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0-05-10   2160

진상규명위원회, 검찰의 면피용 기구인가


시민단체 면담요청에, 연락 안 된다는 검찰


이진영
사법감시센터 간사

MBC 피디수첩이 일을 친 지 20일이 지났다. 방송 직후,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스폰서검사가 떴다. 전화 인터뷰 중인 피디에게 반말과 협박을 내뱉던 검사의 이름도 검색어 1위였다. 라디오 방송 오프닝・클로징 멘트는 시사프로그램도 아닌데 ‘스폰서검사’ 이야기였다. 그만큼 전 국민의 화제였다.

지금은 대검 산하 진상조사단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리스트에 있는 백 명이 넘는 전・현직 검사들을 조사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여론에 가장 민감하다는 택시기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 사건에 크게 분노하면서도 제대로 수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에 분노하지만 불신하는 국민

지난 4월 26일 서울고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모습왜일까? 이유는 깨알같이 많다. 가장 큰 이유, 지금까지 검찰비리에 대해 검찰 스스로 제대로 수사한 적이 없어서이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이 하도 믿기 어려워 하니, 검찰은 외부 인사를 과반 이상 참여시키는 ‘진상규명위원회’란 것을 만들었다. 고육지책임은 충분히 알겠으나, 이름조차 애매한(뭘 ‘진상규명’하겠다는 건지, 이름조차 못 달고 있는 기구이다.) 기구를 띄워 놓고, 여기서 일주일에 한번 회의하고 사후보고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민간인”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사건의 본질이 ‘온정주의’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일이 터지자마자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면서 “사건의 본질은 뇌물수수이고, 수사와 형사처벌의 대상이다”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기자회견도 하고, 검찰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검사는 공무원 신분이므로 법적 책임과 함께 행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행정적 책임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발을 동동 구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수사건 감사건 국가기관이 해야 할 몫이기에.

사건의 본질은 뇌물수수, 형사처벌의 대상

그래서 이번에는 ‘진상규명위원회’에 공개면담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검찰이 자신의 비리를 스스로 조사한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그래도 시민사회의 요구를 들어줄 창구는 이곳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공문을 작성하고 서울고검에 전화를 했다. 현재 진상조사단과 진상규명위원회 모두 서울고검에 있기 때문이다.

세 번 정도 전화를 돌려, 그때마다 신분과 목적을 밝히고 공문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문의했다. 마지막으로 전화가 간 곳은 진상조사단의 서무작업을 담당한다는 파트였다. 그곳 담당자는 “우리는 진상조사단 관계 일만을 보고 있을 뿐이고, 진상규명위원회는 대검 산하이니 그쪽에 문의하라”고 했다. 고검은 사무실만 빌려주고 있을 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정말 이상하다. 검찰에서는 분명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조사단은 위원회의 산하조직”이라고 했는데, 조사단 업무만 볼 뿐, 자신들은 위원회와는 상관없다는 이야기였다.

고검은 사무실만 빌려줄 뿐?

이번엔 대검찰청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사무실이 고검에 있으니 고검으로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아까 ‘대검에 전화하라’고 했던 부서의 번호가 진상규명위원회 대표번호라고 알려줬다. 양쪽에서 모두 책임을 회피하면 어떡하느냐, 비상설기구이긴 하지만 공무를 담당하는 곳인데 상시적인 연락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지만, 공문에 대해 접수는 해주겠으나, 처리결과를 책임 있게 통보해 줄 사람은 어쨌든 자신은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위원회 위원들의 개인 연락처를 수소문하면서,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검찰은 외부인사가 참여한 이 위원회에서 자신들의 조사의 정당성을 구하고자 했다. 그런데 과연 이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담보할까?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하는 것이 다인 이 위원회에, 이번에는 기자들을 상대하는 브리핑도 맡겨 놓았다. 말은 그럴 듯하다. 피의사실공표 때문이란다. 전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던 피의사실 공표를, 이번에는 수사도 아니라면서 철저히 막는단다.

면피용 기구 되느니, 판을 깨라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진상규명위원회가 그저 한동안 검찰에 대한 여론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다시 한 번 꺼내들 것이 뻔한 ‘공소시효 완성’과 ‘대가성 입증 불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검찰은 지금 당장은 여론의 뭇매를 견딜 수 없으니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닐지. 진상규명위원회는 검찰의 면피용 기구가 되선 안 된다. 국민을 대신해 이번 사건을 지휘・감독할 수 없다면 판을 깨고 나오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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