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8-01-23   752

<아시아 생각> 아시아의 인권좌표를 넓혀라!

 태평양 아시아지역 <국제인권교육>을 다녀와서



포 카레카레 아-나- 나와 이로 로토 루-아–

위-티아 투코헤 히 네- 마- 리노 아나 에—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 잔해져 오 면—

오늘 그대 오시려 나- 저- 바다 건너 서—


어릴 때 흥얼거리며 배웠던 이 노래가 저 멀리 남반구 섬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2007년 11월 경 필자는 3주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국제 인권 외교 교육 프로그램(약칭 DTP)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DTP 교육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인권교육이며 인권 활동가들에게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각 국가의 인권 현황을 알리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활동을 훈련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번 교육은 주최국이 뉴질랜드인만큼 뉴질랜드의 특수 상황인 원주민 인권에 대해 탐방할 기회가 잦았다. 이 노래 역시 뉴질랜드 웨링톤에 위치한 마오리족 공동체에 방문했을때 마오리어로 직접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DTP에 참가한 30명의 활동가들은 몽골, 한국을 비롯해서 동티모르, 버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 네팔,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피지, 파푸아 뉴 기니 등 다양한 인종과 종교적 문화유산을 가진 아시아 태평양 나라들에서 왔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처음이지만 각 국가에서 많게는 20년씩 인권운동을 해온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 나라를 가보지 않았어도 그 나라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였다.




국제 인권법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가간 인권문제을 토론하면서 각 아시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독재,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와 경제적 빈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원주민, 소수민족 문제였다. 참가자들은 민주주의, 인권 교육, 여성의 평등권, 빈곤 타파, 노동권 보호와 원주민, 게이,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 인권보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활동가 대부분은 그 자신들이 소수민족으로서 그들의 삶에 있어 ‘인권’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였고 하루하루 그들의 삶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정부군에 가족을 잃은 활동가도 있었고 직접 구금되고 고문을 당한 활동가도 있었다. 모두들 밝은 표정의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은 불안하고 차별로 상처받고 있었다.




인권활동가들의 활동들을 접하면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로 가기에는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구의 1/3을 인도네시아 정부의 학살로 잃은 동티모르에서는 아직도 사회가 불안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고, 정부군에 쫓겨 밀림 지역으로 몸을 피해 살아야 하는 버마의 소수민족의 비참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버마 민주화 항쟁에 대한 최근 소식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웨스트 파푸아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억압에 힘겹게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필리핀은 정부의 독재와 부패로 인해 빈곤의 고리는 끊기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인구의 1/5이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노동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으며 아시아의 군부독재와 인권 유린은 상상 이상으로 역사적으로 뿌리 깊고 처참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그 와중에서도 극도의 빈곤으로 거리로 내몰린 인도의 아이들을 위한 인권 활동이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공동체를 구성하고 소수민족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베트남 엔지오의 활동, 뉴질랜드와 같이 개발원조(ODA)를 지원하는 국가들의 활동을 보면서 아시아의 상처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절망보다 희망의 가능성을 더 찾아보게 되었다.




소수민족으로 척박한 삶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국가의 폭력과 이로부터 보호해줄 아무런 보호막도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국제사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직도 국익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국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아시아의 인권 보호를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을지 난제에 빠지기도 했다. 아시아 인권단체들은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대활동을 통해, 인권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사회 패러다임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활동가들과 지내는 시간 동안 필자는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아시아인들 즉, 이주노동자들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우리사회에서 불법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 부재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심각한 차별과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를 생각할 때,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한국의 발전을 긍정적인 모델로 보고 있는 아시아 활동가들에게 부끄러운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루빨리 아시아인들을 우리 공동체 속에 한 구성원으로 품을 수 있는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것이 소위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는 한국정부의 기본 역할일 것이다.




아시아가 희망을 만들어 가듯이 한국도 아시아에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엔의 주요 국제 인권 조약을 거의 채택한 대한민국. 2008년 우리 안의 아시아에서부터 우리와 이웃한 아시아까지 아시아적 인권 좌표를 넓혀가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차은하(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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