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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4.09.04
  • 1904

 

수사권·기소권이 필요한 이유

 


서보학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감시센터 소장  

 

 

국민들의 눈앞에서 294명의 목숨이 허무하게 사라져간 세월호 참사. 재난현장에서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한 공권력의 무능이 원망스럽고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란 존재에  대해 강한 회의감이 들게 한 사건이었다. 참사 이후 철저한 진상조사를 거쳐 책임자를 가려내고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섰지만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아직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광화문에서 50여일 가까이 단식을 포함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고 이들의 뜻에 동조하는 각계 지지층의 참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함에 있어 최대의 쟁점은 수사권 및 기소권이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독립된 특별조사위원회에 반드시 수사권 및 기소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특별조사위원회에 조사권만 부여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경우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마찬가지로 진상규명에 명백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조사권만 갖는 경우 관계기관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증인이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또는 출석 증인이 허위·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할 경우 실효적 강제수단이나 제재수단이 없어 사실상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조사대상의 출석을 확보하고 광범위한 내부자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영장을 근거로 강제수사가 가능한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럼 수사권을 행사하는 검찰은 믿을만한가? 박근혜 대통령도 밝혔듯이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소위 정피아·관피아라는 부패고리의 적폐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사고원인과 구조체계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현 집권세력의 핵심실세들과 고위공무원들이 수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고당일인 4월 16일 재난콘트롤타워인 청와대가 보인 난맥상과 대통령의 수상한 행적이 맞물려 청와대 자체도 수사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세력 앞에 서면 ‘고양이 앞의 쥐’의 행태를 보이는 검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은 진상규명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렇다면 특검가동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만을 향해 내달리는 특별검사가 임명된다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기대해 볼만하다. 그러나 종전 11차례 도입되었던 특검은 특검무용론을 불러일으킬 만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여·야 합의에 의해 특별검사가 추천되다 보니 좌우를 살피지 않고 진실에 매달리는 소신 있는 인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특검수사를 돕기 위해 검찰에서 파견된 검사·수사관들이 오히려 수사를 교묘히 방해하거나 내부정보를 유출하는 등 특검활동에 걸림돌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때문에 특검이 가동되더라도 참사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하면 독립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수사권을 행사하여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원에 심판을 구하는 기소권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 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설혹 위원회의 수사가 철저히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검찰이 기소단계에서 자의적인  가감을 한다면 이 또한 법정에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위원회가 기소권도 함께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대비책 마련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 진상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입법조치를 취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우리 헌법도 어떤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지에 대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만 결단한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춘 독립된 특별조사위원회의 즉시 가동이 가능하다. 인간의 고통 앞에 당리당략은 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은 진실만이 치유할 수 있다. 여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 이 글은 <고대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http://bit.ly/1nZqz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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