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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6.11.09
  • 518
필자의 지난 칼럼처럼 이번에도 TV이야기로 시작을 할까 한다. 바보상자인 TV가 필자에게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도구가 되니 기특한 일이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노예할아버지”, “노예청년” 등의 내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방송 후 누리꾼들이 “노예할아버지”, “노예청년”, 그리고 유사하게 “노예어린이집” 등에 관한 이야기와 동영상을 여기저기에 퍼 날랐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학대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꼈고, 이들의 “인권”이 이처럼 유린되도록 방치한 행정당국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무엇이 누리꾼들을 이렇게 바쁘게 만드는가?

한사람의 인간으로 최소한 지켜져야 할 인간 존엄성과 인권이 유린되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는 지극히 정당하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데, 경제적 능력의 차이, 학력의 차이, 연령의 차이, 성별의 차이, 지역의 차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데 시비를 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가인권위원회도 생기고, 사회적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고조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인권 침해나 국내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고조되는 인권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는 국경과 국적이라는 울타리를 넘기는 아직 힘겨운 모양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에도 국경을 넘는 인권문제, 외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걱정하고 행동하는 시민단체들이 다수 있고, 이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확산의 범위는 아직 그리 넓지 않은 것 같다.

국내에서 또는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인권유린과 차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의 생각으로 떨쳐 일어나 비난을 하면서도 국내에 있는 많은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 그리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눈을 감아버리거나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 자신부터 생각해 볼 문제다. 다양한 핑계로 인권외교에 미온적인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개인적 차원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국경을 넘는 순간, 국적이 달라지는 순간 한없이 약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생면부지의 노예할아버지, 나와 사돈에 팔촌에 구촌에 무촌(?)도 아닐 것 같은 노예청년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들이 한국인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인권이란 단어는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당연한 권리다. 그리고 인간은 어디에 살건 모두 같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는 명칭에는 국경도 국적도 없다. 인권에도 국경과 국적이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의 인권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대한민국이라는 민족국가, 한국인이라는 국적에 매어 있을 단 하나의 이유도 필자는 찾을 수 없다.

우리의 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국경과 국적으로부터 해방시키자. 우리의 해방된 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전 세계 도처에서 지금 이 시각에도 자행되고 있는 더 큰 규모의, 더 악랄한 인권유린에 눈을 뜰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버마(미얀마)에는 300만명에 달하는 난민이 고통받고 있고, 7만명의 소년병이 가혹한 훈련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으며, 군에 의한 강제노동과 성매매, 성범죄(성범죄 피해자의 30%는 바로 살해된다고 한다)가 일상적으로 자행된다. 그리고 지구상에 버마처럼 “인간”이 고통당하고 있고, 인권이 유린되는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이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눈물 흘리고 아픔을 나누기 위해서 국경과 국적에 갇힌 우리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하겠다.

이재현(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 연구원,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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