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2-12-06   2916

[칼럼]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자업자득

중수부 기소 사건 무죄율 높아 폐지 목소리 비등은 자업자득

공수처 신설 권력 분산 시켜야

 

                                                                                 이재근 사법감시센터 팀장

한때 ‘검찰의 꽃’이라 불렸지만 항상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찌감치 대검 중수부 폐지를 공약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이어,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며칠 전 중수부 폐지 공약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직접 지정하는 사건을 수사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업무와 함께 지검ㆍ지청의 특수수사를 총괄 지휘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과 권력층과 연관된 대형비리는 대부분 중수부가 수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 다시 중수부 폐지가 여야 후보들의 주요 검찰개혁 공약이 된 것은 중수부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수부에서 기소한 사건의 1심 평균 무죄율이 9.6%로 일반사건(0.36%)보다 26.7배 높게 나타났다. 대법원에서의 무죄율은 24.1%까지 상승한다. 기소권을 남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중수부 사건의 무죄율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수부가 지휘하는 특수수사는 항상 절묘한 시점에 시작되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두 번의 수사 중 첫 번째 수사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면서 시작되었고, 두 번째 정치자금 수사는 1심의 무죄 판결이 나오기 전날 시작되었다. 두 번의 검찰 수사가 없었다면 2010년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는 지난해 초 국회에서 중수부 폐지를 여야가 합의하자 본격화되었고, 이후 중수부 폐지론은 어느새 사그라졌다. 검찰권의 정치적 남용의 중심에는 항상 중수부가 있었고, 검찰의 중립화를 위해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제 대세가 된 것이다.

중수부 폐지 논의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정치검사 청산이다. 검찰권을 활용해 정권 반대 세력에게는 무리한 기소를 일삼고, 권력 주변 사건에는 부실한 수사를 되풀이하는 검사들을 정치검사라고 부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권력에 충성하기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며 승승장구해온 정치검사들은 부지기수다.

정치검사의 대표격 인물이 바로 현 최재경 중수부장이다. 2007년 BBK 사건을 통해 정치검사 부활의 신호탄을 쏜 인물로 요직을 거쳐 2011년 중수부장이 되었다. 뇌물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부장검사의 언론 대응을 도와주고, 중수부 폐지에 저항하며 한 전 총장을 사퇴시킨 장본인이다. 최 부장이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지만 반려되었다고 한다. 기만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인사를 중수부장으로 두고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장악을 위해 정연주 KBS 전 사장을 기소하고, 대통령에 누가 될까봐 내곡동 사저 부지 헐값 매입 사건 의혹을 불기소했음을 스스로 고백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민간인사찰 사건과 용산참사 관련 경찰의 과잉진압 수사를 꼬리 자르기하고,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를 지휘?노환균 법무연수원장 등 정치검사들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정치검사의 집합소로 전락한 중수부 폐지와 함께 정치검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면 권력형 비리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는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와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독립적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여 불식할 수 있다. 이미 18대 국회부터 야당 의원들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마련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 다수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결단한다면 내년 2월 도입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정치검사 청산, 공수처 신설을 통한 검찰권의 분산은 검찰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과제다. 지금 검찰의 위기는 거꾸로 검찰개혁의 기회이다. 2013년 새 정부의 첫 번째 개혁의제는 검찰개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글은 한국일보 2012년 12월 5일자 ‘[이슈논쟁] 대검 중수부 폐지’ 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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