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04-11-29   2017

<안국동窓>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문제없나

성공보수는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기업에서는 스톡옵션이나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업무능률을 올리는 인센티브로 제공되기도 한다. 최근 수능부정과 관련해서는 몇점 이상이면 얼마를 주겠다는 성공보수 약정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변호사들에게도 성공보수는 매우 큰 이슈이다. 마침 이번주에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전관예우, 개업지 제한 등과 함께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를 전면금지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변호사의 성공보수

누군가 능력과 열정을 발휘해서 부가가치를 증대시키고, 그 대가로 받는 성공보수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변호사의 성공보수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라고 모두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건해결능력이 다를 수 있다. 타고난 능력에 경험과 열정까지 더해져 어려운 사건을 승소로 이끌었다면 그 대가가 주어지는 것이 합당하다.

특히 착수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의뢰인의 권익보호를 위해 착수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성공보수약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에도 상영되었던 ‘시빌액션’이나 ‘에린 브로코비치’ 같은 영화를 보면 착수금 없이 모든 비용을 로펌이 조달하여 소송을 진행하되, 대신 승소했을 경우 전체 금액의 30% 내지 40%를 로펌이 차지하게 된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구도이다.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그러나, 위에서 든 예는 모두 민사사건의 경우이다. 형사사건은 경우가 다르다. 형사사건에는 승소금액이 있을 수 없다. 구속되느냐 풀려나느냐 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고, 무죄냐 유죄냐를 다툴 뿐이며, 벌금이냐 집행유예냐 아니면 실형이냐가 관심사일 뿐이다. 의뢰인과 변호사를 모두 만족시킬 파이, 즉 부가가치의 생산이 없다는 이야기다.

형사사건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의 과정에서 발생한다. 심하게 말하자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서 국민의 인신(人身)을 구속해놓고, 그로 인해 변호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 거래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구속사건의 경우, 소위 잘나가는 변호사들은 착수금 1천만원에 성공보수 1억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물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다가 돈도 있는 의뢰인은 그 이상이라도 감수할 것이다. 그러나 구속되느냐 석방되느냐의 문제에 억대의 돈이 오고 간다는 것은 뭔가 찜찜하다. 그 정도의 돈을 들여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전관예우와 결합해 더욱 심각

이 비상식적인 관행 속에 전관예우나 법조브로커가 기생하고 있다. 전관예우의 존재에 대해서 그 실체를 긍정하든 부정하든(통계에 의하면 변호사들의 4분의 3은 그 존재를 수긍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의뢰인들은 담당판사 또는 담당검사와 더 가까운 변호사를 찾게 되고, 전관의 위력에 기대게 된다.

변호사의 수가 급증하여, 농담처럼 ‘생존권 투쟁’이라는 말이 터져나오고, 실제로 파산하는 변호사도 생겨나는 요즘에도 전관들에게는 ‘퇴임 후 1년내에 수입이 2-30억을 못넘으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려온다.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는 전관예우와 결합하여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고, 국민일반의 사법불신을 초래하는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형사사건의 변론을 책임져야

필자는 근본적으로는 모든 형사사건을 국선변호인제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선변호인을 금지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체포 . 구속해놓고, 그 방어에 대해서는 순전히 개인적인 비용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그것도 비정상적인 전관예우와 성공보수의 관행을 방치하고) 국가의 보호의무에 대한 방기라고 본다. 특히,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재조(법원, 검찰)에서 십수년씩 봉직하다가 비로소 재야(변호사)로 나오게 되는 법조인들에게 형사사건의 성공보수금지는 이만저만한 기득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관예우와 함께 사법불신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에 대해서는 법조 전체의 과감한 기득권 포기가 없이 국민의 사법신뢰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번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장유식(협동사무처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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