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0-04-12   2314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이 말하는 것

박경신 고려대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검찰은 이제 칼을 거두라. 국민들의 한낱 말싸움에 시퍼런 칼을 들고 피냄새를 풍기며 달려들어 전 국민을 분열시킨 것이 바로 검찰이다. 미국산 쇠고기와 한우를 구별 못하는 20대 연인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데이트할 때, 별다른 정보도 없는 젊은이가 경제학을 독학해 환율정책에 훈수를 둘 때, 힘없는 독자들이 몇몇 신문에 광고를 하지 말자는 운동을 벌일 때, 몇몇 PD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판단에 ‘No’라고 할 때 옥살이를 위협하며 나라를 온통 전쟁터로 만들어버린 것이 검찰이다.

박경신 교수전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 검찰

그때부터 국민들은 ‘나는 어느 편인지’를, ‘이 편에 속하지 않으면 다른 편으로 오해받지 않을지’를 걱정하게 되었고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아니 모든 영화, 교수, 연예인, 영화제가 반 MB와 친 MB로 나뉘어 버렸다. 사상의 자유시장에 검찰이 칼을 들고 나타남으로써 ‘판돈’이 엄청 커져버린 것이다.

검찰의 사상에 대한 개입, 즉 ‘정치’는 자신의 임명자에게 비판적인 유력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이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바로 그러하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판결은 검찰이 법이 아니라 정치에 개입하려는 목적으로 기소를 하였음을 사후적으로 보여주었다.

재판에 참가하지 않은 필자가 보기에도 무죄판결은 너무나 당연하다. 용산참사 재판에서 법원의 공개명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증거를 피고인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에 대해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려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경향신문 2009년 10월30일자).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도 곽영욱씨에 대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내사기록을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았다. 표적수사도 공소기각 사유이며, 곽씨의 내사종결 정황은 검찰의 표적수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였다. 이것만으로도 무죄판결의 근거는 충분했다.

또 검찰이 작성한 조서의 내용이 재판 시 증언에서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검찰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반박하기 위해 재판 진행 중에 반박증인들을 불러다 다시 조서를 만들었으나 공판중심주의에 의거해 이 조서는 증거 채택이 거부됐다.

대부분의 검사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법의 집행에 매진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임명자 또는 임명자의 임명자에게 충성해 승진하고자 하는 몇몇 ‘정치검사들’이 물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정치’를 막기 위해서는 검찰의 분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체포, 구속, 압수, 수색은 법원이 영장을 통해 통제하면 되지만 피의사실 유포와 표적수사는 법원으로도 막을 길이 없다.

검찰 분권화로 ‘정치 검사’ 퇴출

검찰이 권력자를 위해 ‘오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검찰권을 다른 행정기능으로부터 분리시켜 선출권력이 아닌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범죄 수사 및 기소의 95%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방검찰이 아닌, 주정부의 카운티검찰에 의해 이루어지며 카운티검찰의 95%가 선출직이다. 미국은 검찰 직선제의 나라다. 독일 역시 나름대로 분권화가 되어 있고 프랑스는 검찰이 아예 사법부 소속이다.

우리나라도 지방검찰청장과 고등검찰청장을 지방선거로 선출할 수 있다. 물론 전국적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는 사건을 다룰 대검찰청은 존치시킬 수 있고 그 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법무부의 지휘를 받으면 된다. 각 지방 및 고등 검찰청장은 상호 그리고 법무부 장관 및 대검찰청장으로부터 독립성을 인정받는다. 검찰도 교육처럼 중요하다면 분권화가 가능하다.

(이 글은 2010년 4월 10일 < 경향신문 >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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