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2-11-28   3552

[칼럼] 벼랑 끝 검찰, 버려야 산다

 

 

벼랑끝 검찰, 버려야 산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본질을 못 보는 것일까,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것일까. 어느 청년변호사단체 대표는 로스쿨이 문제라고 했다. 법률적 소양과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을 곧바로 검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한 로스쿨 출신 검사 선발시스템이 이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한다. 사법연수원 출신 대 로스쿨 출신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도 있다. 과연 전모 검사가 로스쿨 출신이라서 이런 황당하고도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인가.

그렇다면 몇 해 전 각종 의혹으로 낙마한 검찰총장 후보자, 부산지검의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내사 중인 기업으로부터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김모 부장검사 등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의 비리사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 모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철저한 법조인 양성시스템으로 걸러져 검사로 선발되었을 텐데 왜 그런 비리를 저질렀을까.

우리는 임용된 지 몇 개월도 안 된 초임 검사가, 그것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간 큰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로스쿨 출신 검사’에서 ‘로스쿨’이 아니라 ‘검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금품을 수수하면서 추적의 위험을 알만한 부장검사가 수표로 받은 대담함이 사태의 본질인 것이다. 바로 ‘검사’의 권력이다.

누구는 검사로 임용되자마자 그 힘을 체험한 것이고 누구는 부장검사라는 자리의 엄청난 권력을 이용한 것이다. 초임 검사는 부르면 달려와 자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피의자를 보고 그의 앞날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수사할 것인지,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 기소할 것인지, 어떻게 기소할 것인지, 아니면 불기소처분을 내릴 것인지 이 모두가 검사의 권한 내에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바로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주의로 특징져진 검찰 권력의 비대화와 자의적 행사가 검사로 하여금 힘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하고, 그러한 검찰 권력을 가까이 하고 싶은 자들이 주변에 모여들게 되는 것이다. 떳떳치 못한 자들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힘에 기대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스폰서검사, 벤츠 검사, 그랜저 검사가 되고 이제 性 검사까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검사의 힘, 때로는 정치권도 무릎을 꿇리는 힘이지만 때로는 정치권력에 기대어 그 힘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들기도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다 싶으면 강자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약자에게는 강한 자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잊을만하면 터지는 선배 검사들의 온갖 비리로 검찰윤리가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법무검찰의 책임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실정법 위반과 탈법, 하향화된 도덕수준이 검찰 전체의 윤리의식을 둔화시킨 탓도 크다. 그래서 초임검사의 검사로서의 직업윤리가 성적 욕구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된 것이다. 바로 통제받지 않는 비대한 권력과 재량권, 검찰윤리의 부재가 검사일탈과 비리의 원인이다.

법과 원칙의 자리에 부패한 돈과 향응접대가 비집고 들어오면 진실이 왜곡되고 정의가 사라진다. 국가공권력이 사유화되어 자의적으로 행사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검찰, 이제 벼랑 끝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검사비리 수사도 특임검사인 내가 할 거야, 내부감찰도 우리가 할게, 수사도 수사지휘도 우리 손을 거쳐야 해”라고 한다면 그 무게에 못 이겨 벼랑 아래로 추락할 것이다. 특임검사로 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검찰은 더 무너질 것이다. 한두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검찰조직을 사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검찰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이니 개혁시늉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라면 ‘검사답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것이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비우고 버려야 할 때다. 자체 징계나 감찰을 강화하고 앞으로 환골탈태해 보이겠다는 대국민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스폰서 검사 사건 등 비리 사건이 터질 때 마다 검찰총장이 사과하고,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안타깝게도 검찰은 여전히 그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검찰은 ‘검찰 개혁’을 말할 자격도 없다. 국민이 더 이상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검찰 개혁의 방향은 ‘검찰 권력의 분산과 견제’다. 검찰의 권한을 나누고 검찰조직은 시민통제를 받는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검찰에 대한 시민감시와 견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조직이 민주화되어야 한다. 지금의 위계적ㆍ관료적 조직으로부터 민주적ㆍ자율적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검찰의 부패와 비리의 근본적 원인은 외부의 수사를 받거나 기소당하지 않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의 폐해이다. 검사도 부패나 범죄를 저지르면 국민들과 똑같이 수사 받고 기소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는 오래 전부터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의 대안을 제시해왔고, 여야 대통령 후보들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이러한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검찰 개혁의 중점은 정치적 독립에도 있지만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화두가 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검찰 권력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 지역 수사기관의 장을 직접 선출한다면 국민에 의한 검찰권 통제가 실현될 수 있고 정치적 독립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여 검찰 권력을 국민이 직접 통제하도록 하는 등의 근본적인 개혁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검찰 권력의 분산과 국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외부로부터 검찰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법조계의 전문성과 시민단체의 공익성, 정치권의 구체적 입법노력과 의지를 함께 모아 검찰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국회에 ‘검찰제도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 이 글은 2012년 11월 28일 “프레시안 [시민정치시평] 스폰서, 그랜저 이어 性검사까지 등장한 이유?” 에 기고된 글입니다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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