체를 방문했다. ⓒ뉴시스

그런데 이 회사의 상황은 “그 후 여러 해가 지났지만 나아진 것이 없다”고 얀띠는 주장하였다. 이 회사는 생산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노동자는 그것을 완수할 때까지 잔업수당 없이 남아서 일해야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7년에도 바이어들에게 작업조건에 관한 편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두 명의 노조간부를 해고한 바 있고, 회사에 존재하는 두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을 달리하여 상대적으로 전투적인 노조를 차별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얀띠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편지를 끝냈다. 제품의 질이 향상되고 수출 물량이 증대하여 그 기업이 찬사를 받는다면 그 제품을 생산해낸 현지 노동자들이 마땅히 칭송받아야 되지 않겠는가? 만약 그 기업이 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노동권을 침해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알았더라도 한국의 대통령은 이 한국인 기업가를 여전히 자랑스러워하고 칭송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신아시아 외교’를 천명하였다. 아직 그 내용이 명료하지는 않지만, 현지 한인기업 방문 사례를 통하여 새로운 아시아 외교의 편향성을 우려할만한 징표를 읽어낼 수 있다. ‘추한 한국인’ 이미지가 제기되던 1990년대 중반이래로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은 한국인의 해외투자기업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실태를 모니터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덕분에 현지사회에 대하여 한국인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국내적으로는 자원의 이용과 경제적 이익에만 골몰하지 말고 그곳에 사는 이웃들을 생각하자는 의식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노력은 한국외교 일선에 공유되지 않았었나 보다. ‘국가의 편에서’ 현지의 유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외교상의 간단한 기술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잊지 말고 추가하라고 권하고 싶다. ‘기업의 편에서’ 방문 후보로 추천되는 그 현지 한인기업이 인권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가? 이런 식의 질문이 ‘신아시아외교’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를 바란다.



전제성(열린전북 편집위원,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글은 [열린전북 5월호]에 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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