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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최근 검찰은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이 국세청과의 소송을 포기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배임죄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광우병 소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협상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수사가 한국방송 사장을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교체하고 문화방송은 민영화하여 공중파 방송을 장악하고 재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집권층의 계획에 발맞추어 일어난 일인지는 확증할 수 없지만,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정씨의 배임 혐의는 항소심에서 승소가 확실해 199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사장을 계속하려는 욕심 때문에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556억원만 돌려받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한국방송의 승소가 확실했는데도 조정을 권고한 판사는 이상한 사람이 되며, 불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재판보다 조정을 장려하는 법원의 정책도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시 대립하는 소송 당사자인 한국방송과 국세청은 각각 우리나라 최고의 법무법인으로부터 조정안 수용이 합리적이라는 권고를 받고 조정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법률자문의 결과는 한국방송 이사회에 보고되었고, 한국방송의 심의의결기구인 경영회의에 의해 승인되었다.

생각건대 정씨의 조정권고 수용 결정은 정당한 ‘경영판단’이었고, 따라서 배임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보는 것이 법률가의 양식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는 정씨에게 부패한 ‘기업범죄인’의 딱지를 붙임으로써 논란이 많았던 정씨의 해임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검찰은 ‘산 권력’에 봉사하기 위하여 ‘죽은 권력’을 물어뜯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검찰의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도 문제가 있다. 먼저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는 “피디수첩의 보도는 빈슨의 사망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이 과장이고 왜곡이더라도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정책적 과오에 대한 책임을 다른 데로 전가하려는” 것이며, 검찰수사는 “법적 불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따끔한 비판을 하였던 바, 집권세력이 적어도 이 교수 정도의 양식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피디수첩의 방송내용에 일정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청자 사과명령과 이를 수용한 문화방송의 사과방송과 내부 징계로 끝날 사안이다.

급변하는 사회현실 속에서 언론보도는 항상 오보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담당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초래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이고, 그 보도의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안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가 우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확고한 판례다. 만약 피디수첩의 보도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라고 규정한다면 향후 어떠한 언론도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약용의 말을 빌리면 “삼가고 또 삼가는 것[欽欽]은 본시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다.” 특히 언론의 자유가 관련되어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헛될지 모르나, 검찰과 현 집권층이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언론’ 중 양자택일하라면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노라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경구를 명심하길 소망한다.


조국 / 서울대 법대 교수, 참여연대 부운영위원장

*이 글은 2008년 8월 18일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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