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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6.06.29
  • 1035
"Pride of Asia"! 한국의 아시아적 정체성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이 구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광주경기장에서 한국과 스페인이 8강전을 벌일 때 붉은악마 응원단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카드섹션의 구호였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토고를 꺾고 프랑스와 극적인 무승부를 이루면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6강 진출이 유력시되자 국내외의 언론보도에서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아시아팀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경우에 월드컵 본선진출 자리수를 줄인다고 하니 더더욱 한국의 선전은 아시아의 이익과 결부되는 상황이 연출된 듯하다. 그런데 월드컵 이외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이익과 명예를 대표하고 아시아 나라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의미보다는 서양의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만 하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에 미셸 위가 골프경기를 위해 한국방문에 나섰을 때 한 방송사는 ‘정복은 계속된다’면서 미셀 위를 마젤란과 같은 정복자들에 비유하는 광고를 내보냈던 일이 떠오른다. 마젤란은 바로 8강전의 상대국이었던 스페인의 선단을 이끌고 세계일주에 나서 뱃길로 세계를 일주한 탐험가로 추앙받고 있지만 그의 항해는 탐험뿐만 아니라 황금의 가치를 지닌 아시아의 향신료산지들을 장악하기 위한 여행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스페인의 필리핀 식민통치를 낳았다. 또한 마젤란은 오늘날 필리핀 영토에 속하는 막탄(Mactan) 섬에서 원주민들의 공격을 받아 사망함으로써 그의 배 빅토리아호만이 일주를 완수한 꼴이 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마젤란은 알아도 마젤란을 죽인 아시아인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1521년 4월 27일에 마젤란을 죽인 사람은 막탄 섬의 추장 라푸라푸(Lapulapu)였고 그는 “유럽의 침공을 막아낸 첫 번째 필리핀인”으로 현지인들에게 추앙받고 있다. 우리가 라푸라푸를 모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마젤란을 주인공으로 삼는 교육풍토와 지식세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우리나라의 교육이 서구 중심적이고 아시아에 대한 교육을 한다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아시아연대 담론도 같은 방식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이 한국의 축구나 골프가 세계무대에 나선 것을 자랑하듯 한국의 사회운동가들도 한국의 민주화와 개혁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의 진전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설정하는 진취적인 자세를 갖게 되었다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의 사회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그들의 실천으로부터 배우려는 태도를 겸비하지 못한다면 아시아연대담론은 근대화론의 한국판 변종을 낳을 수도 있다. 한국 활동가들이 연수대상지로 아시아보다 서구를 더 선호하는 실태나 아시아언어가 가능한 활동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킨다.

아시아연대를 추진하려면 우리는 행동뿐만 아니라 성찰과 학습도 필요하다. “검은 피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하얀 가면”을 쓰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의 심리학을 분석한 프란츠 파농이 피부색깔로 인하여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피부색깔이 담고 있는 세계사적 변형과 심리적 모호함에 대해 질문하는 아시아인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세계인이 되기 위한 추상적인 노력과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취지에서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아시아 생각” 칼럼을 필두로 하여 활동가, 지역전문가, 국내아시아인들이 아시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배우는 마당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만남과 사유와 네트워킹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이 아시아연대의 의미와 아시아의 진짜 자존심에 대한 성찰의 출로를 발견하길 기대한다.

전제성 (한국동남아연구소 연구위원,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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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아시아에 대한 내면의 성찰을 시작해보자.
    생각할꺼리를 많이 주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말로는 끊임없이 아시아를 떠들면서 내심은 줄곧 서구를 향해있던 제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게도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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