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국경너머로] 주요 원조 공여국 연재⑦ 일본

국익 최우선의 원조, 일본 ODA의 현황과 미래

일본은 198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ODA 공여국이 되었으며, 1990년을 제외하고는 2000년까지 1위를 유지한 ODA 대국이다. 2001년 이후부터는 장기불황으로 인한 ODA 감소로 1위 자리를 미국에 다시 내주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세계 ODA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막대한 ODA 공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국가가 되지는 못하였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일본 국내에서도 ODA에 대한 여론은 경제 불황과 재정상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특히 2002년도의 ODA예산의 경우 2001년에 비해 10.3% 대폭적인 삭감이 있었다. ODA는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와 이해도가 필수불가결하다. 국민들에게 ODA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가 낮은 한국으로서도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 ODA와 한국

평화헌법과 미일안보조약으로 인한 외교적 제약으로 인해 일본에게 ODA는 국익과, 안정된 국제적 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일본의 ODA는 무상원조 보다는 유상원조인 엔 차관의 비중이 높고, ODA 프로젝트 입찰에 일본기업이 많이 낙찰되고 있다. 이는 개도국의 ‘인간안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ODA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고, 그래서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추구에 이용한다는 국제적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ODA 공여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큰 규모의 ODA를 공여하였다. 미국이 한국전쟁이후 1950-1960년대 약 60억 달러의 ODA를 제공하고, 일본은 1965년 이후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ODA를 공여하였다. 그러나 ODA의 성격에 있어서 미국은 약 70%이상의 ODA가 무상으로 제공된 반면, 일본은 70% 정도가 유상으로 공여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은 1990년대까지도 경제 인프라 구축과 인적 자원개발 등에서 일본 ODA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ODA 공여를 통해 한국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였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ODA 시행기관을 일본국제협력단(JICA)로 일원화하고 ODA 전략을 새롭게 개편하고 있다. 지금부터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살펴보자.

일본 ODA의 역사와 특징

일본정부는 일본 ODA 역사를 크게 5기로 구분하고 있다. 제 1기는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전후 부흥기’로 미국이나 세계은행에서 ODA를 수원 받던 시기이다. 제2기는 1954년부터 1963년까지 ‘전후 배상기’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배상을 중심으로 ODA를 공여한 시기이다. 제3기는 1964년부터 1976년까지 ‘ODA 신장기’로 ODA의 양적확대와 형태의 다양화가 시도된 시기이다. 제 4기는 1977년부터 1988년까지 ‘계획적 확충기’로 여러 차례의 중기목표에 의해 ODA가 확충된 시기이다. 제5기는 1989년 이후 ‘최대 공여국’의 시기로서 ODA 최대 공여국으로의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ODA 충실기’이다.

1989년 이후 일본의 ODA는 그 이념과 전략이 국제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결정되고 국제적 참여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ODA 4지침의 결정(1991. 4), ODA 대강(大綱)의 각의결정(1992. 6), 21세기를 향한 ODA 개혁 간담회 발족(1997. 4) 등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2003년 8월에는 ODA 헌장을 개정하고,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일본국제협력단(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신(新)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으며,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되면 유무상 원조를 일원화할 예정이다.

<< 일본 ODA 규모와 구조 >> (단위: 백만불, %)

※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의 특징은 유상원조 중심, 아시아 중심, 경제 사회 인프라 개발 중심지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서구 유럽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이익 위주의 상업주의적 ODA 정책을 실시해왔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경제적 목적 중심에서 정치외교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변화하였다. 일본 ODA의 특징으로 경제발전과 경제안전보장을 위해 ODA를 외교적 수단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ODA가 일본 정부의 종합적인 안전보장을 확보해 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ODA를 통해 주변 개발도상국의 불안요인을 줄임으로써 일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환의무가 수반되는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과 주체적인 개발 시행을 유도하는 일본 ODA는 앞으로도 유상원조 중심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는 ODA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게 개방적인 경제체제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 ODA의 비중을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 중심의 공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일본 기업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정치외교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ODA 공여를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도와주고 사회 간접시설을 확충해 주는 것을 통해 일본 상품의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까지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아주 크며, 따라서 일본의 정치외교적 목적에는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에 입각한 ODA 실시가 국제적인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ODA의 체계

일본은 ODA 공여 초기부터 다수의 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다원적 체제를 유지하였고 유무상 원조를 분리하여 운영해 왔다. 일본 ODA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이원화된 구조라는 것이다. 일본은 가장 복잡하고 분산된 ODA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ODA 정책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유상원조는 재무성과 국제협력은행(JBIC)이 담당을 하였고, 무상원조는 외무성과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담당을 하였다. 일본은 1970-1980년대에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ODA 규모를 급격히 확대하였으며, 현재에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과는 달리 유상원조 중심의 ODA를 고수하고 있다. 1970년대의 경우 유상원조가 60%를 넘었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도 50% 수준을 유지하였다. 2002년의 경우 46.8%로 비율이 낮아졌지만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2003년 개정된 ODA 헌장에서 “일본의 원조는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형태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기본이념을 천명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세계은행의 차관을 활용하여 사회 간접시설을 정비하고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논리는 일정 수준 이상 개발이 진전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는 상환의무를 수반하는 편이 오히려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상원조 중심의 ODA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1970년대 말부터 언타이드 차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으로 ODA의 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유상원조는 아시아 지역에 80% 이상을 집중하고 있고, 무상원조는 아시아와 최빈국이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비중이 높다. 따라서 일본 ODA는 무상원조는 인도적, 외교적 목적을 적극 반영하고 있고, 유상원조는 경제적 목적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 ODA 형태별 분류와 담당 기관>>

