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8-09-04   1663

<아시아생각> 언론에선 볼 수 없는 이라크 역사의 ‘속’

이라크 민주화의 과거, 현재, 미래 

책을 표지만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책을 서두만 읽고 마지막 장의 내용을 예측할 수는 없다. 의사 또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겉으로만 드러나는 환자의 증세만을 봐서는 안된다.
 
오늘날 이라크의 상황은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라크인들이 수십 년간 독재 정권, 부당한 위계질서로 고통 받아야 했던 원인은 어느 특정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종교, 인종, 문화 등의 여러 사회적 측면에서 국민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모두 박탈 당했기 때문이다.
 
1920년도에 구 영연방 제국이 이라크에서 석유를 발견하자 영국은 그곳에 유전회사를 건립했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회사 수익의 95퍼센트를 영국, 프랑스, 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였다. 영국은 그 후 1932년에 이라크 왕정을 설립해 이라크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확고히 하고자 하였다. 영국은 그 후 권력을 이라크 수니 엘리트 파에게 넘겼다. 수니 엘리트 파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왕족들과 혈연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때부터 이라크 시민사회는 수 차례 엘리트 파로부터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힘겹게 싸워왔다. 이라크 국민들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실권을 얻으려 했으나 그들의 노력은 매번 막대한 영국 군비가 지원되는 왕정의 군부에 의해 좌절되었다.
 
이라크 왕정은 1958년 발생한 군사 쿠데타에 의해 막을 내렸다. 왕정이 소멸하고 나서 권력은 정예 군부로 넘어갔다. 군부는 수십 년간 민주화와 시민참여의 출범을 막아왔다. 오랜 세월, 서양세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군사 수니 정권까지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 국민들을 사회적 부정의로 일관했고 기본권인 정치권조차 짓밟아왔다. 그 동안 서양국가들은 이라크인들의 수난에는 아무 관심도 두지 않았다.
 
1991년 사담 후세인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서양에 비협조하고 쿠웨이트 유전을 공략했을 때, 서양 국가들은 연합을 형성하여 쿠웨이트 해방을 이야기 하며 이라크에 전쟁 선포를 단행했다. 이는 그 동안 후세인의 군대가 수 천명의 이라크 민간인들을 죽이고 수 백 명의 이라크인들이 후세인의 탄압을 피해 이란과 터키로 피난갔을때 서양국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2차 걸프전 직후 유엔과 서양국가들이 이라크에 가한 경제재제는 이라크 군부의 횡포와 더불어 이라크 국민들의 고통을 배가시키는 것이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많은 이라크인들은 서양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서양으로부터 이라크 독재정권을 보호하기를 거부한 것이었다. 이라크 인들은 이라크 정권 붕괴를 기대했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희망으로 여겼다.
 
오늘날 이라크는 외세 주둔의 긴 역사, 복잡한 정계 역사, 여러 소수 민족들과 그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로 인해 이라크 국민들은 제대로 이들의 의사를 사회적으로 표명하지 못하고 사회참여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이러한 이라크 내부 상황과 문제뿐만 아니라 점차 거세지는 주변국들의 관심과 참견은 이라크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기간의 군사 독재를 겪은 탓에 대부분의 이라크 인들은 한 가지 목소리를 내고 한 가지 이념만을 내세우는 유일당의 당론을 교육 받아 왔다. 이러한 교육은 이라크인들이 민주주의에 일체 노출되지 못하고 사회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게 했다.
 
이라크인들의 민주주의와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의 부재는 후세인의 독재정권이 무너졌을 때 외부 간섭 없이 국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했다. 오히려, 시아파와 수니파, 그리고 나머지 이라크 소수 민족들 사이에는 공포와 복수심만이 퍼져갔다.
 
이라크의 과반이 넘는 시아파는 그들이 새 국가의 운영을 도맡을 차례라고 여겼다. 한편 수니-아랍 파는 과거 그들의 전통에 따라 이라크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수민족으로서 쿠르드인들은 지난 역사의 소수민족 차별과 민족말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민족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새로운 이라크의 건설을 위해서는 종교, 민족, 문화에 상관 없이 모든 이라크인이 동등하게 사회 건설에 참여하고 실질적으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라크는 건강한 경제와 평화적인 민주정치를 이룩하기 위해서 교육과 인재양성에 대한 지원과 연대가 필요하다. 한국의 시민 사회가 이러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라크에 우호적인 협력을 해나갔으면 한다. 더불어, 이라크 역시 아시아의 한 일권으로서, 아시아권 국가들의 국제 연대가 절실하다. ‘도움이 필요한 때의 친구야 말로 진정한 친구’ 라는 격언이 있듯이 말이다.



마르샴/대학원생·성공회대 MAINS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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