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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2.05.24
  • 2368

정치꾼으로 나선 검찰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통합진보당의 압수수색을 기화로 검찰은 이제 정치개입의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정치꾼으로 나섰다. 범죄사실 공표라든가 기획수사와 같은 음지의 공작에서 과감하게 뛰어나와 정치지형을 보수우파의 독점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검찰이 통합진보당에 수사협조 요청도 하지 않고 곧장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굳이 당원명부를 주된 타깃으로 삼았던 이 전대미문의 사건이 그 증거다. 정당의 당원명부는 어느 당직자 말대로 “정당의 심장”일 뿐 아니라, 복수정당제에 기반을 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에 위치한다. 복수정당제는 정당 가입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여기서 당원명부의 비밀성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낼 것을 강요받지 않을 때 정당 가입이나 활동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당원명부의 비밀보장이 전 세계 문명국가의 상식임은 이 때문이며 우리 헌법이나 법률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정당의 자유와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정당법도 이에 따라 당원명부의 비밀성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물론 재판상 필요 등의 이유로 법원이나 선관위에 예외를 인정하지만, 그것도 “열람”만 가능할 뿐이다. 또한 범죄수사를 위해서도 당원명부를 조사할 수 있는 예외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필요로 한다. 형소법에 따른 일반적인 압수수색영장이 아니라 정당법에 따라 발부된 별도의 “조사”영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당원명부의 비밀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정당법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검찰은 당원명부를 “조사”할 수 있을 뿐 “압수”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들이대며 당원명부를 강탈해 갔고,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의 헌법질서는 검찰의 손바닥 안에서 희롱당하게 된다.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당 가입 여부의 확인은 작은 해악에 불과하다. 창당 이래 20만명에 달하는 입당·탈당자의 개인정보는 검찰로 하여금 그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소위 “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사상과 정치적 신조 나아가 정치적 친교관계까지도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여기에다 자기들이 수집한 별도의 정보들을 결합하고 프로파일링함으로써 원하는 대로 사법처리의 타깃을 가공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이 칼럼을 두고도 필자가 민노당 가입경력이 있으니 종북좌파의 관점에서 쓴 것이고, 따라서 반체제적이라는 식의 그림을 마구 그려나갈 수 있다. 마치 히틀러의 게슈타포나 동독의 슈타지가 그러하였듯이, 한 사람의 사상과 신조를 원하는 대로 가공하고 낙인찍고 감시하며 처벌하는 무한의 권력을 전횡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검찰은 정치의 보조자나 마름의 역할을 벗어나 스스로 정치 지형을 바꾸어나가는 정치 주체로 등극한다. 헌법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어느 영장담당판사가 생각 없이 발부한 영장 하나로 시작된 이 사태는, 이제 중정·안기부라는 압제자의 이름을 검찰로 바꾸면서 피땀으로 이룬 우리의 민주주의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구당권파의 행패를 들먹이며 압수수색을 당해도 싸다는 일부의 인식은 이를 방조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온전히 검찰에 넘겨준 채 정치검찰의 손아귀에 우리의 명운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5월이 지나가고 6월이 다가오면서 민주화의 기억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음에도,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또 다른 오월과 유월을 갈구하게 만든다. 아픈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2012.5.23)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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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의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문제점을 지적한 글입니다. 정당가입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보호되어야 할 당원명부를 압수한 행위는 검찰이 스스로 '정치꾼'임을 자처한 행위로 봐야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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