※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와 NGO

한국은 ODA 관련 이슈들에 대하여 시민사회 단체와 NGO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2000년대 이후 최근의 일인데 반해, 일본 NGO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ODA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대표적인 단체가 ‘일본 ODA 개혁 네트워크(이하 ODA-NET)’로, 일본의 ODA 정책 개혁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시민과 NGO들의 네트워크로서 1996년 ‘ODA 개혁을 위한 시민 NGO 연락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도쿄에서 발족되었다. ‘ODA-NET’이 여타 개발 NGO들과 다른 점은 현장에서의 구호활동이나 사업진행이 아닌 ‘ODA와 관련한 정책개발과 제언, 그리고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시민참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무성을 포함한 정부기관과 일본국제협력단(JICA)등과 정기 협의회를 통해 정책제언을 해왔으며, 각종 포럼의 개최, 책자 발간 활동에 주력해왔다.

‘ODA-NET’의 최우선 목표는 ‘ODA 기본법 제정’을 통해 일본의 ODA가 국제사회의 ODA 추세에 걸맞도록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자립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ODA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의 노력은 1997년과 1999년 일본 정부에 제출한 ‘ODA 개혁을 향한 제언’, 1999년 말에 작성한 ‘ODA 기본법안’ 초안으로 결실을 맺었다. ‘ODA-NET’은 정부, 국회의원, ODA 기관에 각종 정책 제언을 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려는 일본 정부의 흐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본 ODA정책이 개도국 주민들의 자립에 공헌하는 정책적 개혁보다는 일본의 국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의 정기협의가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정부와 ODA 실시기관과의 정기협의가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협의내용이 기록되고 정기협의록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일본정부의 ODA 개악에 대해 일정 부분 억지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의 ODA 정책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국가도 있고, 오히려 후퇴하는 국가도 있다. ‘ODA-NET’은 유효한 정책 제언을 하기 위해서 국내외 정보 분석이나 구체적 사례조사와 연구를 통해 지식과 전문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한 ‘ODA-NET’의 활동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폭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ODA에 관한 교육이나 각종 심포지엄 개최, 강사 파견 등을 통해서 ODA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ODA-NET’은 개발NGO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NGO들이 모여서 결성된 네트워크이다. WE21, 아태자원센터(PARC), 인도네시아 민주화를 위한 네트워크(NINDJA), TICAD 시민사회포럼(TCSF), 일본국제자원활동센터(JVC) 등 5개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세계 2위의 ODA 공여국인 일본의 ODA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경기침체를 통해 국내의 지지기반이 상당히 취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ODA-NET’ 결성 등을 통해 일본의 NGO들이 ODA 정책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은 일본의 ODA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의 ODA는 수원국의 진정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ODA를 염원하는 일본 시민사회의 열정을 헛되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NGO 들은 일본의 ODA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ODA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에도 발전전략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ODA의 미래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부터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정치, 안보, 인도적 측면을 고려하는 ODA를 실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3년 ‘ODA 헌장’을 수정하면서 ODA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공헌하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의 안정과 번영도 증진시킬 것을 명시하였다. 또한 동아시아를 일본 ODA의 중점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신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고,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ODA 실시기관을 JICA로 일원화 한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출범할 새로운 JICA의 역할은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 외에, 외무성으로부터 무상자금협력사업, 국제협력은행(JBIC)으로부터 유상자금협력(엔차관)을 통합하여 일원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ODA 실시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제협력은행(JBIC) 관련 조직과 인력은 2008년 10월 이후 출범할 새로운 JICA와, 신설되는 일본정책금융공고로 승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ODA는 일본의 국익에 기여하는 외교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이념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번 ODA 개혁에서도 관련부처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ODA 공여 초기부터 일본 ODA 실시 체제를 모델로 하였다. 일본이 ODA 헌장과 법 개정을 통해 ODA 체계를 개혁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체계가 바뀌어도 ODA를 공여하는 기본 이념이 바뀌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가 되기는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ODA 관련법이나 헌장 등을 제정하는 것을 통해 한국 ODA의 이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일본 ODA 실시 체계 개편을 교훈 삼아, ODA의 일원화를 달성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ODA 운영체제를 일원화하고 관련부처를 조정하는 개혁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동일하게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ODA는 경제 논리 등으로 인해 국민여론이 악화(Aid Fatigue)되면 ODA 예산을 늘리기 힘든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고 운영될 것인지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정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 뉴스레터 원본 참조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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