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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5.03.01
  • 1426

‘국민의 대법관’을 위하여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미국에서는 대법관을 ‘정의’(正義)를 뜻하는 영어인 ‘Justice’로 부른다. 이 때 첫 글자인 ‘J’는 반드시 대문자로 쓴다. 대법관을 ‘정의의 상징’으로 본다는 뜻이 짙게 깔려있는 호칭인 셈이다. 대법관은 ‘정의의 상징’으로서 최고법원 재판관의 권위를 누리며, 국민 인권보장의 최후보루로서 종신토록 국민적 존경을 받는다. 따라서 이러한 대법관 자리에는 도덕적으로나 능력 면에서 철저히 검증된 사람들만이 임명된다. 

 

 

미국에서 대법관의 임명절차는 대통령에 의한 후보 지명, 연방상원의 청문회 개최와 임명 동의, 대통령의 임명으로 이루어진다. 대통령은 법무부의 도움을 받고 각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법관 후보의 리스트를 만들고 철저한 정보 수집과 검증을 거쳐 이 중 한 사람을 후보로 지명한다. 

다음으로 연방상원 사법위원회와 상원 전체의 동의 과정에서 청문회 등을 통해 그 대법관 후보의 자질과 능력, 심지어 사생활까지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평균 9주 동안의 청문기간을 통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 대법관 후보와 관련한 모든 것들이 도마에 오른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이러한 길고 철저한 대법관 후보 검증과정 자체를 비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민 대표인 상원을 통해 대법관 임명에 민주적 통제가 가해지면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임명직 대법관의 약한 ‘민주적 정당성’이 어느 정도 보충되는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변호사협회나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이 강력하게 반영된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실제 예를 목격하게 되는 대목이며, 미국의 대법관들이 왜 ‘국민의 대법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의 길고 철저한 후보 검증과정

 

또한 이 과정에서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국민 각계각층의 의사와 이익을 대법원 판결에 담아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적 배경과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대법관으로 지명되고, 민주적 검증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법관 임명절차가 이러한 미국과는 조금 다르다. 헌법에 의하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원래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은 대법관 임명에 사법부의 의중을 반영케 하여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헌법에 들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민 각계각층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다양성이 확보된 민주적 대법원을 갖기를 원하는 국민의 여망과는 달리, ‘사법시험 기수와 서열’이라는 사법부 내의 사법관료주의적 기준과 논리로 대법관 후보가 임명되는 통로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법관 후보 제청단계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을 만들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관 후보 제청단계에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축소시켜 버렸다. 개인이나 단체가 후보 추천을 할 때 비공개로 해야만 하고, 대법원장만이 추천된 후보들을 모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심사대상자를 제시할 수 있게 했으며 위원회의 논의내용도 비공개로 부치게 하고 있다. 

 



'대법관추천위원회' 비공개주의 개혁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10명의 위원 중 7명이 법조삼륜을 대표하는 당연직 위원들이고 민간위원은 3명에 불과하다. 애초에 법원 밖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위원 구성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박상옥 후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후보로 제청된 인사들에 대한 적격성 논란이 국민들 사이에 끊이지 않는다. 

대법관 임명의 첫 단계인 후보 제청단계에서부터 국민들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뚫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통로는 바로 민주적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비공개주의, 비민주적 구성을 개혁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의 상징’이자 인권보장의 최후보루로서 국민적 존경을 받는 ‘국민의 대법관’을 갖기 위한 첫걸음이다.

 

 



* 이 글은 2015.2.24.자 석간 '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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