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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해 7월까지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분의 1인 3명이 교체될 예정이다. 우리 헌법은 9인의 헌법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입법, 사법, 행정부의 의사를 고루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관의 자격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국공영기업체 등의 법률사무 종사자, 변호사 자격이 있는 법률학 교수 혹은 변호사로서 15년 이상 일한 자’를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관을 다양한 배경의 법률가들 중에서 뽑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재판관 인선 관행은 이러한 법의 정신을 외면한 지 오래다. ‘법’이 아니라 ‘관행’의 이름으로 9인의 재판관 중 1인은 검사장급의 현직 검사 중에서, 나머지 8인은 법원장급의 현직 판사 중에서 바로 채용하고 있다. 이런 관행하에서 헌법재판관 자리는 특정대학을 나오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판사생활을 시작해 판사실에 틀어박혀 사회와는 거의 단절된 채 산더미처럼 쌓인 민·형사사건 소송서류들을 읽어내는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대동소이한 배경의 50대 혹은 60대 남성판사들에 의해 독점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헌법재판관들 각자의 판결 성향도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 연령대의 대한민국 엘리트 남성들이 평균적으로 가지는 ‘보수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지독한 난센스다. 이들이 수십년의 판사생활 동안 해온 재판은 헌법재판이 아니라 주로 민·형사사건 재판이 아니었던가. 우리 사회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인 헌법의 오묘하고 깊은 이치를 어찌 이 50, 60대의 남성판사들만 제대로 안다는 말인가.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인 헌법 해석과 헌법 적용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최고사법기관이다. 입법부가 만든 법률이나 행정부의 여러 공권력 행사에 대해 위헌결정으로 제동을 걸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기준을 판결을 통해 제시하는 막강한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있다. 바로 여기에 헌법재판소 인적 구성이 다양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렇듯 중요한 기관에 노동현장을 발로 뛰며 노동자의 인권을 깊이 이해하게 된 노동 전문 변호사들도 들어와야 한다. 여성의 관점에서 헌법을 해석해내고 섬세하게 한국사회의 변화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여성법률가들도 대거 포함되어야 한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대변할 수 있는 이들도 헌법재판관으로 동석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오랜 법관생활을 화려하게 마감하는 엘리트 판사들의 집합소가 아니라, 국민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내고 다양한 이익과 의사를 담아내는 ‘국민의 최고사법기관’이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역사를 통해 대법관 이전에 판사 경력이 있었던 사람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독일도 연방헌법재판소법에서 전체 헌법재판관들 중 3분의 1 정도만 판사 중에서 선출하도록 못박고 있다. 일본은 아예 변호사 자격이 없는 법학교수, 외교관, 행정공무원 등도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대법원의 대법관으로 임명해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최고법원 단계에서 구현하고 있다.

‘다양한 인적 구성의 헌법재판소’는 우리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국민적 과제다. 앞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헌법재판관 인선에 국민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여론이나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 글은 2011년 1월 14일 < 경향신문 >에도 실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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